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감독과 딥토크 2] "어리고 부족했지만 달라졌다"
|
[이데일리 SPN 김삼우기자] 허정무 감독은 지난 해 12월 7일 취임 기자회견을 할 당시 "과거에는 어리고 부족했다"고 토로했다. 그리고 그는 스스로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뭐가 부족했고, 달라진 점은 무엇일까. 한국축구도 많이 달라졌다.
"우선 주변 여건이나 환경이 변했다. 시드니 올림픽을 준비할 때 박지성 이영표 등은 대학생들이었다. 충분한 훈련 시간을 가지고 할 수 있었다. 지금은 그게 안된다. 프로 구단과 관계를 정립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좋아진 점도 있다. 이전까지는 국내 지도자가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을 때 대우와 지원은 열악했다. 하지만 외국 지도자 시대를 거치면서 협회에서 신경을 많이 써 준다."
▲현대 축구, 엄청나게 빨라졌다
허 감독은 "지금도 스스로 완벽하다거나 남보다 뛰어나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전제하면서도 "축구를 보는 안목, 팀을 이끌어 가는 마인드 등은 달라졌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풀어서 무엇이 달라졌는지 이야기하기는 힘들다. 축구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를 두고 이야기 한다면 막무가내로 이거다라고 할 수는 없다. 반드시 내 생각만 옳은 것도 아니다.
축구는 엄청나게 빨라졌다. 이전에는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6~8km를 뛰었다고 한다면 요즘은 10km를 넘게 뛴다. 그 정도로 빨라졌다. 패스의 속도, 볼 컨트롤 능력, 퍼스트 터치의 섬세함도 달라졌다. 축구 자체가 이렇게 변했는데 축구를 보는 눈도 당연히 달라질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
지도자들은 선수들이 빠른 축구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쉽지만은 않다. 노력해야 하지만 정답은 없다. 최선을 다하고 시도를 할 뿐이다. 지시하는 대로, 훈련하는 대로 다 이뤄진다면 질 팀이 있겠는가."
▲처음에는 순진했다.
그는 '처음 대표팀 감독직을 수행할 때는 순진했다'는 표현도 했다. 허 감독은 1998년부터 2000년말까지 대표팀 사령탑을 맡았다.
"시드니 올림픽 대표 선수들이 2002년 월드컵 본선에서 주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박지성 이영표 설기현 등을 A매치에 데뷔시켰다. 이들과 2000년 레바논 아시안컵에도 출전했다. 유럽의 벽을 넘어야 월드컵 16강에 갈 수 있다고 보고 이를 위해 체력적으로 우수한, 끈질기고 강한 선수들을 찾았다. 혼자 안 되면 둘이, 둘이 안 되면 셋이 협력해서 경기를 운영할 수 있도록, 그런 면을 중시하고 나갔다.
하지만 그게 아니더라. 월드컵을 내다보고 포석을 했고 축구협회와 계약도 그렇게 했다. 하지만 순진한 생각이었다. 기다려 주지 않았다. 성적이 따라주지 않으면 언제든 물러나야 하는 게 대표팀 감독이었다."
그는 당시에는 이런 상황이 의아스러웠지만 이제는 이해한다고 했다.
"대표팀 감독은 앞날을 장담하기 어려운 자리다. 매 경기가 중요하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그렇다. 모든 경기를 다 잘할 수는 없지만 다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면서 앞날도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대표팀 경기라는 것은 실험만 해서는 안 된다. 그때는 어렸고, 경험도 부족했다."
▲기술 축구를 중시한다
허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을 맡은 뒤 한때 정신력을 두고 논란이 있었다. 취임 기자회견을 통해 대표 선수들의 정신력과 사명감을 강조하자 '정신력'을 유독 따졌던 옛날 한국 축구로 되돌아가는 게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오해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나 자신이 기술 축구를 했고, 기술을 좋아하고 중시하는 사람이다. 선수 때도 그랬다. 기본을 말하는 것이다. 어떻게 정신력과 체력만 가지고 축구를 하느냐. 하지만 어느 나라, 어느 리그에서 뛰는 선수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하는 것이 있다. 정신 자세다. 현대 축구에서도 마찬가지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이탈리아 세리에 A,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등을 보면 분명하게 알 수 있다. 그라운드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지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보인다. 정말 진지하게 뛰면서 사력을 다한다. 이런 걸 이야기하는 것이다. 우리 선수들은 과연 그런가.
