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베스 '개헌안 부결' 국민투표 승복뒤엔 '맞수' 바두엘 있었다
◇차베스 ◇바두엘 |
베네수엘라에서 지난 2일 대통령 연임 제한 철폐 등을 골자로 한 개헌안이 국민투표에서 부결된 후 라울 바두엘 전 국방장관이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맞수로 떠오르고 있다. 두 사람은 한때 누구보다 가까운 정치적 동지였으나 바두엘 전 장관이 개헌안 반대운동의 선봉에 서면서 적대적 관계로 바뀌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차베스 대통령이 개헌안 부결이란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한 배경에는 바두엘 전 장관과 군부의 압력이 작용했다고 24일 보도했다. 차베스 대통령이 군부를 정치도구화했지만 군 내부에는 정도를 걷는 군인들이 남아 있을 뿐 아니라 일부 세력이 바두엘 전 장관에 동조해 차베스 대통령이 울며 겨자 먹기로 패배를 시인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국민투표 당시 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 종료 후 몇 시간 동안 결과를 발표하지 않았다. 자정이 조금 지나자 TV에는 군인들이 야당 의원들의 선관위 접근을 막는 장면이 방영됐고, 차베스 대통령이 투표 결과를 왜곡하려는 음모를 꾸민다는 풍문이 나돌았다. 이때 바두엘 전 장관이 TV에 모습을 드러내 "선관위는 바람직하지 않은 사태를 야기할 수 있는 어떠한 압력에도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36년간 군인으로 살아온 그의 메시지는 "부정이 내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군부에 대한 바두엘 전 장관의 영향력을 익히 알고 있는 차베스 대통령은 투표 결과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야권의 디에고 아리아 전 유엔주재 대사는 "대립을 피하고 민주주의를 유지하면서 차베스 대통령이 국민투표 결과에 승복하도록 하는 데 바두엘 전 장관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젊은 시절부터 혁명의 꿈을 키운 동지였다는 점에서 지금의 대치 상황은 눈길을 끈다. 바두엘 전 장관은 차베스 대통령과 함께 정부를 전복하기 위해 밀약을 맺은 3명 중 한 명이며, 쿠데타로부터 차베스 대통령을 구하는 등 생사고락을 함께했다. 하지만 바두엘 전 장관은 지난 6월 퇴임 이후 공개적으로 반차베스 노선을 걷기 시작했다. 그는 퇴임식에서 "베네수엘라가 옛 소련식 공산주의의 오류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밝힌 데 이어 지난 10월 기자회견에서는 "차베스 대통령의 개헌 시도는 사실상의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바두엘 전 장관은 높은 인기를 바탕으로 내년에 실시되는 주지사 선거나 차기 대선에 출마할 것이란 관측이 나돌고 있다. 본인도 "나는 정치권 진입이라는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고 밝혀 향후 결과가 주목된다.
이보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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