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미카제로 희생된 한국인 탁경현씨 위령비 고향에

2008. 3. 11.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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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파 여배우 구로다 후쿠미씨 추진

일본 자살특공대 가미카제(神風)로 덧없는 생을 마감한 한국인 탁경현(卓庚鉉ㆍ일본명 미쓰야마 부미히로)씨의 넋을 위로하는 위령비가 그의 고향 경남 사천에 세워진다고 일본 도쿄(東京)신문이 11일 보도했다. 탁씨는 1945년 5월 11일 일본 육군 전투기로 가고시마(鹿兒島) 기지를 출격해 오키나와(沖繩) 앞바다에서 24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위령비 건립을 주도한 이는 친한파로 널리 알려진 여배우 구로다 후쿠미(黒田福美)씨. 그는 탁씨의 전사 하루 전날인 5월 10일 사천에서 위령비 제막식을 갖기로 하고 유족 등의 승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사천시 역시 위령비 건립 예정지를 제공하는 등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구로다씨는 17년 전 꿈 속에서 한국인 가미카제 청년을 만난 뒤 위령비 건립 작업을 시작했다. 꿈 속의 청년은 "전쟁에서 죽은 것은 후회하지 않지만 한국인인데 일본인의 이름으로 죽은 것이 한"이라고 그에게 말했다. 구로다씨는 4년 뒤 요미우리(讀賣)신문에 쓴 자신의 칼럼에 꿈 이야기를 소개했고 글을 읽은 야스쿠니(靖國)신사의 관계자가 연락해 야스쿠니신사 부설 군사박물관 유슈칸(遊就館)에 모셔진 탁경현의 사진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이때 "(꿈 속 청년의) 유언을 유족에게 전해 넋을 달래겠다"고 결심, 위령비 건립을 추진하게 된 것이다.

2001년 일본에서는 숨진 한국인 가미카제의 약혼자와 살아남은 일본인 가미카제 대원의 사랑을 그린 영화 <호타르>가 상영돼 화제를 모았다. 당시 영화 속의 한국인 가미카제는 탁경현을 모델로 한 것이다. 그는 일본 리쓰메이칸(立命館)중학과 교토(京都)약학전문학교를 졸업한 후 육군항공대에 입대, 가마카제에 차출됐다. 탁경현은 자살 공격 전 송별회에서 아리랑을 부르며 눈물을 흘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구로다씨는 "한국인들이 위령비 건립에 관용의 자세를 보여주었다"며 "위령비를 한국과 일본을 잇는 평화의 비석으로 삼고 싶다"고 말했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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