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다 떠난 이' 琴兒 피천득 선생의 추모 1주기
(남양주=연합뉴스) 김세영 기자 = `눈보라 헤치며 날아와/ 눈 쌓이는 가지에 나래를 털고/ 그저 얼마동안 앉아 있다가/ 깃털 하나 아니 떨구고/ 아득한 눈 속으로 사라져가는 너.' (피천득의 `너')
수필가이자 시인, 영문학자였던 금아(琴兒) 피천득(1910~2007) 선생의 1주기 추모식이 25일 오후 그가 잠든 경기도 남양주시 모란공원과 모란 미술관에서 `사랑하다 떠난 이'라는 이름으로 열렸다.
그의 묘소와 미술관에서 열린 이날 추모식에는 금아의 둘째 아들인 피수영(65) 울산대 의대 소아과 교수, 시인 김남조, 심명호 서울대 명예교수 등 유족, 문학인, 금아의 제자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묘비 제막식, 헌화, 추모시 낭독, 추모 연주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심 교수 등 90명의 제자들은 기금을 모아 가로 세로 120×70cm 크기의 묘비를 세우고 비명을 `금아시비(琴兒詩碑)'라고 지었다.
아들 피 교수의 부인인 홍영선(58) 씨가 비명을 쓰고 아래에는 서예가 조주연 씨가 생전에 금아 선생이 가장 좋아했다는 자신의 시 `너'의 전문을 새겼다.
샘터 출판사는 1주기에 맞춰 '인연', '생명', '내가 사랑하는 시' 등 피천득 선생의 저서를 모아 전집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김남조 시인은 추모글에서 "애도와 추모의 심정으로 선생님의 조소작품 둘레에 기죽은 아이들처럼 모여 서 있다"며 "소박하면서 풍요롭게 살고 가신 선생님과 한 줄기 시냇물을 사이에 두고 언제나 함께 하겠다"고 애도했다.
심 교수는 "묘비에 새긴 시 `너'는 한 사람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선생님을 비롯한 이 세상을 왔다 가는 모든 사람을 지칭한 것으로 해석된다"며 "당신이 생전에 가장 아끼던 시였던 점을 감안해 제자들이 논의 끝에 `너'를 묘비에 새길 시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thedopes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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