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붙는 '황금주파수' 논쟁..800MHz 딜레마
주파수 합병허용 정부의 원죄법적 사용권 보장받은 SKT는조기회수ㆍ의무로밍 주장 외면'꼬인 800㎒' 여전히 평행선만
■정보미디어 이슈 플러스
2000년대 우리 이동통신 시장을 관통한 키워드는 단연 800MHz 논란이다. SK텔레콤이 신세기통신과의 합병으로 독점하게 된 800MHz 주파수는 투자효율성이 좋아 이른바 `황금주파수'로 불린다. 이 때문에 800MHz는 조기 회수 및 재배치와 로밍이란 끊임없는 논란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특히 800MHz는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인수와 관련해 지배력전이 논란의 핵심으로 지목되면서 `혁신'의 대상으로까지 부상하기도 했다. 주무부처도 아닌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의 하나로 인수 조건으로 800MHz 로밍 의무화를 부과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800MHz를 둘러싼 논란은 그러나 최근 방송통신위원회가 "로밍을 포함한 1GHz 이하 대역 우량주파수의 회수 및 재배치 로드맵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연말까지 마련하겠다"는 발표와 함께 사실상 정리되는 분위기였다. 종합적인 로드맵이란 이름을 달았지만, 여기에는 그간 논란이 됐던 800MHz 로밍 의무화는 물론 조기에 주파수를 회수 재배치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23일 공정위가 재차 SK텔레콤에 로밍 의무화 시정조치를 강행하겠다고 나서면서 800MHz는 또 다시 논란의 회오리 속으로 빨려 들어갈 분위기다. 지난 10여년간 우리 이통시장을 관통했던 800MHz를 둘러싼 제(諸) 문제는 무엇인지, 지리한 논란의 끝은 어디일지 짚어본다.<편집자주>
◇800MHz 논란의 발단〓800MHz가 주목받는 이유는 간단하다. 멀리가고(직진성) 넓게 퍼지는(회절성) 주파수 특징상 투자대비 효율이 좋기 때문이다. 업계와 학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이 사용하는 800MHz 주파수는 2.1GHz(KTF와 LG텔레콤 사용)에 비해 투자 효율성이 1.7배 좋다. 800MHz 사업자가 기지국 1개를 세울 때, 2.1GHz 사업자는 1.7개의 기지국을 세워야한다. 이런 점 때문에 800MHz를 보유한 사업자는 시장에서 경쟁우위에 설 수 있다.
800MHz 논란은 바로 이런 황금주파수를 SK텔레콤이 7년 이상 독점하고 있다는 데서 출발한다. 이것이 지금의 시장 지배적사업자 SK텔레콤과 후발사업자 KTFㆍLG텔레콤간 간극의 출발점이란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KTF는 오는 2011년 6월 SK텔레콤의 800MHz 주파수 사용시한에 상관없이 남는 주파수 대역을 조기에 회수 재배치 해야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으며, LG텔레콤은 로밍이라도 해줘야 한다며 끈질기게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통신사업자 입장에서 주파수는 권력이다. 따라서 이런 주파수 불균형은 어찌보면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800MHz 사용)합병 당시 주파수 합병에 따른 시장 지배력 등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하지 않았던 정부와 규제기관이 만들어 낸 산물이기도 하다.
물론 SK텔레콤 입장에서는 정부로부터 합당한 절차를 거쳐 800MHz 주파수 사용권을 보장받았으니 경쟁사들의 조기 회수니 로밍 의무화 주장을 외면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주파수 독점 해소가 논란의 핵심〓SK텔레콤이 신세기가 사용하던 800MHz 주파수까지 합병하면서 한국은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렵게 단일 사업자가 800MHz를 독점하고 있다. 800MHz 획득의 정당성과 타당성에도 불구하고 이런 불균형은 시장에 어떤 식으로든지 영향을 미쳐왔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다시 말해 800MHz 독점은 경쟁우위를 통한 시장독점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주파수 독점을 해소하는 것이 바로 공정경쟁과 경쟁활성화를 유도하는 해법으로 보는 것이 문제 해결의 기본적인 인식인 셈이다.
