놈놈놈.. 그리고 못다핀 영화의 꿈

2008. 7. 15.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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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턴트맨 출신 무술감독 故지중현씨의 안타까운 사연

중국 촬영중 교통사고…엔딩크레디트서 고인 기려

영화에 빠져 지내던 젊은이가 있었다. 특별한 운동도 무술도 해본 적이 없지만 영화가 좋아 무작정 스턴트맨이 되겠다고 영화계의 문을 두드렸다. 영화에 나와도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스턴트맨이었지만 제 몫을 한다는 것을 자랑스러워하던 아들이기도 했다. 스턴트맨 훈련을 받던 10여년 전 "드디어 선배가 내 이름을 불러줬다"며 자랑스레 웃던 아들의 모습을 아버지는 잊지 못한다. 젊은이는 수년간 스턴트맨과 단역 배우를 거쳐 드디어 '무술감독'까지 됐다. 한국영화의 중요 작품 엔딩 크레디트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의 시나리오를 받았다. 원래 다른 영화를 하기로 돼 있었지만 계획을 바꿔서 선배들에게 "내가 하겠다"고 우겼다. 한 번도 자기 주장을 내세워 본 적이 없는 온순한 성격이었던지라 선배들은 흔쾌히 그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는 중국에서 촬영 중 사고로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다. '놈놈놈'은 그의 유작이 됐다.

영화 '놈놈놈'의 중국 로케이션 중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무술감독 겸 배우 고(故) 지중현 씨의 사연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그는 지난해 9월 촬영장 이동 중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 당시 32세였다. 김지운 감독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무술감독 중 하나였고 인간적으로 좋아하던 동료였다"고 회고하며 애통해했다. 김지운 감독은 안타깝고 허무한 마음을 이병헌의 극중 대사로 표현했다.

"허무한 죽음이란 없지, 살아남은 자들이 허무한 거지."

젊은 영화인을 기리는 김 감독과 영화제작진의 뜻은 엔딩 크레디트에도 실렸다. '놈놈놈'의 본편 상영이 다 끝나면 '故 지중현, Bana Tehrani Ali Asghar 당신을 기억합니다'라는 자막이 뜬다. '루이스'라는 애칭으로 불리던 바나 테라니 알리 아스가르 씨는 영화에 출연한 외국인 배우로 촬영을 모두 끝내고 귀국한 지난 3월 교통사고로 숨졌다.

지중현 씨는 1998년 서울액션스쿨의 교육생 1기로 영화계에 입문해 10여년간 한국영화 촬영현장에서 굳은 일과 거친 액션장면을 도맡아 해오던 전도유망한 무술감독이자 배우였다. 지중현 씨의 직계선배이기도 정두홍 무술감독은 "워낙 몸과 운동신경이 뛰어나 빠른 시간에 실력이 급성장했던 후배"라며 "그의 부모님께 당신 아들이 이 사회에서 이렇게 자랑스럽게 살았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어 영화시사회에 모시기도 했다"고 말했다. 고인은 '무사' '흑수선' '피도 눈물도 없이' '튜브'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 등에 스턴트맨이자 액션팀 스태프로 참여했으며 '놈놈놈'을 비롯해 '달콤한 인생' '중천' '패밀리'에선 무술감독 겸 배우로 활동했다.

이형석 기자(suk@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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