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기념관 '最古태극기' 원본 아니었다
복제품 '표기' 없이 16년간 좌우 바뀐채 전시
진품은 27년동안 중앙박물관 지하 수장고에
독립기념관이 공개적으로 소장 중이라고 밝혀 온 현존 최고(最古) 태극기인 '데니 태극기'는 원본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본보 취재결과, 데니 태극기는 1981년 기증 이후 지금까지 국립중앙박물관 지하 수장고에 보관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구한말 고종이 1890년 당시 조선 정부의 외교 고문이던 미국인 오웬 니커슨 데니에게 하사한 이 태극기는 본보 보도(81년 1월 5일자)로 존재 사실이 알려졌으며, 같은 해 데니의 후손이자 소유자인 미국인 윌리엄 롤스턴씨가 "한국 국민들이 볼 수 있게 해달라"며 우리 정부에 기증했다.
독립기념관 관계자는 18일 "지난해말까지 사회문화운동관 태극기변천사 전시실에 전시돼 있던 '데니 태극기'는 롤스턴씨가 한국 정부에 기증한 것이 아니다"며 "국내 태극기 변천사를 설명하기 위해 독립기념관이 91년 자체 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이 태극기를 전시하면서 복제품이라고 밝히지는 않았다"며 "왜 데니 태극기 원본이 독립기념관에 전시되지 못하고 복제품을 걸어놓았는 지는 알 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독립기념관은 그동안 각종 기록과 전시물 표기 등에 마치 독립기념관이 기증받은 것처럼 적었다. 특히 독립기념관 측은 지난해 말 전시실 개편 공사를 위해 복제 데니 태극기를 수장고로 옮길 때까지 16년 동안 국기의 앞뒷면을 바꿔 전시했다. 이 바람에 관람객들은 태극무늬와 건(乾)ㆍ곤(坤)ㆍ감(坎)ㆍ리(離) 4괘(四卦) 위치가 좌우로 뒤바뀐 데니 태극기를 봐야 했다. 현 태극기는 4괘의 순서가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건ㆍ감ㆍ곤ㆍ리'이지만 데니 태극기는 '감ㆍ건ㆍ리ㆍ곤'순으로 이뤄져 있다.
이에 대해 태극기연구가인 진무상 한국국기선양연구원 원장은 "일본에 의해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건립된 독립기념관이 복제품을 진품인 것처럼 속여 전시하고, 그마저도 태극무늬와 4괘 위치를 뒤바꿔놓아 국민들이 태극기 모습을 오인하게 했다"고 비난했다.
그렇다면 진짜 데니 태극기는 어디 있을까. 10일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건국 60주년을 맞아 역사적 가치가 높은 태극기를 근대 문화재로 지정하기 위해 문화재위원들이 실사 작업차 박물관을 방문했다. 문화재위원들이 박물관 지하 수장고에 보관 중인 태극기를 하나하나 확인하는 과정에서 데니 태극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가로 268cm, 세로 185cm 크기의 데니 태극기는 광목천에 태극 문양과 4괘를 천으로 오려 붙이고 정교하게 박음질해 제작된 것으로, 태극은 현재의 태극기처럼 청색과 홍색으로 돼 있지만 4괘는 검정색이 아닌 청색이다. 상하 좌우 대칭을 이루고 있는 태극 도형도 현 태극기와 달리 머리 부분이 좌측에서 우측으로 회전하는 홍색과 우측에서 좌측으로 회전하는 청색의 회오리가 가늘고 날렵하게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국기를 걸 수 있도록 태극기 좌측에 노끈을 매달아 박음질 했고, 박음질 한 부분 속에는 사람 머리카락을 채웠다.
박물관 관계자는 "정부로부터 받은 후 2000년 3월 잠깐 일반에 공개한 적이 있을 뿐, 줄곧 지하 수장고에 넣어 놓았다"며 "데니 태극기는 우리 박물관과 전시 성격이 맞지 않아 상시 전시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송명호 태극기선양운동중앙회 상임고문은 "데니 태극기는 초창기 태극기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문화재급 역사물"이라며 "관계 당국은 국민이 최고의 태극기를 볼 수 있도록 상시 전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qoo7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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