그러나 800MHz 논란은 SK텔레콤과 신세기의 `주파수 합병'을 허용한 원죄를 지닌 정부의 곤란한 입장, 그것을 알고 있는 SK텔레콤의 자기권리 주장, 경쟁사들의 꼬인 실타래(800MHz)를 풀자는 논란이 엉키면서 딜레마가 됐다.
◇조기 회수 및 재배치〓KTF는 독점 해소 방안으로 SK텔레콤이 사용하고 있는 800MHz 주파수 가운데 남는 여유대역을 법이 정한 사용시한 이전이라도 조기에 회수해 다른 용도로 재배치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법적으로 정해진 사용시한 이전에 조기에 회수 및 재배치가 가능한 지 여부와, 또 유휴주파수 대역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 논란이 될 수 있다. 현행법에서 주파수 로밍과 회수 재배치 등을 규정한 조항은 전파법과 전기통신사업법 등에 산재돼 있다.
관련해 전파법 제6조(전파자원 이용효율의 개선), 제6조2(주파수 회수 또는 주파수 재배치)를 비롯해 전기통신사업법 제33조7(무선통신시설의 공동이용)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조기에 회수 재배치하려면 `주파수 이용 효율이 현저히 떨어질 경우'에 가능하지만, SK텔레콤의 800MHz가 이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다만 `주파수 이용효율을 높이고 산업발전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해당될 수 있지만, 이는 사실 선언적 성격이 짙다. 다시 말해 조기 회수 및 재배치는 방통위의 정책적 판단이 필요한 대목이지만, 법적으로 보장된 사용시한을 무시하며 이런 결론을 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800MHz 유휴대역폭도 논란이다. 최근 국회 보좌진들의 연구모임인 방송정보통신미래모임에서 배성훈박사(한양대)는 SK텔레콤이 사용하는 800MHz 주파수 대역폭 45㎒ 주파수 가운데 지난해말 기준으로 약 24.2㎒가 유휴 분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사자인 SK텔레콤은 이에 대해 "놀고 있는 주파수(유휴주파수)가 거의 없다"고 일축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주파수 여유분은 사실 이를 계산하는 방법 등이 다양하고 변수가 너무 많아 획일화된 것이 없다.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로밍 의무화〓로밍의무화는 LG텔레콤의 숙원 사업이자 화두이기도 하다. LG텔레콤은 산간오지 등 LG텔레콤이 서비스 커버리지가 도달하지 않는 지역에 대해 로밍을 허용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로밍이 허용되면 통화 품질이 높아지고 이는 소비자 후생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LG텔레콤의 주장이다.
SK텔레콤은 이에 대해 로밍을 하더라도 800MHz 주파수를 수신할 수 있는 단말기를 별로도 출시해야하고 로밍 지역도 산간오지나 군부대 등 매우 제한적이라며, LG텔레콤이 오히려 800MHz를 영업에 활용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며 절대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두 회사 사이에는 이런 공방전이 지난 수년간 계속돼 왔지만 여전히 평행선만 달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SK텔레콤은 로밍의 대안으로 기지국 공용화를 들고 나왔다. 기지국 공용화는 기지국 설치에 필요한 토지, 전원설비, 안테나를 부착하는 철탑 등을 함께 사용하자는 것이다. 주파수를 함께 이용하는 로밍과는 다른 것이다.
기지국 공용화는 중복투자와 도시미관 및 자연환경 훼손을 방지할 수 있고, 기지국으로부터 방출되는 전자파로 인한 인체유해 시비를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주파수에 관심이 있는 LG텔레콤에게 기지국 공용화는 `속빈 강정'이나 다름없다.
김응열기자ㆍ조성훈기자 uy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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