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 '다음 죽이기' 선봉에 서다

입력 2008. 7. 7. 14:51 수정 2008. 7. 7.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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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21 이슈추적]

온라인 광장 '아고라' 무력화 수순 밟기

뉴스 중단 이어 저작권법 등 규제 대폭 강화

경제 5단체·검찰·방통위·대한변협 '일사분란'

'조·중·동의 뉴스 콘텐츠 중단 → 여타 언론사의 뉴스 공급 중단 → 블로그와 게시판 게시물에 대한 저작권법 위반 고발 → 열성 이용자 이탈 → 다음 광고주 광고 중단 → 다음 경영 악화.'

이른바 '다음 죽이기' 시나리오다. 정확히는 '광장'(아고라)을 무력화하기 위한 과정이다.

조선·중앙·동아일보(조·중·동)가 7월7일 0시를 기해 미디어다음에 뉴스 콘텐츠 공급을 중단한다. 조·중·동은 7월2일 다음커뮤니케이션에 공문을 보내어 이런 사실을 통보했다.

전체 트래픽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어

공교롭게도 전날인 7월1일 네이버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뉴스 편집권을 뉴스 제공업체에 되돌려주겠다고 밝혔다. 신문과 방송에 편집권을 되돌려주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뉴미디어(포털)가 올드 미디어에 무릎을 꿇는 순간이었다. 아울러 네이버와 다음에 대한 보수 언론들의 대처가 갈리는 순간이기도 했다.

조·중·동이 다음에 뉴스 콘텐츠를 중단할 것이란 설은 6월 초순부터 돌았다. 뉴스 콘텐츠 중단은 다음 아고라에서 촉발된 보수 신문 광고주 압박운동에 대응해 조·중·동이 준비하고 있던 1차 반격 카드다. 이를 주도한 것은 <조선일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아고라에서 가장 집중적으로 타깃이 된 것이 <조선일보> 광고주들이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신문 콘텐츠뿐만 아니라 주간지(<위클리조선>과 <주간동아>) 콘텐츠도 공급을 중단할 예정이다. <중앙일보>의 경우는 신문 콘텐츠만 끊는다.

조·중·동의 뉴스 콘텐츠 제공 중단은 단기적으로 보수적인 다음 이용자들의 이탈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포털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단 보수 신문들이 노리는 것은 다음과 네이버의 정치적 차별화로 보인다"며 "다음을 이용하는 보수적 이용자들에게 다음을 외면하게 만드는 효과를 노릴 것"이라고 말했다.

포털 정보의 이용량을 따지는 페이지뷰(인터넷 방문자들이 열어본 웹페이지 수)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란 예측이다. 매체보다는 제목으로 뉴스를 선택하는 인터넷 이용자들의 특성상, 조·중·동의 뉴스가 전체 인터넷 페이지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많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동양증권의 이창영 애널리스트는 "인터넷 이용자 조사기관인 '코리안클릭'의 자료를 보면, 5월 기준으로 다음커뮤니케이션의 뉴스 섹션인 미디어다음 트래픽(이용량)에서 조·중·동의 콘텐츠가 차지하는 비중이 1.7%였고, 다음 전체의 트래픽에 견줘보면 0.4%에 불과했다"며 "이를 바탕으로 보면 조·중·동의 철수가 다음의 전체 트래픽에 미칠 영향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고 말했다.

저작권법 강화하면 포털 대상 소송도 가능

2단계는 다른 언론사들의 추가 철수다. 포털 업계의 한 관계자는 "조·중·동에 이어 다른 언론사들도 뉴스 제공을 중단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설이 있다"며 "뉴스 제공 중단이 결정된다면 시기는 7월 중순이나 하순이 된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보수 언론 3사는 다른 언론사들에도 다음에 뉴스 콘텐츠 제공을 중단하도록 협조를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중앙일간지와 경제신문 등을 중심으로 5~7개사의 추가 참여가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일경제>의 한 관계자는 "인터넷 포털에 뉴스 제공을 중단할 경우 발생할 여러 상황을 감안하면 신중히 결정할 문제"라고 밝혔다. <국민일보>의 온라인 뉴스를 담당하는 <쿠키뉴스> 관계자는 "아직 들은 것은 없다"면서도 "만약 논의가 있었다면 윗선에서 논의가 됐을 것"이라고 경영진 차원에서의 논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조·중·동이 아닌 다른 신문사들도 뉴스 제공 중단에 참여할 이유는 있다. 그간 포털이 우위에 있었던 관계를 재정립하고, 뉴스 제공 이용료 협상 등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한 카드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들도 누리꾼들의 집중적인 공격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고, 당장 누리집(신문사 사이트) 방문자 수가 줄어들게 될 것이기 때문에 고민은 깊다.

