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인터뷰]가을,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하는 남자 오영종









[포모스=강영훈 기자]사신(死神), 에이스, 그리고 오영종
바야흐로 프로토스의 계절 가을이다. 가을 하면 생각나는 선수가 여럿 있지만 그 중 '가을 전어'에 맞먹는 인기를 누리던 '사신(死神)토스' 오영종이야말로 가을에 어울리는 남자가 아닐까.그러나 안타깝게도 올 가을에는 오영종의 다크템플러는 커녕 얼굴조차 보기 힘들 것 같다. 잘 알려진 대로 오는 22일 공군 e스포츠 병으로 현역 입대하는 오영종은 빨라야 올 겨울에야 출전이 가능한 예비 군인이기 때문이다.이미 스타리그에서 '가을의 전설'을 완성하며 우승 타이틀을 거머쥐었던 오영종은 불과 지지난 시즌이었던 '신한은행 프로리그 2007 후기리그'에서 개인전 다승왕, 시즌 MVP, 결승전 MVP, 통합챔피언전 MVP 등 프로리그 관련 타이틀을 싹쓸이하는 등 프로리그에서도 팀의 에이스로서 맹활약을 펼치던 선수였기 때문에 의외로 빠른 느낌의 입대 타이밍에 팬들의 아쉬움은 컸다.또한 2007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다시피했던 선수가 2008시즌에 들어서자마자 '급부진'을 보이며 한동안 모습을 감췄다가 갑작스럽게 '통보'한 입대 결정이었기 때문에 팬들은 '게임에 흥미를 잃은 것 아니냐, 조정웅 감독과의 불화가 있다더라'등의 갖가지 추측과 함께 여러 소문을 만들기도 했다.
입대 발표가 난 뒤 고향인 광주에 내려가 있던 오영종에게 '입대하기 전에 인터뷰 한번 찐하게 하자'고 얘기를 건넸고 '요즘 놀기도 실컷 놀았고 하나도 안 바쁘니까 기자님 편한 시간에 보면 된다'고 서글서글하게 답했던 오영종으로부터 결국 이번 달 초 '입대 전 마지막 팬미팅' 때문에 서울에 올라왔다며 그 다음날 쯤 인터뷰 시간을 잡자는 연락이 왔다.늘 기대치에 부응하는 경기력으로 승리를 거뒀고 인터뷰에서도 똑부러지게 말할 줄 알았던 오영종은 평소에도 호감이 가는 선수였다. 기자실이 아닌 서울 시내에서 만난 오영종과의 인터뷰는 형식적인 내용보다는 인간 오영종을 알기 위한 내용이 됐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강영훈 기자(이하 강기자) : 잘 지냈나. 군입대가 코앞으로 다가왔는데오영종 : 물론. 처음 숙소를 나가서 쉴 때는 '해방이다!'라는 마음으로 정말 재미있게 놀았는데 실컷 놀다 보니까 그것도 지친다. 돌아다니기도 엄청 돌아다녔다. 지금은 빨리 입대하고 싶은 마음 뿐이다.강기자 : 글쎄. 입대 하루 전에도 그런 생각이 들 지 모르겠다. 실컷 놀았다고 했는데 뭐하고 놀았나오영종 : 특별할 건 없고 친구들도 많이 만나고 가족들이랑 계곡에도 놀러 가고, 다리 밑에서 고기도 구워 먹고... 일상적인 휴식을 많이 취했다.강기자 : 뻔한 인터뷰를 지양하기로 마음 먹었다. 재미있게 인터뷰를 했으면 하는데.오영종 : 지금 나한테 재미있는 얘기가 뭐가 있을까. 아, 얼마 전 기사도 났지만 (홍)진호형이 내 후임으로 입대하더라. 사실 어제도 같이 만났는데 그것 때문에 굉장히 재미있었다. 내가 장난을 좀 좋아해서 그걸로 좀 놀렸더니 진짜로 진지하게 화를 내더라. 하하. 아주 혼날 뻔했다.강기자 : 그건 본인만 재미있는 얘기인 것 같다.오영종 : 설마. 정석이형이랑 동욱이에게도 재미있는 얘기이지 않을까.(웃음)역시 입대를 앞두고 있어서인지 시작부터 자연스럽게 군대 얘기가 나오자 인터뷰를 하는 건지 당하는 건지 오영종의 말이 많아 지기 시작했다.'화생방이 가장 괴롭다던데 사실이냐'서부터 시작된 오영종의 질문은 훈련소 생활부터 자대 배치 후 내무 생활까지 계속됐고 비슷한 또래의 젊은이들과 전혀 다를 바 없는 그러한 모습에 정감이 느껴졌다.'