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천년전 신석기시대 배 1척 더 있다"
국립김해박물관 비봉리 유적 정식보고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2004년부터 경남 창녕군 부곡면 비봉리 44번지 일대 신석기시대 저습지 유적을 발굴조사하던 국립김해박물관은 이듬해 9월5일 놀라운 성과를 내놓았다. 8천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신석기시대 나무 배 1척을 발굴했다는 내용이었다.
이로부터 3년 정도가 흘러 더 놀라운 사실이 추가로 공개됐다. 당시 조사에서 건져낸 신석기시대 통나무 배는 1척이 아니라 2척이라는 것이다.
발굴조사 완료 이후 그 유물 정리를 해온 김해박물관(관장 임학종)이 2004년 6월30일 이후 8월4일까지 진행된 시굴조사와 그 해 11월30일에 시작해 이듬해 8월23일에 끝낸 비봉리 유적 발굴성과를 정리한 정식 보고서 '비봉리'(飛鳳里)를 18일 발간했다.
이를 통해 기존에 공개한 Ⅱ지구 제2 피트 제5 패층(貝層. 조개무지가 쌓인 층) 아래에서 출토된 목선 외에도 또 1척의 소나무를 가공해 만든 신석기시대 배 1척이 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2호 배로 명명한 이 배는 1호 배와 마찬가지로 수령이 많은 소나무를 단면 U자형으로 속을 파낸 이른바 통나무형 선박(환목주<丸木舟>)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 내부와 외부에는 돌도끼로 가공한 흔적이 발견되며, 배를 만드는 과정에서 생긴 것으로 추정되는 초흔(焦痕)이라는 불에 그을린 흔적이 곳곳에서 확인됐다.
현재 남은 규모는 길이 64.0㎝, 너비 22.0㎝, 두께 1.2~1.7㎝.
재질이나 모양 등의 여러 모로 보아 1호 배와 흡사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상대적으로 보존 상태가 양호한 1호 배는 최대 길이 310㎝, 최대 폭 62㎝, 두께 2.0-5.0㎝로 역시 통나무(소나무) 속을 파내 만들었으며, 원래 길이는 400㎝를 넘었을 것으로 보인다.
금속기가 발견되기 전 선사시대 사람들은 통나무를 가공할 때 그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군데군데 목재를 불에 태우거나 그을린 다음, 석기로 깎아내고 다시 돌로 표면을 매끈하게 처리하는 방식을 구사했다.
경북대 임산공학과 박상진 교수에게 1호 배 목재 분석을 의뢰한 결과 수령 200년 가량 되는 소나무임이 밝혀졌다.
임학종 관장은 "이는 현재 한반도에서 확인된 가장 오래된 배이며, 100여 척이 넘는 일본 조몬시대 목주(木舟.나무배) 보다 시기적으로 앞서는 것으로서, 8천년 전으로 추정하는 중국 저장성 콰후차오(跨湖橋) 유적 출토 나무배와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배로 기록된다"고 말했다.
이번 보고서는 비봉리 유적 발굴 성과로 ▲국내 최초로 신석기시대 저습지 유적을 확인했고 ▲후빙기 어느 시점에는 지금의 창녕과 밀양 지역까지 바닷물의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았다는 해수면 변동 자료를 확보했으며 ▲신석기시대 생계방식을 구체적으로 복원할 수 있는 물질자료를 얻었다는 점 등을 꼽았다.
비봉리 유적은 배 외에도 망태기, 칼 모양 목기, 똥이 화석처럼 굳어 생긴 분석(糞石), 멧돼지로 추정할 수 있는 동물 그림 등 국내 최고(最古), 최초로 기록되는 유물을 다량으로 쏟아냈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애초 홍수 예방을 위해 양배수장이 들어설 예정이던 비봉리 유적은 지난해 8월, 국가 사적 486호로 지정돼 보존되기에 이르렀다.
한편 이번 '비봉리' 발굴보고서는 판에 박힌 보고서 형식에서 탈피해, 발굴 및 유물 정리 과정 등에서 일어난 각종 일화까지 아울러 수록하는 파격을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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