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평가·타당성 검토 '졸속'..대운하 '밀실'서 밀어붙이기

2008. 3. 28.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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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내년 4월 착공 못박은 대운하…정부 추진일정 뜯어보니]이명박 정부는 '한반도 대운하' 착공 시점을 2009년 4월로 못박고, 사업 추진에 필요한 여러 평가·조사·검토 절차를 졸속으로 끝낼 일정표까지 마련해 뒀다. '불도저'식 사업추진 방식에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 "특별법은 더 엄격해야"

정부가 대운하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한반도대운하특별법'으로, 오는 9월까지 법 제정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특별법은 기존 법 체계에 '예외'를 허용하는 것인 만큼 일반법보다 더 엄격하게 여론을 수렴해야 하는데, 당장 공론화하더라도 여론수렴을 할 수 있는 기간이 고작 3개월여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모든 개발사업은 진행 단계마다 법률이 정한 다양한 협의·심사·승인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사회 전체와 조화되는 쪽으로 다듬어진다. 현재 국토해양부는 대운하특별법으로 골재채취법, 농지법, 하천법 등 현행 19가지 법률에 따른 각종 인·허가 사항들을 '의제'(통과한 것으로 간주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는 "특별법은 꼭 필요한 경우에만 만들고 가급적 만들지 않는 것이 좋다"며 "지금처럼 여론 수렴과 타당성 검증을 피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고 말했다.

■ 환경영향평가도 간소화

정부의 대운하 사업추진 구상엔 사업의 타당성에 대한 문제제기를 원천봉쇄해 사업기간을 최대한 단축하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대규모 국책사업은 환경영향평가에 앞서 계획의 타당성을 따지는 사전환경성 검토를 받도록 돼 있다. 그러나 정부는 사업계획이 마련되기도 전인 3월부터 사전환경성검토를 진행하는 것으로 돼 있다. 이는 사전환경성검토를 할 사람들이 이미 사업계획 작성과정에 참여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환경영향평가 과정을 단축하기 위한 이런 편법은 이미 동해선 개통 사업과 신행정수도 건설사업 등에도 활용된 바 있다. 사업추진세력과 견제세력이 한통속이 돼 일사천리로 사업을 추진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투자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적격성 심사 기간을 두 달 안으로 단축한 것도 졸속이다. 통상 3천억원 이상 규모의 사업 타당성 심사에는 6개월이 걸린다. 게다가 대운하 사업은 실시계획과 적격성 심사는 동시에 진행되는 것으로 돼 있다. 한강과 낙동강을 따라 문화재가 즐비한데도, 정부는 문화재 지표조사를 8개월 만에 마치겠다는 일정을 잡았다.

환경영향평가는 최대한 당겨질 전망이다. 이미 환경부는 지난 21일 '환경규제 선진화'의 첫 사업으로 "환경영향평가 기간을 100일 이상 단축시키겠다"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한 바 있다. 이종호 한국환경영향평가학회 회장(청주대 교수)는 "그렇지 않아도 문제가 많은 환경영향평가 과정을 간소화하면 부작용이 심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 특혜 시비도 예상

대운하 건설과 운영에 참여하는 사업자는 '통행 수입'만으로 운하 건설에 들어간 막대한 건설비를 회수해야 한다. 그러나 통행료만으로 대운하 사업의 수익성을 맞추기 힘들다는 것은 국토부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운하 주변 내륙개발 특별법을 만들어 적정 이윤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국토부는 지난 2월 작성한 업무보고 자료에서 '대운하 사업을 기업도시와 연계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기업도시법은 민간 기업이 사업 부지의 50%만 사들이면 나머지 땅은 강제 수용하는 엄청난 특혜법이다. 정부는 운하 사업 활성화를 위해 세금·부담금 감면 규정 신설도 검토하고 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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