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 속의 여성] '로미오와 줄리엣' 모티브 된 비극의 주인공들

한 마을에 살던 젊은 남녀가 첫눈에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고, 양가 부모의 심한 반대 끝에 결국 안타까운 죽음으로 사랑을 증명한다….
이 정도만 들어도 누구나 쉽게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연상할 것이다. 비극적 사랑의 대명사로 세대를 넘어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이 커플의 이야기에 모티브가 된 설화가 있었으니, 이름하여 '피라모스와 티스베'이다.
BC 10세기경 바빌로니아. 이웃집에 살던 청년 피라모스와 처녀 티스베는 사랑에 빠졌다. 그러나 양가 어른의 반대로 서로 만나는 것도 금지되는데, 한창 피 끓는 청춘 남녀는 마침내 가문의 눈을 피해 야반도주를 약속했다.
얼굴을 베일로 가린 티스베가 약속 장소에 먼저 도착했는데, 느닷없이 한 마리 사자가 입에 피를 묻힌 채 나타났다. 티스베가 황급히 바위 뒤로 몸을 숨기는 바람에 쓰고 있던 베일이 땅에 떨어졌고, 사자는 베일을 피 묻은 입으로 찢어버렸다. 한발 늦게 도착한 피라모스가 땅에 선연히 남겨진 사자의 발자국과 찢어진 베일을 발견하고는 통곡하고 울부짖으며 칼을 빼어 자신의 가슴을 찔렀다. 잠시 후 조심스레 바위 뒤에서 걸어 나온 티스베는 쓰러져 있는 피라모스를 발견하고 놀람과 슬픔에 오열하다가 그를 따라 자결하였다.
주로 생의 덧없음을 소재로 독특한 작품 세계를 펼친 작가 한스 발둥 그린은 두 연인의 비극을 처연하게 화폭에 풀어냈다. 어둑어둑한 숲 속에 피라모스의 피로 물든 망토와 티스베의 흰 스커트가 극명한 대비를 이루며 비극성을 한층 높여준다.
지난가을 마치 피라모스와 티스베처럼 죽음까지 함께한 커플의 이야기가 외신 한 켠을 장식했다. 주인공은 '유럽에서 가장 날카로운 지성'이라는 평을 받았던 철학자 앙드레 고르와 그의 부인 도린. 두 사람의 사랑은 부인이 불치병을 앓으면서 더욱 깊어졌는데, 이는 고르가 남긴 글 속에 절절히 묻어난다. "당신은 곧 여든두 살이 됩니다. 키는 예전보다 6㎝ 줄었고, 몸무게는 겨우 45㎏입니다. 그래도 당신은 여전히 아름답습니다. 함께 살아온 지 쉰여덟 해지만, 그 어느 때보다 더, 당신을 사랑합니다."
문장 자체만 보자면 지극히 상투적이랄 수 있겠다. 그러나 그는 이 고백에 충실, 20여년간 도린을 간호하다 그녀와 함께 생을 마감했다.
쉽게 만났다가 또 쉽게 헤어지기 마련인 인생에서 어떻게 이들의 사랑은 영원한 아름다움을 발할 수 있었을까. 심리학 용어 중에 '로미오와 줄리엣 효과'라는 것이 있다. 이는 외부압력이 거세질수록 남녀의 사랑이 깊어진다는, 인간심리에 대한 일종의 청개구리 효과를 말한다. 로미오와 줄리엣도, 피라모스와 티스베도 가문의 극렬한 반대가 있었기에 오히려 서로에 대한 사랑이 죽음까지 함께할 수 있는 용기를 낳을 수 있었을 것이다. 고르 또한 고질병이 자신들을 갈라놓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생겨 더욱 절절히 그녀를 간호했노라고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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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형보 바람성형외과 원장 |
사랑이란 두 주체가 서로 매혹되는 일. 매혹이 일생 동안 한치의 변함없이 유지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사랑이란, 시련에 맞닥뜨릴 때면 어떠한 것도, 심지어 죽음까지도 대수로워지지 않는 담력을 이끌어낸다. 이렇게 쉽게 유리처럼 깨어질 것 같으면서도 고난 속에서는 금강석보다 견고하기에, 세대와 국경을 넘어서 사랑은 위대하다고 칭송받는가 보다.
심형보 바람성형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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