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학자·관료들의 백가쟁명 '國富증진 프로젝트'

2007. 12. 7.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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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구한 13인의 경제학자들 / 한정주 지음 / 다산초당 발행ㆍ329쪽ㆍ1만3,000원

동서양을 막론하고 모든 학문은 시대적 현상과 모순을 설명하고 해결하려는 시도에서 탄생한다. 하지만 유독 경제학만큼은 서양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는 게 현실이다.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이나 르카르도의 '비교우위론'에 대해서는 한 마디씩 하면서도 정작 우리 역사에서 대표적인 경제학자와 이론을 꼽으라고 하면 꿀먹은 벙어리가 되곤 한다.

<조선을 구한 13인의 경제학자들>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쓰여진 책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일제 강점기를 겪으며 그 명맥이 단절된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경제학자와 그들의 이론을 복원하고 있다.

서양의 근대경제학이 봉건체제에서 근대경제체제로 넘어가는 과도기에서 발생했던 다양한 사회상을 설명하는 것처럼, 이 책은 17~18세기 조선 사회의 불치병이랄 수 있는 다양한 경제적 모순들을 몸소 겪으며 개혁하려 했던 13인의 경제학자들의 삶을 소개하고 있다.

책의 큰 줄기는 토지공유와 경자유전(농사를 짓는 백성이 농지를 소유한다)의 이념아래 토지개혁을 통해 양반계층의 기득권을 없애고, 백성을 부유하게 하려는 이상을 가졌던 중농주의 학파와 오랑캐로 취급 받는 청의 문물을 수용해서라도 교역과 상업활동을 하는 것만이 부국강병의 길이라고 외쳤던 중상주의 학파들의 시대적 고민을 찬찬히 들여다 보고 있다.

그렇다고 이 책을 딱딱한 경제ㆍ경영서로 취급하는 건 큰 오해다. 정작 저자가 주시하고 있는 것은 경제학자를 둘러싼 시대적 배경이다. '왜 그들이 그런 이론을 펼칠 수 밖에 없었는지' 를 인물 중심의 스토리를 통해 전달하고 있어 역사소설을 읽는 박진감을 준다.

가령 조선 유일의 여성 실학자로 꼽히는 빙허각 이씨가 가문의 몰락으로 직접 생계를 꾸리다 보니 생활경제 백과사전격인 <규합총서>를 쓰게 됐다는 대목이나 <택리지>의 이중환이 파벌 싸움의 희생양이 돼 방방곡곡을 떠돌 수 밖에 없었다는 대목은 저자의 꼼꼼함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이들 경제학자들이 벌이는 가상좌담회는 FTA를 둘러싼 작금의 논쟁과 너무도 닮아 있어 조선시대의 경제이론이 죽은 사상이 아니라 여전히 살아 숨쉬는 사상라는 점을 깨닫게 해 준다. 또 체제공의 금난전권(시전상인의 독점권) 철폐나 수원 화성 건립 등은 최근 집중 조명 받고 있는 개혁 군주 정조와 관련된 부분들이라 색다른 재미를 준다.

안형영 기자 promethe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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