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기름유출사고> 사상 최악의 해양오염 '대재앙'①

<※편집자주 = 12월 7일 오전 7시께 충남 태안군 만리포 해상에서 풍랑을 만난 해상크레인 부선이 정박해 있던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와 충돌, 원유 1만2천547㎘가 바다로 흘러 나왔다. 1995년 `씨프린스호' 사고 때의 2.5배에 달하는 원유가 태안반도를 휩쓸어 청정 어장 5천여㏊ 등이 기름띠에 뒤덮이는 사상 최악의 해양오염 피해가 발생했다.
사고 이후 3주째에 접어들면서 수십만 자원봉사자들의 정성어린 방제작업에 힘입어 한 때 `기름밭'으로 변했던 태안반도는 서서히 원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지만 생태적으로 완전히 복구되기까지는 짧아도 10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17대 대통령선거의 열기로 전국이 뜨겁게 달궈져 가던 와중에도 온국민이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봤던 이번 사고의 발생과 피해상황, 외국 전문가들도 관심을 보였던 방제작업, 사고의 교훈과 향후 대책 등을 3회의 특집기사로 정리한다.>
태안반도를 휘감은 `검은 재앙'..사상 최악의 해양오염사고
(태안=연합뉴스) 윤석이 기자 = 갯내음이 물씬 풍기는 충남 서해안의 대표적 청정지역 태안반도.
다양하고 싱싱한 수산물과 천혜의 입지를 갖춘 안면도 꽃지, 만리포, 천리포, 몽산포 등의 해수욕장으로 유명한 태안반도가 검은 기름띠의 대습격을 받았다.
지난 7일 오전 7시6분 충남 태안군 만리포 북서방 5마일 해상에서 풍랑을 만나 표류하던 삼성중공업 소속 해상 크레인(14만5천t급 )이 정박중이던 홍콩선적 14만6천t급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와 충돌한 것이 대재앙의 시작이었다.
이 사고로 유조선 왼쪽 오일탱크에 3개의 구멍이 나면서 원유 1만2천547㎘가 48시간에 걸쳐 태안 앞바다로 유출됐다.
이는 1995년 전남 여수 앞바다에서 발생한 `씨프린스호' 원유유출 사고 때 5천35㎘가 유출됐던 것과 비교하면 2.5배에 달하는 규모다.
사고 해역으로부터 불과 8㎞ 가량 떨어져 있는 태안반도에는 사고 당일 저녁부터 죽음의 검은 띠가 엄습하기 시작했다.
방제당국은 당초 빨라도 24시간, 늦으면 36시간 이후 해안까지 기름띠가 확산될 것으로 예측했으나 사고 해역과 가까운 만리포, 천리포, 의항리 등의 해안에는 사고 발생 13-14시간 후부터 거대한 기름띠가 밀려들었다.
해상에서는 나흘만에 사고 지점으로부터 남방 30㎞, 북방 20㎞까지 기름띠가 퍼졌고, 해안에서도 소원면 모항항에서 원북면 가로림만 입구까지 해안선 40㎞에 폭 10-30m의 기름띠가 엉겨 붙어 수려했던 바닷가가 순식간에 `기름밭'으로 변했다.
또 충남 서해 최대 양식어장과 갯벌을 간직한 가로림만과 세계 최대의 철새 도래지이자 바닷고기의 산란장인 천수만까지 기름띠의 위협을 받았다.
해상의 거대한 기름띠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남방 저지선이었던 태안군 가의도를 뚫고 안면도 해상까지 퍼져 나갔고, 유출된 원유의 최후 형태인 타르덩어리는 사고 지점으로부터 130여㎞ 떨어진 전북 고군산도 해역까지 확산됐다.
사고가 나자 정부는 태안해안경찰서에 방제대책본부를 설치하고, 사고 해역에는 해경 경비함정과 해양오염방제조합 방제선 등을 투입해 기름의 확산 저지에 나섰으나 초속 14m 이상의 거센 바람과 높은 파도로 초기 방제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정부는 또 기름띠의 확산 속도를 잘못 분석한 초기 예측의 오류와 방제장비의 공급 지연 등으로 피해 지역 주민들과 자원봉사자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정부는 1995년 `씨프린스호' 사고 당시 하루 1천300t 수준이던 방제 능력을 하루 5천500t(3일간 1만6천500t)의 기름을 회수할 수 있을 정도로 강화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고 후 19일간 전국에서 수십만 명의 자원봉사사들이 태안반도로 몰려와 방제작업을 도왔음에도 해상과 해안에서 회수한 원유는 폐유 4천88㎘, 흡착 폐기물 2만949t에 그쳤다.
다행히 기름띠는 천수만과 가로림만에는 큰 피해를 내지 않았지만 태안반도 해안선 167㎞를 초토화시켜, 태안과 서산 지역 11개 읍.면의 473개 어장(5천159㏊)과 태안의 15개 해수욕장이 피해를 봤다.
정부는 사고 후 닷새째 되던 11일 충남 태안, 서산, 보령, 서천 등 6개 시.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충남도에 예비비 59억원과 특별교부세 10억원을 지원했다. 또 당장 생계가 어려운 주민들을 위해 긴급 자금 300억원을 편성, 충남도를 통해 2008년 1월말까지 지급하기로 했다.
경찰조사 결과, 이처럼 참혹한 환경재앙을 몰고온 이번 사고도 풍랑주의보 속의 무리한 운항과 사고 선박 관계자들의 안이한 대처 등에서 야기된 `인재(人災)'로 드러났다.
이에 태안해경은 24일 원유유출 사고의 직접적 원인을 제공한 삼성중공업 소속 해상크레인 선장 김모(39)씨와 예인선장 조모(51)씨 등 2명을 해양오염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했다.
이들은 기상이 악화되기 전에 배를 안전한 해역으로 피항하거나 닷을 내려 사고를 예방해야 했음에도 거센 풍랑 속에서 무리하게 운항을 강행하다 사고를 낸 혐의를 받고 있다.
해경의 윤혁수 경비구난국장은 "처음 사고가 났을 때의 피해 상황을 감안하면 현재 해상방제는 거의 마무리 단계로 봐야 한다"면서 "사람의 접근이 곤란한 해안과 도서지역의 오염 상태를 파악해 추가 오염 피해가 없도록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사고 후 25일까지 19일간의 방제작업에는 누계로 어선 8천626척, 경비정 826척 등 1만641척의 선박과 199대의 헬기가 동원됐으며 오일펜스 31.9㎞, 유흡착재 32만9천572㎏, 유처리제 28만653ℓ가 투입됐다.
또 자원봉사자 27만1천여명을 포함해 주민 10만3천여명, 군인 7만7천여명, 공무원 2만7천여명, 소방 1만1천여명, 경찰 1만여명 등 모두 51만5천985명이 방제작업에 동참한 것으로 집계됐다.
seoky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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