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서 조명까지 '자판기 만능시대'

자동판매기(자판기)에서 판매되는 제품들이 다양화되고 있다. 최근 지하철역, 대학교, 병원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새로운 자판기들이 속속 등장했다. 이제 과자와 음료수, 껌 등이 진열된 자판기는 기존의 인스턴트 커피자판기 만큼이나 익숙해졌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언론매체나 전단지 등에 수많은 형태의 자판기 사업 광고가 홍수를 이루고 있다. 종류도 천태만상이다. 책 자판기, 커플전용자판기, 조명 자판기, 달걀프라이 자판기, 끓인 라면 자판기, 쥐포 자판기, 솜사탕 자판기, 아이스크림자판기, 초코볼 자판기, 풍선 자판기, 스티커 자판기, 상품권교환 자판기 등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

특히 획기적인 아이템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책 자판기. 이 자판기는 문고판(148㎜×106㎜)크기의 서적 24종을 진열할 수 있다. 현금은 물론 신용카드로도 결제할 수 있고 미리보기도 가능하다. 주로 종합병원, 공항, 터널, 지하철 등에서 볼 수 있다. 여성 호신용품&커플전용 자판기도 있다. `늑대와 여우'라고 명명된 이 자판기에는 다양한 호신용품들이 있다. 호신용 호루라기부터 호신용 최루가스를 넣은 립스틱 모양의 호신품, 껌 모양의 전기충격기 등이 즐비하다. 또 커플을 위해 액세서리와 커플속옷, 페로몬 향수 등도 마련돼 있다. 노래방 등 업소에서 볼 수 있는 조명 자판기 `돌도리'도 이색 자판기 중 하나. 6개의 발광다이오드(LED)조명과 레이저빔, 안개와 물방울 발생장치를 갖춘 이 자판기는 어떤 공간이라도 훌륭한 무대로 만들어 줄 수 있다.

혈중 알코올농도를 측정해 주는 자판기도 있다. 500원 짜리 동전을 넣고 자판기에 입김을 불면 혈중 알코올 농도를 알려준다. 혈중 알코올농도 0.05%를 기준으로 음주 단계를 3단계로 나눠 `운전하셔도 좋습니다', `잠시 휴식을 취하세요', `절대로 운전하지 마세요' 등의 음성메시지가 나온다. 이 자판기는 유흥업소 주변에 주로 설치됐다.

김영호씨(45·부산 남구 대연동)는 "커피 자판기만 있는 줄 알았는데 돌아보니 다양한 종류의 많은 자판기가 있어서 깜짝 놀랐다"며 "요즘 자판기도 참 희한한 것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전세계 이색자판기－

`자판기의 천국'으로 불리는 일본에는 `쌀 자판기', `우동 자판기', `프라이드 치킨 자판기', `여학생용 속옷 자판기', `성인잡지 자판기' 등 별의별 자판기가 다 있다. `살아있는 장수풍뎅이 자판기'와 네일아트도 자판기가 해준다. 중국에서는 사람이 자판기 안에 있는 `유인 자판기'가 있다. 손님이 돈을 자판기에 넣고 버튼을 누르면 자판기 속에 있는 미모의 젊은 여성이 원하는 상품을 직접 손으로 전달하는 우스꽝스런 방식. `이색'보다는 `황당'에 가까운 이 자판기는 호기심에 이끌린 남자손님 덕에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꽃다발 자판기도 있다.

〈김대홍기자kd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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