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우주저울'로 몸무게 잰다

항우연 최기혁 박사팀 개발… 1g서 5kg까지 가능센서활용 오차 적고 NASA 저울보다 정밀도 높아
■ [우주과학의 세계] (9)우주에서 무게 측정
인류는 선사시대부터 저울을 만들기 시작했고 BC 1500년경 0.5g 정도의 질량까지 측정할 수 있는 저울을 개발했다. 과학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지렛대형, 용수철형, 액체압력식, 부력식, 전기식 등 다양한 형태로 저울이 개발됐고, 100톤 이상에서 1억분의 1g 이하까지의 초소형 무게를 측정하는 저울도 등장했다.
이러한 정밀한 저울들이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도 작동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ISS에는 NASA 등에서 개발한 저울이 있긴 하지만 이 저울로 질량을 잰다면 수백g의 오차가 발생하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우주정거장 건설이나 각종 우주 과학실험용 저울이라면 신뢰도가 높아야 할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는 우주에 중력이 존재하지 않아 지구의 상황에 맞게 개발된 저울들이 전혀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지상에서는 사람이 체중계에 올라가면 자동적으로 몸무게가 표시된다. 지구가 중력으로 인체를 잡아당기는 정도가 바로 몸무게인 것이다. 이 중력이 줄어들수록 무게는 줄어들게 된다. 즉 지구에서 무게가 60kg이라면 중력이 1/6인 달에서는 10kg 정도의 몸무게가 되는 것이다.
물론 달에서도 양쪽에 표준 분동을 놓고 측정하게 되면 고유의 질량을 측정할 수 있다. 하지만 중력이 없는 우주 공간에서는 사정이 달라진다. 중력이 작용하지 않으면 일반 저울로 무게를 재는 것은 불가능하다. 때문에 우주에서 우주과학이 발달된 미국과 러시아에서도 정확하게 무게를 측정해 내는 기술은 첨단 영역에 속한다.
NASA에서 개발한 우주저울 구조는 1980년대 유행했던 `스카이 콩콩'과 비슷하다. 우주인이 저울에 몸을 올리면 저울은 일정한 힘으로 사람을 밀어내게 되는데, 이 원리를 이용해 무게를 잰다.
즉 우주인이 `T'자 모양의 발판에 올라서면 저울이 미리 정해진 힘(F)으로 살짝 튕겨낸다. 이 때 우주인이 튕겨 나가는 가속도(a)가 측정되고 이 값들을 물리공식 `F-ma'에 넣으면 우주인의 무게(m)가 측정되는 것이다. 그러나 가속도를 측정할 때 오차가 발생하기 때문에 정밀도가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한국인 최초 우주인 이소연씨가 ISS에서 실험을 한 우주저울이 관심을 끄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항공우주연구원 최기혁 박사팀이 개발한 특수저울의 성능을 우주에서 검증한 것이다.
한국형 우주저울은 얼핏보면 `스카이 콩콩 저울'과 비슷하나 조금은 다른 원리를 적용했다. 이미 질량을 아는 기준 물체와 무게를 재려는 물체를 각각 다른 `무게감지 센서(로드셀)' 판 위에 올려놓는 것이다. 역시 두 물체를 같은 힘으로 동시에 튕긴다. 이 때 다른 관성으로 인해 두 물체의 반작용이 센서 판에 다르게 작용한다. 이 두 값을 비교하면 측정 대상물체의 무게가 나온다.
이렇게 하면 가속도를 측정할 필요 없이 무게감지 센서를 통해 반작용 힘을 전기적으로 측정할 수 있어 오차가 적어지게 된다. 지상에서 아주 흔하게 쓰는 센서들을 활용한 이 우주저울로 1g~5kg의 무게를 잴 수 있다. 기존 NASA 우주저울에 비해 정밀도가 상당히 높아진 것이다. 이제 첫 우주인을 배출한 한국이지만 우주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되는 것이다.
정리=이준기기자 bongchu@
자료제공=한국항공우주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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