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내변산 산길 걷노라면.. '山海絶勝'이 내 품에

조용준 2008. 7. 3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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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상(實相)골목 저쪽으로 변산의 대관이 칠분(七分)이나 한 눈에 바라보여 경승이 과연 가절하니 그 위치와 안계(眼界)가 금강산으로 말하면 망군대에 당할것이었다. 나즉나즉한 산이 둥글둥글하게 뭉치고 깔려서 앞엣 놈은 주춤주춤, 뒤엣 놈은 갸웃갸웃 하는 것이 아마도 변산 특유의 구경일 것이다"

육당 최남선은 1925년 3월부터 50여일간 지리산, 내장산, 변산 등을 둘러보고 쓴 기행문 '심춘순례'에서 내변산 월명암에서 바라본 감회를 이렇게 기록했다.

이처럼 산, 들, 바다가 어우러진 전북 부안의 변산반도는 예로부터 산해절승(山海絶勝)으로서 '서해의 진주'라고도 불렸다.

특히 산악지대를 중심으로 한 변산의 안쪽인 내변산은 호남정맥에서 나뉘어 온 산줄기가 서해로 튕겨 나온 듯한 기암 괴석으로 이루어진 산봉우리와 그 사이 폭포, 담, 계곡, 절집 등 승경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80여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육당 최남선이 걸었던 그 길을 따라 내변산의 아름다움에 젖어 보는 것은 어떨까.

장마가 주춤하면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지난 주말 부안 내변산을 찾았다.

지난해부터 국립공원입장료가 없어졌기 때문에 매표소(탐방지원센터)는 무사통과다.

매표소를 지나 왼쪽으로 이어지는 봉래계곡을 따라 10여분 오르자 천왕봉 아래 자리잡고 있는 실상사지가 나왔다. 변산의 4대 사찰 중 하나로 꼽히었던 실상사는 6,25때 불타 없어지고 지금은 터 주변에 암자만 하나 서 있다.

실상사지에서 직소폭포(1.7km)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직소폭포 가는길의 계곡은 우렁찬 물소리는 아니지만 소리없는 고요속에 쉼을 유혹한다.

잠시 후 삼거리가 나온다. 오른쪽은 월명암(月明庵)길이고 왼쪽은 직소폭포 코스다.

걷는 데 자신 있는 이라면 이 곳에서 월명암, 낙조대, 직소폭포, 관음봉, 내소사로 이어지는 코스(4~5시간)에 도전해볼만 하다. 육당이 아름다움을 노래한 바다와 호수, 그리고 내변산과 외변산의 산해절승을 모두 둘러볼 수 있다.

그러나 가족이나 연인 등 유유자적 휴식을 겸한 길이라면 바로 실상사지~직소폭포(왕복 1시간10)길이 제격이다.

직소폭포길로 걸었다. 한 참을 평평한 산길이 이어지다 약간 가파른 길에 올라서니 왼쪽으로 산과 산사이로 거대한 저수지가 눈앞에 펼쳐졌다.

동행한 김성채 부안군 문화관광과 직원이 "직소보"란다. 그는 "직소폭포에서 내린 물들이 모여 이루어진 것으로 부안댐이 생기기 전 물을 모아서 사용하던 곳"이라고 설명한다.

나무테크로 만들어진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직소보는 한 마디로 장관이다. 특히 저수지를 발 아래 둔 것처럼 설치된 나무데크 탐방로를 걷노라면 마치 물 위를 걷는 것처럼 시원스런 맛이 있다.

조금 경사진 탐방로를 지나서니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선녀탕이 나온다.

선녀탕을 지나 제법 가파른 길을 10분 오르자 울창한 물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직소폭포 가까이 왔다는 설레임에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린다.

드디어 시원한 물줄기가 눈 앞에 펼쳐진다. 직소폭포다.

30m 높이의 직소폭포는 주변 산세와 잘 어우러져 있어 외변산의 채석강과 함께 변산반도의 양대 명소로 손꼽힌다.

탐방로 왼쪽으로 경사진 곳에 나무로 만든 폭포 전망대가 펼쳐져 있다. 오른쪽으로 직소폭포를 먼발치로 바라볼 수 있으며 끝까지 내려가면 제2폭포인 분옥담이 넘실댄다.

탐방로 옆으로 직소폭포로 내려가는 길이다. 한 발 한발 내딛딜때마다 물줄기 소리는 더 힘차다. 하늘을 가린 숲길은 마치 다른 세계로 연결된 터널 같다. 터널 끝에는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물줄기와 부서지는 포말은 순식간에 조용히 흐르는 물줄기가 되어 분옥담과 선녀탕을 만들고 봉래계곡으로 흐른다.

휴식을 겸한 트래킹이 목적이라면 여기서 왔던 길을 되돌아가면 된다.

직소폭포를 나와 오른쪽 가파른 산길을 넘어서면 거짓말처럼 널찍하고 평탄한 길이 나온다. 누가 가파른 암벽이 빚어낸 폭포 너머에 이토록 평탄한 땅이 있으리라 생각할 수 있겠는가.

쉬엄 쉬엄 콧노래 절로 나오는 산길을 걷다가 계곡 최상류의 물길을 건너 얼마쯤 오르면 재백이재 삼거리다. 내소사 쪽으로 가려면 여기서 왼쪽의 능선길을 따라야 한다. 바위턱을 지나자 변산반도와 곰소만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풍광이 장관이다.

이곳을 지나면 드디어 관음봉 삼거리다. 이제부터는 내리막길. 소나무 사잇길로 난 탐방로는 경사길이지만 편안한 마음으로 하산할 수 있다.

한참을 내려오니 왼편에 전나무 숲길 너머로 천년이 넘는 세월 동안 변산반도를 지켜온 내소사가 눈앞에 아스라히 잡힌다.

부안=글ㆍ사진 조용준 기자 jun21@asiaeconomy.co.kr

◆여행메모

▲가는길=서해안고속도로 이용해 가다 부안IC를 나와 30번 국도를 타고 부안읍내를 지나 해안선을 끼고 달린다. 새만금전시관을 지나 변산면사무소에서 736지방도 이용해 조금만 가면 내변산 매표소다.

▲먹거리=격포항에는 싱싱한 활어와 백합을 이용한 식당이 많다. 그중군산해물탕(063-583-3234)은 백합찜, 탕, 죽 등의 맛이 일품이다. 또 백합죽으로 유명한 묵정은 부안군민들이 추천하는 곳. 젓갈로 유명한 곰소항에서 '젓갈정식'도 맛보자. 작은 종지에 나오는 9가지 젓갈의 향연은 밥 한 그릇이 뚝딱이다.

▲볼거리=전나무 숲길이 아름다운 내소사를 비롯해 낙조로 유명한 솔섬, 채석강, 새만금 방조제 등도 빼놓을 수 없다. 격포항 인근에는 왕의 남자, 불멸의 이순신 등의 촬영지 '부안영상테마파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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