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S' 황혼 폭력, 충격 "여자는 맞아야 돼"

[TV리포트] 충격과 경악. 머리에 앉은 피딱지, 뒤엉킨 머리카락, 찢어진 입. 40년간 남편에게 매를 맞고 살아 왔다는 할머니는 힘들게 입을 뗐다.
"나이 들면 나아지겠지 하면서 살았어..."
22일 SBS '긴급출동SOS`가 충격적인 황혼폭력의 실태를 고발했다. 사연의 주인공은 정수남(72, 가명), 김기선(71, 가명) 부부. "말을 듣지 않아 때릴 수밖에 없다"는 남편 정씨의 폭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취재팀에 상황을 알려 온 건 이들 부부의 딸이었다. "어머니를 도와 달라"며 호소한 것. 상황은 매우 심각했다. 취재진이 집을 찾은 날. 남편은 아내에게 욕설을 퍼붓고, 가위로 옷을 갈기갈기 찢는 등 만행을 저지르고 있었다. 취재진은 남편에게 아내를 때리는 이유를 물었다. 이내, 충격적인 남편의 언사가 이어졌다.
"여자가 여자답질 않아 머슴 같아. 깔고 뭉개지 않으면 지 멋대로 할 판이야. 내가 참으면 분명히 그렇게 할 거야. 여자는 99%를 남자를 뒷받침해야 해. 난 대통령이야 대통령!"
"대한민국은 주먹이 왕이야. 때려야 말을 들어. 한국 사람은 때려야 말을 들어. 안 때리면 말을 안 들어. 말을 안 들으니까 때린 거야."
남편은 자신의 폭행을 스스럼없이 인정했다. 그 태도가 뻔뻔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렇다면, 아내 김 씨는 왜 이런 모욕을 견디며 살아 왔을까. 그 이유 역시 놀라웠다. 취재진을 만난 날, 김 씨는 온몸에 피가 흐를 정도로 매를 맞았다고 했다. 가까스로 병원에 후송 돼 긴급 치료를 받은 후, 근처의 여성보호센터에 지내고 있던 그는 가까스로 말문을 열었다.
"때리면 맞아야지. 성격이 그러니까 못 말려. 비위를 맞출 수가 없어요. 뭐든 자기는 영리하고 잘하는데 나는 비위를 못 맞춘다고 하니까.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니까. 이렇게 살다 죽을 거예요. 이 정도 맞고서는 이젠 별로 아프지도 않아요...."
김 씨는 모든 걸 팔자 탓으로 돌렸다. 늙고 병든 몸, 의지할 곳도 없기에 어쩔 수 없다는 무기력한 태도를 보였다. 이를 지켜보던 전문가는 "할머니가 너무 많이 폭력을 당해 익숙해지신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카메라에 포착 된 할머니의 알몸은 그야말로 참혹했다. 온몸이 멍으로 뒤덮여 온전한 살갗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남편이 무서워 어디로 도망도 못 간다는 김씨. 취재진과 전문가의 상담 끝에 드디어 "남은 생만은 맞고 살고 싶지 않다..."며 생각을 바꿨다.
제작진은 남편 정씨를 설득해 정신과 치료를 받게 했다. 전문가는 "아내를 소유물로 생각하는 가부장적 사고가 커, 전혀 죄책감을 갖지 않는다"는 견해를 보였다. 결국, 기나긴 폭력의 사슬을 끊겠다는 아내의 의지는 이혼소송 제기로 이어졌다.
"하루라도 빨리 헤어져 편히 삽시다..."
오랜 침묵 끝에 터져 나온 아내의 말에, 폭력 남편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방송 후 시청자들은 "사랑의 매라니, 이처럼 추악한 이유가 또 어디 있겠나" "할머니가 너무 가엾다. 어서 빨리 완쾌되셨으면 좋겠다" "권위적이고 독단적이고 이기적인 할아버지의 모습이 아직까지 남아 있는 우리의 현실이라는 게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 등의 목소리로 분노를 표했다.
(사진=방송화면)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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