3단계로는 저작권법을 강화하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 일부에서는 저작권법을 위반한 누리꾼뿐만 아니라, 포털도 연대책임을 물리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2007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현행 저작권법에서도 포털의 블로그나 카페, 게시판 등에 올라온 글에서 저작권 위반 사례를 찾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신문기사 전체를 전재하는 것은 불법이기 때문이다. 출처를 밝히고 기사의 일부를 발췌 인용하거나, 기사의 인터넷 주소를 연결(링크)해야 한다.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이를 모르고 기사를 그대로 옮겨놓는다. 현재는 이런 행위에 공간만 제공한 포털은 저작권법 위반 혐의를 받지 않지만, 저작권법을 강화해 함께 처벌받도록 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신문사들은 저작권법이 강화된 2007년부터 사전 동의나 허락 없이 기사를 정보로 제공하는 기업이나 소규모 업체들을 상대로 저작권법 위반 소송을 벌이고 있다. 신문사들이 일일이 나서는 것이 아니라, 특정 법무법인에 일괄적으로 위임하는 형태로 일을 진행하고 있다. 신문사와 법무법인은 소송 결과로 받은 보상액이나 합의금을 일정 비율로 나눠가지고 있다. 아직 포털을 상대로 소송을 건 신문사는 없다. 만약 저작권법이 이런 형태로 강화된다면, 다음 등 포털을 상대로 한 소송도 가능해진다. 그러면 포털은 막대한 보상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포털은 엄청난 인원을 동원해 일일이 누리꾼들이 올린 글들을 조회하고 감시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는 포털의 비용 증가와 수익성 악화로 연결된다.

대한변협의 수상한 성명서

차제에 방송통신위원회는 인터넷에서의 명예훼손, 악성 루머 등 불건전 정보를 차단하기 위해 포털 등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포털 등의 사업자에게 불법 정보 유통 차단 의무를 부과하고 위반시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포털은 이를 막기 위한 모니터링 인력·조직을 운영할 의무를 지게 된다. 이러한 방향의 정보통신망이용법 개정안은 이르면 올해 9월 정기국회에 제출될 전망이다.

포털 규제가 전반적으로 강화되는 상황에서, 감시와 처벌이 다음 쪽으로 집중될 경우는 사용자들의 이탈도 예상할 수 있다. 현재도 다음 아고라에 오른 글이 임시조처(블라인드처리)되거나 삭제될 경우 강하게 반발하는 누리꾼들이 상당수다. 하지만 다음으로서는 임시조처·삭제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다음 홍보팀 관계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결정 등에 비춰봤을 때, 게시물 삭제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가 민사소송을 당하게 되면 100% 패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더 무서운 것은 조·중·동의 이해에 맞춰 착착 움직이는 우리 사회의 구조다. 6월18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등 경제5단체가 조·중·동 광고주에 대한 압박운동을 중단해줄 것을 요청한 이튿날 검찰은 조·중·동 광고주 압박운동에 대한 수사 방침을 발표했다. 7월1일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다음 아고라의 조·중·동 광고주 압박운동 게시글에 대해 위법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7월3일에는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가 조·중·동에 대한 광고 중단 압박 운동은 위법이라는 법률검토보고서를 발표하고 촛불집회의 중단을 요구했다. 경찰이 광화문의 조선·동아일보사 사옥을 경찰버스로 에워싸던 시점에, 정부와 우리 사회의 권력기구들은 조·중·동의 이익 보호를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물론, 그 배후에는 조·중·동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한겨레> 6월20일치 보도에 따르면 경제5단체가 네티즌들의 광고주 압박운동을 막아달라고 인터넷 포털에 요청한 것은 조·중·동의 요구에 따른 것이었다. 또한 경제5단체는 포털들에 정식 공문을 보낸 것도 아니고, 일종의 구두 협조만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중·동의 압력에 밀려 '억지춘향'을 한 방증이다.

다음 주가는 ↑ 네이버·조선 주가는 ↓

대한변협의 성명서 발표에도 의혹이 있다. 대한변협은 6월30일 각 지방 변호사회에 '현 시국과 관련한 의견을 수렴한다'는 공문을 내렸다. 대한변협은 공문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촉발돼 발생한 시위의 양상이 초반의 순수성을 잃고 극한의 폭력시위로 변모되는 우려스러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전제를 깔았다. 애초 시한은 '7월4일 오후 6시'까지였다. 그러나 대한변협은 전체 회원들의 수렴 작업이 채 끝나지도 않은 3일 오후 3시 성명서를 발표했다. 내용도 6월30일 당시 각 지방 변호사회에 보낸 공문에 실린 원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애초 시한을 하루 이상 앞당겨 서두른 이유가 석연치 않다.

다음의 광고주들에 대한 조·중·동의 압력도 예측할 수 있다. <조선일보>는 6월17일치 신문에 "삼양 '너트 라면'에 소비자 화났다"는 제목의 기사를 썼다가 누리꾼들의 집중적인 공격을 받은 바 있다. 삼양라면은 다음 아고라에서 집중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조·중·동의 사회적 영향력을 두려워한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다음에 온라인 광고를 내지 않는 분위기를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부담이 계속 겹칠 경우 다음의 앞길은 가시밭길이다.

정반대의 가능성도 있다. 조·중·동의 전방위적 압박에도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영향력이나 매출액, 주가에 큰 영향이 없다면 조·중·동에 부메랑이 되어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권력집단에 대한 조·중·동의 영향력은 클지 몰라도, 전체 사회에 대한 영향력은 그만큼 감소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한 예로 장기적인 기업가치에 대한 현재의 평가인 주식변동은 다음에 호의적이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주가는 7월4일 낮 12시에 전날보다 2천원(+3.17%) 오른 6만5천원을 기록했다. 네이버(NHN)는 1만2100원(-6.88%) 하락한 16만3900원을 찍었다. 다음은 조·중·동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이틀째 상승세를 이어갔고, 네이버는 반대였다.

<조선일보>의 인터넷 부문인 <디지틀조선>도 같은 시각 전날보다 25원(-1.25%) 내린 1975원을 기록했다. 주가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한겨레21>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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