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는 다시 시작된다, 에반게리온 : 서(序)
[쇼핑저널 버즈] 12년 전, 일본의 TV 도쿄에서 방영된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의 충격은 당시 한국에서도 대단한 위력을 발휘했다. 단순히'열혈'로 규정됐던 정의의 용사틀을 벗어난 캐릭터와 반 크리스트교적인 독특한 세계관, 그리고 일본인과 사회를 꿰뚫는 시나리오 덕분에 국내서도 이른바 오타쿠의 출현이 그리 어색하지 않게 만들었던 작품이다. 또한 상당수의 추종자들이 생겨난 것은 물론 음지의 일본 대중문화를 양지로 이끄는 데 적잖은 역할을 했다.
바로 그 <에반게리온>을 스크린에서 다시 만나게 됐다. 스크린으로 돌아온 <에반게리온:서(序)>는 일본 전국 박스오피스 1위와 100개 이하 스크린 개봉작으로 최초의 박스오피스 1위(현행 방식의 관객 수 집계 이래의 기록)라는 신기록을 세우며 일본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이 열기는 그대로 2007 부산 국제 영화제로 이어져 애니메이션 최초로 폐막작으로 선정, 예매 시작 25분 만에 5,000석이 모두 매진되는 변함없는 명성을 과시했다.
■ 원치 않던 방아쇠를 당기는 소년

인류의 절반이 원인을 모르는 세컨드 임팩트의 충격으로 사라져버린 지구. 어린 시절부터 떨어져지냈던 아버지 겐도의 갑작스런 호출을 받은 14세 소년 신지는 도쿄 제3지구로 들어선다.
그 곳에서 자신이 정체불명의 적 사도의 공격에 대항하기 위해 개발된 생체 전투병기 <에반게리온> 초호기의 파일럿으로 선택됐다는 사실을 듣게 된 신지. 운명을 피해보려 하지만 결국 명령을 거역하지 못하고 에바에 오른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주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파일럿이 된 그는 에바 0호기의 파일럿이자 제1의 소녀 레이를 만난다. 신지는 혼란스러워 하는 자신과 달리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채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에바에 오르는 레이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숨 돌릴 틈 없이 다시 시작된 사도의 공격에 도시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최후의 전투로'야시마 작전'에 돌입한다. 생존을 보장할 수 없는 이 작전의 선두에 신지와 레이가 배치되는데….
■ 현란하게 재탄생된 볼거리들모두가 기억하는 명성은 그대로, 그러나 새롭게 돌아왔다. <에반게리온:서(序)>의 묘미는 원작의 단순한 리메이크가 아닌 새로움이다. 제작진은 최초의 기획의도와 영화의 본질을 토대로 하되 새로운 시각으로'재구축'한 리빌드(Rebuild)라는 전대미문의 영상 기법을 선택했다. 원작 당시 여건상 구현하지 못했던 것을 스크린에서 표현한다는 기술적 이유뿐 아니라, 2000년대의 감각에 맞는'에반게리온'으로 기존 관객은 물론 현재의 관객들까지 만족할 수 있길 원했기 때문이다.
스태프들은 먼저 10년 이상 보존되어 있던 원화와 레이아웃 등 일종의 설계도를 디지털 3D CG로 100% 재작화하면서'해체와 구축'이라는 뼈를 깎는 과정을 거쳤다. 그리고 이렇게 완성된 비주얼 조각들을 다시 16mm 와이드 화면에 맞춰 프레임을 재구성하고 레이아웃을 재배치하는 것은 물론 등장인물의 음영까지 디테일하면서도 방대한 수정작업을 거쳤다. 결국 관객들은 익숙하지만 새롭게 변신한 리빌드 버전의'에반게리온'을 만나게된 것.

