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에겐 '에덴 동산'이었던 바르샤바 동물원

입력 2008. 7. 5. 02:53 수정 2008. 7. 5. 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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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별 아래 집/다이앤 애커먼 지음ㆍ강혜정 옮김/미래인 발행ㆍ404쪽ㆍ1만5,000원

나치는 유대인, 집시, 슬라브인을 '인간 이외의 종'으로 멸종시켜야 할 존재로 규정했지만 동물, 특히 희귀동물은 고귀하고 신비로운 존재, 천사 같은 존재로 여겨 집착했다. 그 덕분에 폴란드 바르샤바 동물원의 동물들은 살아남을 수 있었고 그곳의 동물우리 안에 숨어있던 레지스탕스 조직원과 유대인 300여명도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이 책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바르샤바 동물원장이었던 얀 자빈스키와 그의 아내 안토니나 자빈스키가 목숨을 걸고 인간과 동물 모두를 따뜻하게 보듬어 안았던 실화를 재구성한 논픽션이다.

문학 뇌과학 동물학 식물학 등의 분야를 넘나들며 섬세한 감성을 표현하는 글을 쓰기로 이름난 저자는 70년 전에 일어났던 일들을 주인공들의 일기와 회고록, 저서, 주변 인물과의 인터뷰, 현지 탐방 등을 통해 현장에서 지켜본 것처럼 재현해내고 있다.

기독교인이었고 동물들을 사랑했던 자빈스키 부부가 '손님'이라고 부른 레지스탕스 조직원과 유대인 도망자들 중 상당수는 얀이 바르샤바의 유대인 거주지 게토에서 직접 빼내온 사람들이었다. 부부는 표범 우리에 숨은 사람은 '표범'으로 부르는 것처럼 도망자가 어느 동물 우리에 숨었느냐에 따라 다른 암호명을 붙였다.

사람한테 동물이름을 붙이고, 동물한테 사람이름을 붙여 '검은 담비'는 사람인지, 동물인지, 진짜 이름인지, 암호명인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얀이 이끌었던 레지스탕스 세포조직의 운동원들은 바르샤뱌 동물원을 암호명으로 '미친 별 아래 집'이라고 불렀다.

'쉰들러 리스트'를 연상케 하는 이들 부부의 이야기에는 영웅담만 있는 게 아니다. 자빈스키 부부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동물들도 보살폈다. 폭격에서 살아남은 동물원의 동물들은 물론이고 어미를 잃거나 다친 동물들도 모두 거두어 보살폈다. 독일 병사들이 수시로 찾아오는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도 그곳에서는 놀이, 동물, 경탄, 호기심, 천진무구한 동심이 숨쉬고 있었다. 그곳은 게토에서 도망친 손님들에게는 에덴동산과 같았다.

부부에게는 인간과 동물의 차이가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부부는 포유류, 파충류, 곤충, 조류, 그리고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과 한 지붕 아래에서 생활하면서 자문했다. "동물들은 겨우 몇 달 만에 포식 본능을 억누르기도 하는데, 인간은 수세기의 교화과정을 거쳤음에도 그렇게도 빨리 짐승보다 잔인하게 변해 버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바르샤바 동물원에서 벌어졌던 일, 폴란드가 자랑하는 원시림 비아워비에자 숲과 여러 동물들의 생태, 나치 치하에서 벌어지는 사람들의 삶에 대한 세밀한 묘사가 돋보인다.

남경욱 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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