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성 들쇠고래, 서해서 죽어나는 까닭은
이달에만 3마리 숨진채 발견… 먹이 따라 왔다가 모래톱에 좌초된 듯
'서해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심해에 사는 '들쇠고래'가 수심이 낮은 충남 서해 앞바다에 잇달아 출몰해 원인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들쇠고래가 서해에서 목격된 것은 이 달 들어 4건에 모두 7마리로 학계는 지구 온난화에 의한 서해의 생태계 이상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그 동안 서해안에서는 밍크고래나 상괭이(쇠돌고래의 일종) 등이 종종 발견됐지만, 동해나 북서태평양의 깊고 차가운 바다에서 주로 사는 들쇠고래가 발견되기는 처음이다.
고래 전문가들은 일단 먹이를 따라온 들쇠고래가 썰물 때 갯벌을 미처 빠져나가지 못하고 모래톱에 좌초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동해처럼 조수간만의 차가 거의 없는 곳에 살던 들쇠고래가 서해로 왔다가 썰물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추정이다.
실제 모래톱으로 올라왔다 스스로 몸을 돌려 바다로 돌아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고래는 범고래 등 극히 일부 종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 최석관 연구관은 "들쇠고래가 좋아하는 오징어, 고등어가 서해안에 대규모 어군을 형성한 것이 한 원인으로 추정된다"며 "들쇠고래가 얕은 바다로 도망가는 먹이를 쫓다가 모래톱에 좌초했을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커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전문가는 "먹이활동인지, 아니면 이동 중에 변을 당한 것인지는 위 내용물 분석 등 조사가 이뤄져야 알 수 있다"면서 "서해안의 수온 변화, 어종 분포 등을 정밀 조사해 서해안에 들쇠고래가 출몰하는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좌초한 고래 구조에 관한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보령, 태안, 홍성 앞바다는 최근 수온 상승으로 고래류의 주요 먹잇감인 멸치, 오징어, 고등어 어장이 대규모로 형성돼 고래의 출몰이 더욱 잦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고래 구조나 치료 전문가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고래구조에 참여한 태안해경관계자는 "8시간동안 어민과 함께 애써 구조한 고래가 죽은 채 발견돼 허탈하다"며 "구조작업을 어떻게 진행하는 지 몰라 기껏해야 질식사 하지 않도록 구덩이를 파고 방수포를 덮어 준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충남 서해안에는 6일부터 21일까지 4차례에 걸쳐 7마리의 들쇠고래가 발견돼 이 중 3마리가 죽고 2마리는 구조돼 바다로 돌려 보내졌다.
태안=이준호 기자 junh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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