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속옷'만 골라 파는 깜찍 발랄 '여중생' 사장님

2007. 12. 28.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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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6세인 임지영양(사진)은 국세청에 사업자번호 104-01-44253로 등록된 인터넷 쇼핑몰 슈가셀(sugarshell.com)의 대표이사다. 중학교 3학년으로 또래 친구들처럼 싸이 홈피 꾸미기에 한창일 나이에 어엿한 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임양 얘기에 따르면 인터넷쇼핑몰 업계에 고등학생 사장은 몇명 있고 중학생 사장은 자기 말고 딱 한 명을 더 봤다고 한다.

슈가셀에서 파는 건 임양 또래가 입을 수 있는 속옷. 소녀 취향에 맞는 속옷을 사기 힘든 데서 착안해 시작한 사업이다. "속옷을 사러 가면 마음에 드는 게 별로 없어요. 성인용은 레이스장식이 많은 야한 속옷이라 싫고, 또 학생용은 흰색 아니면 살색이라서 별로거든요. 그런데 동대문 의류상가에서 저 같은 10대 여학생들이 입고 싶어할 만한 수영복처럼 깔끔하고 예쁜 색상의 속옷을 파는 곳을 발견했고 이걸 사업화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생각만으로 그쳤을 법한 임양의 사업 아이디어가 실현된 건 임양의 어머니 홍은경씨 덕분이다. 아동복 디자이너로 일했던 임양의 어머니는 딸 얘기를 듣고 창업자금 500만원을 마련해줬다. 홍씨는 "며칠 생각해봤는데 좋은 아이디어였고 지영이가 의욕적으로 해보겠다고 하니 한번 시험 삼아 해볼 만하다는 결론에서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임양은 창업자금으로 지난 8월 웹사이트를 개설하고 상품 사진을 찍을 카메라와 조명장비를 구입해 슈가셀을 오픈했다. 처음 한두 달은 그냥 집에서 운영했지만 일이 점점 많아지면서 서울 천호동 쪽에 따로 사무실까지 마련하게 됐다. "처음에는 거의 찾는 이가 없어 실망도 했지만 고등학교 앞에서 전단지도 돌리고 아파트 게시판에 홍보물도 붙이는 등 노력을 하니까 조금씩 매출이 늘어났습니다." 현재 슈가셀을 방문하는 고객 수는 하루 평균 1000여명이며 실제 이뤄지는 주문건수는 너댓 건에 불과하다. 월 매출액은 300만원 정도. 아직 미약하지만 개설한 지 넉 달밖에 안 된 점, 또 매달 매출이 빠르게 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전망은 밝다.

임양은 "아는 사람에게 물건을 팔면 처음 한두 달은 실적이 좋겠지만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없고 또 냉정한 시장의 평가를 받고 싶다"며 주변 친구들한테도 자신이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거의 알리지 않고 있다. 임양의 장래 꿈은 모델, 학교 성적에 대해선 "중상위권"이라고 말한다. 학교수업 듣고 학원 다니고 학업도 벅찰 텐데 쇼핑몰까지 운영하는 게 힘들지 않냐는 물음에 "특별히 힘든 건 없다"며 다만 시험기간에는 엄마가 많이 도와주신다고 설명했다.

실제 여중생으로 감당하기 힘든 쇼핑몰 운영의 실무는 어머니 홍씨가 많이 떠맡고 있다. 그러나, 쇼핑몰 운영의 핵심인 상품 선정은 전적으로 지영양의 몫이다. 소녀들이 입을 옷이기에 지영양이 또래 안목으로 직접 고른 것들로만 상품을 구성하고 있다.

어머니 홍씨는 "속옷은 겉옷과 달리 재고 부담이 적고 또 모델 변경이 많지 않아 쇼핑몰 관리에 시간을 그렇게 많이 투자하지 않아도 된다"며 "상품 구매와 배송 등은 식구들이 많이 도와주고 지영이는 저녁에 또래 아이들이 싸이월드하는 정도의 시간을 할애해 옷을 고르고 고객 질문에 답을 달아주면서 전반적인 사이트를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기업에서 일하는 임양 아버지도 든든한 후원자다. "경영 안목을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인 만큼 열심히 해라"라며 지영양을 격려해주고 있다. 임양은 "처음에는 재미로 시작했고 일이 이렇게 커질지 몰랐는데 이왕 시작한 것 계속 잘해나가 쇼핑몰도 잘 꾸리고 모델의 꿈도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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