[日 대중문화 개방 10년]邦畵 기세 눌려 반짝 호기심.. '찻잔속 태풍'

입력 2008. 9. 29. 19:35 수정 2008. 9. 29.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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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레터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

일본영화가 개방된 지 10년이 됐다. 1998년 12월 5일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하나비'가 서울 14개 관에서 상영된 이래 지금까지 총 200편이 넘는 작품이 개봉됐다. 하지만 반응은 미지근했다. 할리우드를 잇는 만만찮은 파괴력을 보여줄 것이란 예상과 달리 국내 영화계의 다양성을 확보해주는 제3세계 영화 수준으로 전락했다.

◆개방 10년…찻잔 속 태풍=우려했던 시장 잠식이나 선정적 왜색 문화 흡수는 없었다. 탄탄한 스토리와 신선한 소재를 무기로 국내 시장에 빠르게 안착할 것이란 예측은 빗나갔다.

일본영화는 총 4차례로 나눠 개방했다. 1998년 10월20일 칸·베니스 등 세계 4대 국제영화제 수상작에 한해 1차 개방이 허용됐고, 이듬해 9월10일 70여개의 국제영화제 수상작과 전체관람가 영화로 범위가 넓어졌다. 2000년 6월27일 3차 개방 때는 18세 이상 관람가를 제외한 모든 영화로 확대됐고, 이후 2004년 4차 개방 단계에선 사실상 완전 개방이 이루어졌다. 애니메이션의 경우 3차 개방 시기에 국제영화제 수상작만 수입됐고 2006년부터 모든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확대됐다.

개봉편수는 매년 전반적으로 증가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까지 개봉한 일본영화(애니메이션 포함)는 모두 247편. 첫해 '하나비' '가케무샤' 2편으로 시작해 1999년 4편, 2000년 25편으로 급증했고 지난해에는 59편이 개봉했다.

흥행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우선 관객 점유율이 10년간 한자릿수를 맴돌았다. 2000년 7.4%로 최고를 기록했지만 2005년엔 0.8%를 기록해 극심한 침체를 보였다. 평균적으로는 지난 10년간 1∼3%를 오르내렸는데 이는 유럽이나 중국영화와 비슷한 수치다. 한국영화와 미국영화가 국내 시장을 양분한 상황에서 일본영화는 좀체 힘을 쓰지 못했다.

그동안 100만명 이상을 동원한 작품은 '하울의 움직이는 성'과 '러브레터' 단 두 편뿐이었다. 전국관객 30만명을 넘긴 영화는 총 16편으로 전체의 6.4%에 불과했다.

◆왜 국내서 안 먹혔나=개방 전에는 일본에 대한 호기심과 해외 영화제 수상작이란 인지도 덕분에 반향이 클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로 1990년대 중반까지 일본영화는 히트 상품이었다. 1996년 1회 부산국제영화제 당시 상영된 '메모리즈' '공각기동대' 같은 애니메이션이나 2회 때 선보인 '하나비' 등은 폭발적 반응을 얻었다. 하지만 막상 빗장을 풀자 결과는 달랐다.

이는 순차개방에 따라 상업성이 떨어지는 영화들이 우선 수입됐기 때문이다. 영화제 수상작들이 먼저 들어왔지만 대부분 제작연도가 한참 지난 것으로 대학가상영이나 불법비디오 등의 형태로 이미 볼 사람은 다 보았다. 이 중 12세나 15세 이상 관람가는 성인 관객의 흥미를 끌기 어려웠다.

또한 한국영화 약진과 맞물려 상대적으로 일본영화에 관심이 약해진 점도 원인이다. 일본영화 개방 10년은 한국영화 르네상스 10년과 궤를 같이한다. 이 시기 '쉬리' '공동경비구역JSA' '친구' 등 한국형 블록버스터들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한국영화 점유율은 50%까지 치솟았다.

장르적 선호도에 따라 일본영화팬층이 한정돼 있는 점도 크다. 영진위가 실시한 2007 영화소비자 조사결과에 따르면 일본영화 선호층은 전체의 1.4%. 하지만 공포나 애니메이션을 즐기는 관객 중에는 선호도가 평균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적으로 액션이나 코미디 등을 좋아하는 한국 관객 성향에 비추어 이런 장르는 관객층이 얇을 수밖에 없다.

영진위 국제진흥팀 박덕호 팀장은 "관객들은 일본영화 하면 애니메이션이나 호러물을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국내 흥행작도 대개 이 장르에 집중된다"고 밝혔다.

반대로 한국은 전면 개방으로 수혜를 입었다. 양국 문화교류가 활성화되면서 '쉬리' 등 한국영화의 일본 진출이 본격화됐고, 이는 한류열풍의 초석을 다지는 계기가 됐다.

이성대 기자

karis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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