2008년 진화한'에반게리온'을 통해 처음원작을 만났을 때의 충격을 또 한 번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매력적인 캐릭터와 메카병기들, 화려한 대규모의 전투 신 등 첫 공개부터 시선을 사로잡은 <에반게리온>의 비주얼은 2008년 다시 진화한 모습을 선보인다. 단순히 3D 그래픽으로 바꾸는 것이 아닌, 3D가 가진 차갑고 기계적인 이미지를 수작업으로 희석하는, 이른바 비주얼에 숨을 불어 넣는 작업에 도전한 것이다.
그 결과 채색과 촬영 이후의 공정을 풀 디지털화해 2D 위에 3D를 도입하는 진화된애니메이션 제작 기법을 원화에 대입시키는, 즉, 디지털 합성 기법을 활용해 에바 초호기의 디테일한 표현을 살리는 데 성공했다.
공기감, 존재감 등의 섬세한 감정 표현과 영상의 촉감까지 세밀한 조정을 함으로써 아날로그 시대에는 불가능했던 섬세한 뉘앙스를 전달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영화의 클라이맥스인 대규모 군사작전을 그린'야시마 작전'장면에서 그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다.
<일본 침몰> 감독이 직접 연출한 이 장면은 방대한 물량과 거대한 스케일의 블록버스터 급 전투 장면을 선보일 뿐 아니라, 실사 이상의 감정을 스크린에 표현해 마니아는 물론'에바'의 세계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관객들도 멋진 경험을 하게 될 것 같다. 21세기에 어울리는 변화된 스토리, 그리고 달라진 결말 <에반게리온>은 수많은 명대사와 명장면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기존 애니메이션에서 볼 수 없는 차별화된 캐릭터와 스토리도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단순한 로봇이 아닌, 파일럿과 육체가 정신적으로 연결되어 그 정도에 따라 최적의 창의력을 발휘하는 인간형 병기 에바, 그리고 파일럿의 운명에 선택되어 혼란스러워 하는 주인공 신지, 베일에 가려진 신비로운 소녀 레이, '인류보완계획'이라는 2중 3중의 복선 구조는 영화의 깊이를 더해주며 관객의 열광적인 호응을 이끌어냈다.

<에반게리온:서(序)>는 10년이 넘는 세월의 길이만큼 이야기의 깊이도 다르다. 바뀐 이야기에 따라 결말도 달라졌다. 실제로"에반게리온 이후 새로운 애니메이션이 없었다.
그리고 지금 영화를 보는 관객들도 공감할 수 있는'에반게리온'이어야 하기 때문에 스토리는 달라질 것"이라는 안노 히데아키 총감독의 인터뷰 이후, <에반게리온:서(序)> 에 대한 관객들의 궁금증과 기대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10여 년간 끊임없는 추측과 예상을 뒤엎으며 대중의 열광을 이끌었던'에반게리온'은 지금도 미래를 향해 스스로를 계속 진화시켜 나가고 있는 것이다.
<에반게리온:서(序)>에 대한 관심과 궁금증이 높아진 또 다른 이유는 원작자들이 그대로 모여 제작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안노 히데아키 총감독, 연출에 츠루마키 카즈야, 마사유키, <중천> OST를 맡아 국내에도 알려진 사가스 시로 음악 감독, <일본침몰>의 히구치 신지 감독이 스토리 보드를 맡는 등 <에반게리온>의 신화를 만들어낸 원작의 스태프들이 다시 뭉쳤다.
특히 이들 모두가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 <건버스터 톱을 노려라>, <시간을 달리는 소녀> 등 일본 애니메이션의 대표적 작품들을 맡아온 베테랑이기 때문에 <에반게리온:서(序)>가 만들어 낼 새로운 신화에 대한 기대감을 최고치로 올리기에 충분하다. 더구나 한국은 일본을 제외한 전 세계 최초의 개봉 국가이다.
부산 국제 영화제의 뜨거운 열기뿐만 아니라, 안노 히데아키 총감독의 특별한 애정으로 선보이게 되는 이번국내 개봉에 전 세계는 부러움과 함께 흥행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 또 하나, 잊을 수 없는 음악들

<에반게리온>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OST이다.' Fly me to the moon'등 스토리와 캐릭터 간의 미묘한 심리를 담은 가사와 감성적 멜로디의 주제곡들은 오리콘 차트의 톱을 차지하는 등 대 히트를 기록한 바 있다.
영화 <에반게리온:서(序)>는 팝 아티스트 우타다 히카루가 엔딩 곡 'Beautiful World'를 부르며 작업에 참여해 화제가 되었다.
우타다 히카루는 1998년 데뷔 이후 입본 팝 뮤직계에서 음반 판매량, 인기도 등 여러 방면에서 톱스타로 군림해 오고 있다.
특히'에반게리온 오타쿠'를 자처할 정도로 에반게리온의 마니아임을 과시한 우타다 히카루는 <에반게리온:서(序)>의 주제곡을 맡아 부모와 자식 간의 신뢰관계, 사람과 사람 사이의 벽 등 에반게리온의 주제를 담아 직접 작사를 하기도 했다.
특히 주제곡과 함께'Fly meto the moon'을 새롭게 리믹스 한 스페셜 싱글을 발매, 그의 목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게 된 것도 반가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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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환 월간 CGLAND 기자(hanbob@cgla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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