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이 없으면 광복회는 어디로 가나

입력 2008. 8. 5. 18:40 수정 2008. 8. 5.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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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보도국 변상욱 기자]

오는 15일은 63주년을 맞는 광복절이자 정부수립 60주년을 맞는 날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건국 60주년'으로 말을 바꿔 대대적인 캠페인에 나서면서 곳곳에서 혼선과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 광복절이 없으면 광복회는 어디로 가나?

부산광역시의 경우 광복절 시청 홈페이지에 '건국 60주년 기념 전야음악제'라고 공지가 떴다가 '건국 60주년'이라는 타이틀은 잘못된 것이라는 비난이 빗발치자 슬그머니 내려가더니 지난 4일부터 '제63주년 광복절 및 대한민국 건국 60년 기념 전야음악제'로 이름을 바꿔 다시 내걸렸다.

정부가 그렇게 통일하도록 공문을 보냈다고 한다. 또 독립유공자와 유족들로 구성된 광복회는 이번 건국 60주년 기념 8.15 행사에 불참하겠다며 분노하고 있다.

당황한 정부는 지난 4일 김영일 광복회장을 건국 60주년 기념사업위원회 위원으로 급히 위촉까지 했는데 행사 기획, 자문, 추진 다 끝나고 행사 1주일 앞인데 위원으로 임명한들 무슨 역할이 있을까.

건국절을 제정하자는 취지는 '광복은 그 자체가 근대 국가 형성과 밀접한 관계가 없다. 조선 봉건왕조가 끝나고 일본 식민지배가 종식된 뒤 명실상부하게 국민의 주권을 선포한 1948년 8월 15일을 미래지향적 의미를 갖는 건국절로 바꾸자. 마침 광복 일 갑자를 돌고 새 갑자가 시작되는 시점이니 이 때 정하자'는 것이다.

2년 전 2006년 7월 31일, 동아일보에 실린 서울대 경제학과 이 모 교수의 칼럼으로 시작된 건국절 제정 주장은 뉴라이트 재단과 자유주의연대가 '건국절 바꾸기' 운동을 제안하고 한나라당이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꾸자는 '국경일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제출하면서 사회 이슈가 되었다.

그러나 건국절 제정은 몇 가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 친일 청산 후 건국 VS 건국 후 친일 삭제

1. 대한민국 헌법 제 3 조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 헌법대로라면 지금의 건국은 아직 온전치 못하다. 그런 의미에서 건국이란 단어 대신 '정부수립'이라고 해왔던 것일텐데 이명박 정부 들어서서 '건국 60주년'으로 행사명을 개칭하고 건국절까지 만든다는 것은 더 생각해 볼 일이다.

2. 대한민국이라는 연호가 처음 쓰인 것은 상해 '대한민국 임시정부'부터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는 이 나라가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계승한다고 되어 있다. "우리 대한국민은 3.1 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 헌법대로 하자면 건국은 1919년 4월 13일, 올해가 89주년이 되는 셈이다.

3. '1948년 정부 수립 이전에는 국제사회에서 어떤 기구나 단체도 대한민국 정부로 인정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러므로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일본의 영토와 권리를 논의하는 자리에 한국대표는 낄 자격이 없다'. 이것은 샌프란시스코 평화회담에서 내놓은 미 국무부 의견이다. 이 견해대로라면 1948년부터 대한민국이 존재하고 일본은 1947년 독도가 일본 땅임으로 돌려달라 요청했으니 일본 영토로 해야 한다는 논리에 빠질 수 있다. 이처럼 본의 아니게 대한민국 건국절 제정은 미국 외교문서에 입각한 주장이고 독도를 넘겨주게 되는 주장이다.

핵심은 왜 건국절이 보수진영에서, 한나라당에서, 그리고 이명박 정부 들어서서 활력을 얻어 기승을 부리나 하는 것이다. 왜 친일 잔재 청산에 넌덜머리를 내는 사람들이 자꾸 '광복'과 '정부수립 60년'을 기피하고 '건국 60년'을 강조하는가? 친일의 정체성과 도대체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일까 하는 문제이다.

한 발 양보해서 보수 우파건 진보 좌파건 문제 삼고 싶지는 않다. 국민통합이 절실한 시점이니 그러고 싶다. 그러나 그 어떤 세력도 국가와 민족의 정통성을 사사로이 건드리거나 정치적 색깔을 띠고 고치려 해선 안 된다. 조국의 정통성과 법통성은 숭고한 불가침의 성역이다.

snipe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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