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윤종용 부회장 퇴진

2008. 5. 15. 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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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년 삼성의 '샐러리맨 신화' 막후로…세계적 수준 TV·VCR 개발 주역… '격물치지' 정신 삼성 성장 밑거름

삼성그룹 최고경영진이 전면 세대 교체됐다. 지난달 22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경영에서 손을 뗀 데 이어 지난 12년간 최고경영자로서 삼성전자를 이끌어온 윤종용(64)부회장도 14일 경영 2선으로 물러났다.

삼성은 이날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상임고문 발령을 비롯해 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삼성전자 윤 부회장을 대신해 이윤우(61) 대외협력담당 부회장이 삼성전자 총괄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이기태(59) 기술총괄 부회장은 대외협력담당, 황창규(55) 반도체총괄 사장이 기술총괄, 권오현(55) 시스템LSI 사업부장(사장)은 반도체총괄 사장을 맡는다. 임형규(55) 종합기술원장 겸 신사업팀장(사장)은 신사업팀장만 맡게 됐다.

삼성테크윈, 삼성화재, 삼성증권 등의 사장단도 교체됐다. 삼성테크윈은 이중구 사장 후임으로 오창석(58) 부사장을 승진 임명했다. 삼성화재는 지대섭(55)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경영지원팀장 부사장을, 삼성증권은 박준현(55) 삼성생명 기획관리실장(부사장)을 각각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했다.

삼성은 이번 인사에서 윤 부회장을 경영 2선에 배치해 다시 한번 재계에 충격을 줬다. 그룹 고위관계자는 "주위의 적극적인 만류에도 불구하고 윤부회장은 '이번 사태의 책임을 같이 져야 한다'며 퇴진의사를 강력히 밝혔다"고 말했다. 윤부회장은 그러나 상임 고문의 자격으로 삼성그룹과 전자의 경영을 측면 지원하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윤고문은 말단 사원에서 부회장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의 직장 생활은 사실상 삼성전자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서울대 전자공학과 62학번인 그는 66년 삼성에 입사해 69년 삼성전자 창립 멤버로 합류했다.

윤고문은 이병철 삼성그룹 선대 회장으로부터 전자 사업의 기획, 조사업무를 지시받아 흑백TV와 컬러TV 개발을 주도했다. 이후 이병철 선대 회장은 그에게 비디오카세트레코더(VCR) 개발을 맡겼고, 33세의 젊은 나이에 VCR 개발을 담당하는 이사에 올라 화제가 됐다.

그러나 VCR은 윤고문의 발목을 잡았다. 높은 불량률 때문에 3개월 동안 생산 라인이 멈추는 고통 끝에 윤고문은 결국 회사를 그만두고 86년에 네델란드 필립스 본사로 이직했다. 이병철 선대 회장의 뒤를 이은 이건희 회장은 당시 전자와 반도체, 통신을 하나로 묶은 뒤 윤고문을 가전부문 부사장으로 다시 불러들였다.

윤고문은 재차 VCR 사업에 매달려 세계에서 두 번째로 선 없는 VCR을 개발하는 등 삼성전자의 VCR 사업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덕분에 윤 고문은 이건희 회장의 신임과 함께 97년 삼성전자 총괄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윤고문은 지인들 사이에 '걸어다니는 백과 사전'으로 통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일기를 써온 습관 덕분에 주머니에 늘 수첩을 넣고 다니며 아이디어를 메모한다.

그의 이런 습관이 삼성전자가 세계 일류 기업으로 달릴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대학'에 나오는 '격물치지'(格物致知, 사물을 깊이 살펴 지혜를 얻는다)를 강조해 온 윤고문은 "회사가 어려움을 겪으며 이건희 회장이 사퇴한 이때가 물러나야 할 적기로 판단된다"는 사퇴의 변을 남기고 일선에서 한 발 물러나 42년 샐러리맨 인생을 마감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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