정신자세 등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하는 것일 뿐이다. 체력과 정신력만 가지고 이길 수도 없다. 기본적인 것을 이야기했는데 '이게 우위다'라는 식으로 와전된 것 같다. 기술과 지능이 없으면 대표 선수를 할 수도 없고 경기 운영, 전술 훈련 등도 답답해서 못한다.
대표 선수들의 정신력을 두고 다른 이들의 이야기가 이어지는 것은 차마 말을 못하고 그동안 쌓여 왔던 것들이 표출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선수들의 정신 자세에 관한 문제는 일선에서 공감하는 것들이다."
|
▲정신력 문제, 외국 지도자 탓만은 아니다
허 감독은 대표 선수들의 정신력 문제는 일각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외국인 지도자가 국가대표 사령탑을 맡았던 탓도 아니라고 했다.
"외국인 지도자들도 선수들을 절대로 그냥 놔두지 않는다. 유럽 같은 경우 좋은 선수가 많으니 선수로서 본분을 잊으면 안 써버리면 된다. 그런 점에선 철저하다. 프리미어리그에서 호날두나 웨인 루니 등의 스캔들이 가끔씩 나오곤 하는데 이들은 그라운드에서 모든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우리는 축구 시장도 작고 선수 자원도 적다. 그러다 보니 자세나 플레이 등이 마음에 안들지만 어쩔 수 없이 쓰는 경우가 많다. 시장의 크고 작은데서 비롯되는 문제다. 외국인 지도자는 국가대표라면 당연히 철저하게 자기관리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들의 문화가 그러니까. 하지만 우리 문화는 그들과 틀리다."
▲프로 선수는 달라야 한다
허 감독은 축구 선수로서 자세와 역할, 특히 프로 선수로서의 그것은 다른 분야 인사들과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어떤 분들은 아니 술 한잔 마시는 것 가지고, 담배 좀 피우는 것 가지고 뭐 그러느냐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 과학자나 예술가들이 술이나 담배를 한다면 뭐라 할 수 없지만 스포츠를 하는 사람들, 특히 체력 소모가 큰 축구 선수가 술 담배 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술 담배는 심폐 회복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 축구는 영점 몇초 차로 골이 나고 승부가 갈라진다. 프로 선수라면 축구 자체가 직업인데 직업인으로서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것은 의무다. 술 담배는 그 능력을 발휘하는데 지장을 주는 것이다. 술 담배로 지장이 있다면 직장으로 따지면 직무유기다.
맥주 한 두잔 하는 걸 뭐라 하는 게 아니다. 우리 술 문화는 그렇지 않다. 술이 술을 부른다. 술 자체도 문제지만 술 마시고 밤새 돌아다니고 심하면 여자 문제까지 끼어든다. 몸이 아예 망가질 수 있다. 프로라면 더욱이 대표 선수라면 최고의 능력을 발휘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는데, 팬들의 사랑을 먹고 사는 직업인데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이다. 옛날에는 술 잘먹는 선수가 운동도 잘한다는 말도 했지만 꼭대기까지 올라 갈 수 있는데 중간에 막은 것이었다.
파주 NFC에 걸린 대표 선수 생활 수칙을 두고 '성인들에게 그런 것 까지 규제하느냐' '군기잡기' 등등 말들이 많은데 그건 축구협회에서 만든거다. 내가 한건 아니다. 하지만 공감을 한다. 오죽하면 그랬겠는가."
(사진=김정욱 기자)
<저작권자ⓒ 함께 만들고 함께 즐기는 엔터테인먼트 포털, '이데일리 SPN'>
- 당사의 기사를 사전 동의 없이 링크, 전재하거나 배포하실 수 없습니다 -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