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경기 출전 조웅천 "남은 경기 아직도 많아"

[한겨레] 국내투수 최초…타자로 첫 타점도 기록
"그저 오랫동안 마운드에 서고 싶을 뿐"
2-12로 뒤진 9회말 1사 1, 3루에서 투수 조웅천(39·SK·사진)이 타석에 들어섰다. 초구가 1루쪽 파울이 된 뒤라 내야수들이 마음을 놓고 있는 상황에서 조웅천은 스퀴즈 번트를 댔다. 공은 1루 선상 안쪽으로 충분한 시간을 두고 흘러갔고, 3루주자 정상호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유격수를 봤던 고교 때 이후 방망이를 제대로 잡은 적이 없는 것치곤 너무나 절묘한 번트였다.
1990년 당시 태평양으로 프로에 데뷔한 이래 19년 동안 세번 타석에 들어선 조웅천이 프로 통산 첫 타점을 올린 순간이었다. 이미 패배로 승부가 기운 뒤지만, 조웅천에겐 특별한 일이 있었던 날로 기억에 남을 법했다.
에스케이 구단 쪽은 "생애 첫 타점이 된 스퀴즈 번트 사인이 조웅천에겐 벤치의 '작은 선물'일 수도 있다"고 했다. 실제로 만 37살5개월10일 나이인 조웅천에게 27일 잠실 두산전은 국내 프로야구 투수 첫 800경기 출전 대기록을 세운 특별한 날이기 때문이다. 이날 그는 9회초 팀의 7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2피안타, 1실점 하면서 경기를 매듭지었다. 경기 뒤 그는 "기록은 숫자에 불과하다. 페넌트 레이스 가운데 한 경기를 치른 것뿐"이라며 담담해 했다.
하지만 현역 가운데 2년이나 선배인 가득염(SK·756경기) 보다 44경기나 출장수가 많다. 투수 최다출장 3위 류택현(LG·708경기)과는 무려 90경기 이상 차이가 있을 만큼 한국 야구에선 당장 이 기록을 넘볼 선수가 없다.
조웅천은 평소에도 개인 욕심이 없는 선수로 잘 알려져 있다. 이날도 그는 "주위 분들이 800경기 출전이라는 데 의미를 부여해 주는 것에 감사하게 생각한다"면서도 "앞으로 해나갈 경기가 많은 만큼 기록에 연연치 않고 그저 오랫동안 마운드에 남고 싶다"고 말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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