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효 태극기'..최초 국기 놓고 학계 논란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박영효의 태극기'냐 `고려국기(高麗國旗)'냐.
최초의 국기가 어떤 것이냐를 놓고 학계의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1883년 3월 조선의 국기로 채택된 태극기는 수신사 박영효가 1882년 9월25일 일본으로 가는 선상에서 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그 원본이 전해지지 않아 태극기 제작 경위와 최초의 태극기 형태 등을 두고 여러 논란이 있어왔다.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가 27일 개최한 `최초의 국기 수집자료 보고회'에서도 서로 다른 입장을 견지하는 역사학자들 간에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한철호 동국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우리나라 최초의 국기와 통리교섭통상사무아문 제작 국기의 원형 발견과 그 역사적 의의'라는 논문 발표를 통해 이른바 `박영효 태극기'가 국기로서의 자격을 갖춘 최초의 태극기라고 주장했다.
'박영효 태극기'는 박영효가 일본에 체류하던 중인 1882년 11월1일, 당시 일본 외무성 외무대보가 주일 영국공사에게 보낸 문서에 '한국의 국기가 될 기(a flag said to be The National Flag of Korea)'라는 설명과 함께 그림으로 첨부돼 있다.
한 교수는 ▲고종이 외교고문에게 하사했던 데니태극기(1890년) 등 19세기말-20세기 초에 만들어진 태극기들과 모양이 유사한 점 ▲일본 정부가 당시 세계 최강국이던 영국에 보낸 공식 외교문서에 들어 있었다는 점 ▲태극기 안에 가로 세로 규격이 정확하게 명기된 점 ▲ 지금까지 태극기 원형과 가장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대청국속 고려국기'(大淸國屬 高麗國旗)와도 바탕색과 태극문양 속 동그라미를 제외하고 똑 같았던 점 등을 근거로 박영효 태극기가 최초의 국기라고 주장했다.
그는 "박영효 태극기가 최초의 국기라는 점은 이처럼 명백한 만큼 최초 국기 논의를 끝내고 한 발 더 나아가 그 원형을 발견하는데 노력을 경주하자"고 주장했다.
태극기 연구의 권위자인 김원모 단국대 명예교수는 이를 정면 반박했다.
김 교수는 "태극기는 조.미 조약 결과 만들어진 것으로 당사국인 조선과 미국, 양국의 교섭을 주관한 청나라가 협상의 주체였다. 일본은 객체일 뿐이다. 이에 따라 일본 측 자료는 방증자료는 될지언정 사실을 입증할 주요 자료는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반면 1883년 3월에 만들어진 고려국기는 조선 정부가 청나라에 보낸 외교문서에 포함돼 있었다. 조선 정부가 국기를 그려 청국에 보낸 것이다"라며 "고려국기는 조선 정부의 문서에 명기화 돼 있지만 박영효 태극기는 일본 정부가 영국 정부에 보낸 외교문서에 게재돼 있다. 어느 것이 신뢰할 만한가"라고 반문했다.
고려국기의 명칭과 `태극문양 속 동그라미'를 두고도 논란이 있었다.
한 교수는 "19세기 말에 만들어진 태극기 중 음양 속에 동그라미가 있는 것은 고려국기 밖에 없다. 청국이 `대청국속 고려국기'라고 명칭뿐 아니라 모양마저 왜곡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조선정부가 그려서 보냈다고 외교문서 첫머리에 나오는데 그게 말이 되느냐"며 반박했다.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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