고참이 되면 열심히 운동해서 몸도 만들어야지'등 혼잣말도 빼놓지 않으며 입대를 앞둔 티를 팍팍 내던 오영종은 결국 '강기자님도 잘 했으니 나도 문제없을 것'이란 이상한 결론을 내리며 흡족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바로 압박용 질문에 들어갔다.강기자 : 사실상 톱 클래스에서 있던 선수들 중 가장 기량의 공백이 짧은 상태에서 공군에 입대하는 선수다. 당연히 공군에이스에서 활약을 기대해도 되겠나.오영종 : 물론이다. 군인 신분이라서 개인리그 우승을 해도 우승 상금을 못 받을까 걱정이지 우승을 못할까 봐 걱정하지는 않는다. 프로리그 역시 마찬가지다. 르까프에서도 우승을 이끌어 봤고 같이 입대하는 정석이형이나 동욱이 모두 우승자 출신으로 잘하는 선수들 아닌가. 요즘은 공군에이스 팀이 프로리그 결승까지 가는 즐거운 상상을 종종 하고 있다.강기자 : 프로게이머치고는 입대 타이밍이 좀 빠른 듯 싶은데 무슨 문제가 있는 건 아닌가.오영종 : 공군 면접을 보는데 그 쪽 감독님께서도 똑같이 묻더라. 남자라면 누구나 갔다 와야 하는 곳이 군대 아닌가. 앞으로도 e스포츠 쪽에서 계속 활동하고 싶기 때문에 군생활과 프로게이머 생활을 병행할 수 있는 공군 에이스야말로 나에게는 딱 맞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또 개인적으로 '동기부여'가 굉장히 중요한데 공군에이스에서 들어간다면 프로게이머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많다. 공군 출신으로 개인리그를 석권한다든지 프로리그에서도 광안리 무대에 선다든지. 면접에서도 지금 나에게는 딱 적당한 타이밍이라고 얘기했고 '정말 잘한 선택'이라는 답을 들었다.스스로 인터뷰에서 '어떤 목표를 이루겠다'고 얘기하면 거의 그대로 지키는 편이라는 오영종은 공군에서의 게이머생활에 큰 자신감을 내비쳤다. 또한 현재 '25위'라는 자신의 랭킹을 정확하게 알고 있던 오영종은 앞으로도 계속 그 자리에서 더 떨어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마음 먹고 독기를 품으면 지금 잘나가고 있는 프로게이머들 누가 됐건 왜 못이기겠느냐는 거다. 지금이 가을이고 내 앞에 있는 사람이 오영종이 맞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간웅[奸雄]오영종 by pain 포모스 매니아 칼럼 中 -오영종은 확실히 뛰어난 게이머다. 스타리그 우승자 출신에다가, 사신(死神)토스라는 별명으로 스타일리스트의 반열에 오른 것은 물론이며, 르까프 오즈라는 신흥강팀의 프랜차이즈 스타까지, 은퇴는 아니지만 어쨌든 본진?에서 나와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 프로게이머 오영종의 지난 날을 직접 들어보기로 했다.강기자 : 24살의 나이에 우승도 해봤고 팀에서도 간판급 스타로 활약하는 잘나가는 프로게이머였는데 어떤 날들이었나오영종 : 음... 겉은 화려하지만 속은 외로운 게 연예인들이라고 하는데 프로게이머 역시 그와 비슷하다. 사람들이야 카메라에 비춰지는 순간만 봐서 모르겠지만 계속해서 연습하고 또 연습하고 쉴새 없이 노력해야 한다. 또한 통제가 따르는 단체생활을 하다 보니 개인생활은 거의 없다. 물론 개인리그에서 우승하고 팀이 프로리그에서 우승했을 때는 정말 말로 표현하기 힘든 기쁨을 느끼지만 거기까지 따르는 노력과 희생은 정말 장난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독하다 싶을 정도로 노력하는 선수들이 우승도 할 수 있는 거다.강기자 : 그래서 이제동도 우승을 할 수 있었구나.오영종 : 말도 마라. 워크래프트3에서 장재호 선수가 정말 말도 못할 정도로 노력한다고 들었는데 아마 스타판에서는 제동이가 가장 노력하는 선수일 거다. 