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참히 무너진 어느 건설노동자의 '꿈'

입력 2008. 6. 24. 22:09 수정 2008. 6. 24.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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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삶 꿈꾸며 덤프트럭 구입..2개월만에 생활고 비관 자살

(평택=연합뉴스) 심언철 기자 = 24일 오전 10시께 경기도 평택시 오성면 창내리진위천 둔치에서 숨진채 발견된 김모(49) 씨가 목을 맨 15t 덤프트럭은 지난 4월 리스로 구입한 것이었다.

20여년 동안 남의 버스.화물차 운전을 하며 그렇게 갖고 싶어했던 자신의 덤프트럭을 구입한 지 2달만이다.

경찰과 김씨의 지인 편모(52)씨, 동생(43.회사원) 등에 따르면 김씨는 인천시 영종도 영종하늘도시 건설현장에서 일을 하기 위해 대구의 D캐피털에서 1천900만원을 빌려 덤프트럭을 구입했다.

김씨는 그 때 동생에게 "계속 남의 차만 몰고 살 수 없는 것 아니냐.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내차를 구입해 열심히 일하겠다"고 희망에 차 있었다.

일터를 영종도로 잡으며 20여년 동안 살아온 경기도 평택시의 월세방 보증금도 뺐다.

희망도 잠시, 5월 중순께 건설노조가 운반비 인상을 요구하며 운송거부에 들어가자 김씨는 더 이상 일을 하지 못하게 됐다.

파업이 한달째 이어지면서 월세 보증금 500만원을 생활비로 모두 써버린 김씨는 지난 19일께 파업을 계속하고 있는 동료들에게 '친구 병문안 간다'는 말을 남기고 평택으로 다시 돌아왔다.

지인의 도움으로 경기도 안성의 아스콘회사에서 겨우 일하기로 했지만 수중의 돈을 모두 써버린 김씨는 월 68만원의 리스 할부금을 갚기는 커녕 당장 숙식조차 막막한 형편에 처했다.

지인들에게 도움을 청해봤지만 "잠시만 기다려보라"는 답변만을 들었을 뿐이었고 유일한 혈육, 동생에게도 도움을 청하지 못했다.

평택으로 돌아온 뒤 며칠을 천변 다리 밑에 세워둔 자신의 덤프트럭 안에서 지내던 김씨는 24일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덤프트럭 조수석에는 빈 소주병, 막걸리병과 함께 유서가 발견됐다.

유서에는 'X같은 세상 더러워서 간다. 잘먹고 잘살아라. 영종도 X들아 더해라. 착한 사람 죽는다. 이것 뿐이다. 캐피털회사 미안하오'라고 적혀 있었다.

지인 편씨는 "23일 밤 김씨에게서 100만원만 빌려달라는 전화가 왔었다"며 "당장은 현금이 없으니 조금만 기사대기실에서 먹고자면서 기다리라고 했는데..그 때 어떻게든 돈을 빌려줬다면.."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씨의 동생은 "형님이 평소 경제적인 어려움은 내색을 안해 이런 일이 생길 줄은 꿈에도 몰랐다. 차를 사 영종도에 가서 일하게 됐다며 희망에 차 있었는데..."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press10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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