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후보들 부른건 사실상 'KBS사장 후보 면접'

입력 2008. 8. 23. 03:11 수정 2008. 8. 23.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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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참석자들이 전하는 대책회의

ㆍ"靑인사가 前임원 3명 인상 보고 견해도 물었다"

ㆍ정정길·이동관 "듣기만 했다"는 발언과 정반대

정정길 대통령 실장과 이동관 대변인,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유재천 KBS 이사장 등이 지난 17일 서울 시내 호텔에서 비밀리에 가진 '대책회의'는 사실상 KBS 사장후보들을 면접하는 자리였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 대변인은 22일 "KBS의 공영성 회복 등에 관해 원로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였고 정정길 대통령 실장과 저는 정말 듣기만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임 참석 경위와 발언 내용에 대한 다른 참석자들의 전언을 종합해보면 이 대변인의 말과 크게 배치된다.

참석자들은 당시 모임이 지난 17일 저녁 7시부터 2시간여 동안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7층 중식당 '도원'에서 이뤄졌다고 전했다. 이 호텔은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승리 후 초대 내각과 청와대 수석 후보들을 만난 곳일뿐더러 최시중 위원장 등 핵심 측근들과 자주 회동한 장소다.

17일 모임에 참석한 KBS 전직 임원들에 대한 연락 실무는 유재천 이사장이 맡은 것으로 확인됐다. KBS 사장 임명 제청권자인 유 이사장은 김은구 전 KBS 이사(현 KBS 사우회장) 등 3명에게 각각 연락해 "저녁을 먹자"며 개별 모임처럼 불러 참석케 했다. 모임은 저녁식사 외에는 반주 한 잔을 곁들이는 정도로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고 이들은 말했다. 한 참석자는 "유 이사장이 저녁 식사를 하자고 해 나갔더니 약속 장소에 최시중 위원장은 물론 정정길 실장과 이동관 대변인까지 나와 있어 몹시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이 전한 모임 발언 내용은 이 모임의 성격을 시사한다. 최 위원장은 참석자들이 모두 도착하자 "KBS 후임 사장 인선이 중요해서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하려고 여러분들을 모시게 됐다"고 말했다고 한다. 최 위원장의 발언에 이어 정 실장은 "KBS 문제가 매우 중요하니 다음 사장을 잘 정해야겠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김인규씨를 사장으로 보내야 했는데, 낙하산 얘기가 하도 많이 나와 힘들어졌다"고 했다. 유 이사장은 "김인규 카드가 무산돼 후임 사장 임명 문제가 시급해졌다. 사장을 공정하게 잘 뽑아 이명박 대통령의 업적으로 삼는 것이 좋겠다"고 거들었다고 한다. 17일 모임이 (KBS 상황과 관련해) 원로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였다는 이 대변인의 해명이 무색해진다.

최 위원장과 정 실장, 이 대변인의 발언 후 모임은 유 이사장이 주도했다. KBS 상황 및 새 사장 인선 문제에 대해 사회를 보듯 대화를 이끌었다는 것이다. 참석자 가운데 한 명은 "그날 KBS 이사장의 처신을 보고 놀랐다"며 "청와대 인사들이 전직 임원 3명에 대해 인상도 보고 견해를 물으며 사실상 면접을 보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서 김은구 KBS 전 이사는 "KBS 사우회에도 인재들이 많은데 원로들은 이번에 신청할 사람이 없을 것 같다"고 한 뒤 시종일관 말을 아꼈다고 한다. 최동호 육아TV 회장은 "KBS 사장은 국민 대다수가 수긍하는 더 젊고 활기찬 사람이 적합하다"고 의견을 냈고, 박흥수 강원정보영상진흥원장은 "KBS 사장은 사회통합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정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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