지금은 정상에 있는 선수지만 맨 처음에 들어왔을 때만 해도 제동이는 그렇게 잘하는 선수가 아니었다.강기자 : 본인 인터뷰니까 오영종 얘기로 돌아가자. 사신토스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데 별명 자체로 이미 스타일리스트 아닌가. 자부심이 있을 것 같은데오영종 : 당연히. 사람들이 '오영종의 다크는 좀 다른 것 같다'고 얘기해 줄 때면 기분 좋다. 아닌게 아니라 정말 이를 악물고 열심히 노력하던 So1 우승시절에는 초를 재면서까지 다크템플러 타이밍을 연구하고 또 연구했었다. 사신토스라는 별명을 얻게 됐으니 연구의 보람이 크다.강기자 : 질럿공장장이라는 별명도 있었지 않은가. 원래 박지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들었는데오영종 : 사실 그렇다. 초기에 지호형에게 거의 모든 것을 배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호형은 지금도 잘하지만 아마추어 때부터 정말 잘하는 선수였다. 거의 지는 경우가 없었지. 오히려 지호형 같은 경우는 너무 잘하니까 더 못 큰 것 같다. 나같은 경우는 비교적 못하니까 죽을 둥 살 둥 열심히 했던 케이스고.강기자 : 박지호 역시 오영종이 자신의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있을까.오영종 : 물론. '영종이는 내가 키웠다'고 얼마나 생색내고 다니는데. 하하.강기자 : 르까프 오즈의 상징적인 존재였는데 그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오영종 : 공군에이스에서 군복무를 마치면 다시 르까프로 돌아올 거다. 아직 계약도 끝나지 않았고 내가 다른 팀에서 활동하는 모습은 스스로도 잘 상상이 가지 않는다. 창단부터 함께 한 팀 아닌가. 아쉬움이라고 하긴 그렇고 그리움을 느낀다. 르까프로 창단하기 전 '플러스'팀 시절은 늘 그립다. 고생을 워낙 많이 하면서 지냈기 때문에 더 생각나기도 하고 프로게이머 오영종을 만드는데 밑거름이 된 시절이기 때문에 그렇기도 하다. 아직 많은 나이가 아니라서 이런 말 하기에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이 딱 맞는 것 같다. 요즘과 비교해 보면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로 힘든 시절이었지만 난 오히려 그런 시절을 겪어 보지 못한 요즘 프로게이머들이 더 안됐다고 생각한다. 진짜로.오영종은 예전 얘기를 꺼내면서 정말로 옛날을 그리워하는 듯 했다. '스스로 뭔가를 만들어 간다는 것이 좋았다'고 말하는 오영종.시간이 지나고 보니 우승을 차지하고 샴페인을 터트리는 기쁨을 누린 것도 좋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팀원들끼리 힘을 합쳐 점점 강팀을 만들어 가는 과정 그 자체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모양이었다.'우리 한 번 해보자'에서 시작되어 '드디어 우리가 해냈다'를 만들어 낸 르까프 오즈와 그 선봉에 섰던 오영종은 지금도 김성곤, 최가람, 이유석 등 초기멤버들과 단순히 팀원이 아닌 형동생 사이로 지내고 있단다.오영종같은 형, 동생, 친구가 있다면 어떨까? 갑자기 궁금해졌다.강기자 : 친한 프로게이머들은 누군가오영종 : CJ의 변형태나 이번에 동반 입대 하는 위메이드의 한동욱 등 동갑내기 친구들과 친한 편이다. 형태 같은 경우는 내 소개로 GO팀에 들어가서 프로게이머가 된 케이스다. 처음에는 정말 촌놈 그 자체였는데(웃음) 지금은 게임도 잘하고 정말 많이 발전했다. 한빛의 윤용태나 CJ의 박영민, 삼성전자 주영달 등 gm길드 출신의 게이머들이랑도 친하다. 근데 뭐 친하다고 해도 승부의 세계에서 사는 프로게이머들인만큼 어느 정도 한계는 있다. 언제 어디서 싸울지 모르는 상대 아닌가.프로게이머다운 대답이었다. 오영종은 그런 의미에서 아까 얘기했던 김성곤, 최가람, 이유석 등의 존재가 '프로게이머라는 것을 떠나서도 평생 남을 인연'이라고 강조했다. 역시 끈끈한 관계는 같은 팀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당연한가 보다. 하지만 묘하게도 오영종의 군입대와 비슷한 시기에 르까프 오즈에서 저들의 존재가 사라지는 듯한 점은 '세대교체'라는 말을 떠올리게 만드는 아쉬움으로 다가왔다.혹시 혼자 짝사랑 아니야? 해서 바로 전 시즌까지 주장을 맡고 있던 이유석에게 전화를 걸어 오영종에 관해 물었다. 돌아오는 대답은 짧게 '좋은놈'이란다. 너무 짧다고 했더니 이유석은 "천하의 '오영종'이면서도 항상 먼저 연락해서 안부를 묻고 하는 걸 보면 좋은 놈 맞다"며 그 역시 오영종을 비롯한 최가람, 김성곤 등이 프로게이머 생활을 하면서 큰 재산으로 남았다고 자랑이다. 왠지 부러운 친구들이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우연찮게 오영종이 팬들에게도 잘한다는 얘기를 들었던 게 생각나 확인작업에 들어갔다.강기자 : 소위 말하는 '오프'를 자주 나가는 팬들에게 '프로게이머 중에서 누가 제일 잘해주냐'고 물어봤더니 오영종이 1위라고 하더라. 게다가 2위랑도 '넘사벽'이라고 할 정도였는데 정말 그렇나오영종 : 예전에는 나도 팬의 소중함을 몰랐다. So1 때 우승하고 난 뒤에도 시간 없고 그럴 때면 '팬미팅을 꼭 해야 하나'뭐 그런 생각도 했었고 이 판의 특성상 팬들과 너무 가깝게 만날 수 있는 점 때문에 신비주의를 할래야 할 수도 없는 등 단점이 많다고 생각했었는데 갈수록 그게 아니더라. 그런 단점은 매력으로 다가왔고 그걸 안 이후에 경기장에서 팬들이 보내는 함성과 응원의 힘은 대단하고 느꼈다.특히 잘나가다가 부진에 빠지면 그걸 절실히 깨닫게 된다. 나같은 경우도 그걸 깨닫고 강민 형이라든지 (이)윤열이 형이 팬들에게 잘한다는 얘길 들어서 그 형들에게 많이 배우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특별히 잘해주는 게 없어도 마음으로 잘해주려고 하면 팬들은 다 알아주는 것 같다. 생각해 보니 그런 팬들에게 막바지에 약한 모습을 보여 드린 것 같아서 죄송하다.
"중요한 건 지금 제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가 아닐까요? 전 지금 공군 에이스에서 빨리 경기에 출전하고 싶은 마음 밖에 없어요. 지금 제가 무슨 생각 하고 있는지 아세요? 공군 소속으로 개인리그 우승하고 프로리그 결승에 올라가면 어떨까 하는 상상으로 꽉 차 있어요. 생각만 해도 기분 좋을 것 같아요"인터뷰 하기 전 '팬들의 궁금증'에 대해 어떻게 얘기했으면 좋겠냐고 물었던 질문에 대한 오영종의 대답이다.사실 시덥지 않은 소문들의 진상 따위는 말하는 쪽이나 듣는 쪽 모두 차라리 '노코멘트'가 편하다. 사실 군입대를 앞두고 있는 오영종에게 가장 확인하고 싶었던 부분은 '과거'가 아닌 '현재', 나아가서는 '미래'였으니까. 오영종은 여태껏 자신이 이뤄 온 성과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고 더불어 미래에 대한 자신감 역시 충만했기에 그 부분을 직접 들은 것 만으로 만족스러웠다.중요한 건 '사신'오영종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과 '녹슬지 않은 칼'을 가지고 공군 에이스로 부활의 꿈을 꾸고 있다는 것. 바로 그것일 게다.오영종, 필! 승!
Copyright © 포모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