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선의세계오지기행]<9〉말리 젠네 사원

2007. 11. 23.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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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아프리카 말리에 있는 젠네(Djenne) 사원은 흙으로 지은 전 세계 건축물 중 가장 크고 아름답다. 이 사원은 사하라사막을 오가며 황금·소금 중개무역으로 부를 쌓은 말리제국의 가장 큰 건축물이다. 1988년 유네스코는 이 사원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유서 깊은 도시 젠네를 향해 길을 잡는다. 말리의 수도 바마코에서 젠네까지는 567㎞라고 한다. 이른 새벽 바마코에서 출발한 차가 젠네에 도착하기도 전에 날이 저물어 버렸다. 서아프리카의 젖줄인 니제르강과 그 지류인 바니강의 삼각주에 위치한 젠네에 가려면 강을 건너야 한다.

날은 저물어 연락선은 끊어졌고, 배를 구하러 떠난 사람은 돌아올 생각을 않는다. 인공 불빛 하나 없는 밤하늘엔 달마저도 없어 온통 별들 세상이다. 덕분에 은하수 화관을 쓴 아프리카 하늘을 볼 수 있었다. 원시의 땅에서만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이다. 별빛에 의지해 강을 건너 젠네에 도착한 것은 한밤중이었다. 그 유명한 젠네 사원은 어둠 속에 숨어 그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알라 후 아크바르, 알라 후 아크바르(알라는 위대하다)", "모두 예배하러 나오라."

예배를 알리는 소리가 사원 스피커를 통해 울려퍼진다. 기도 소리에 이끌려 숙소를 나온다. 거리는 아직도 캄캄하다. 기도 소리를 따라가니 그곳에 사원이 있었다.

푸르스름하게 밝아오는 여명 사이로 사원의 윤곽이 드러난다. 흙으로 지은 탓인지 건물이 마치 자연의 일부처럼 푸근하게 다가왔다. 외부인들은 사원으로 들어갈 수가 없어 인근 주택의 옥상에 올라 사원의 새벽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다.

젠네의 중심부에 위치한 이 사원은 서아프리카 이슬람 문화의 중심이다. 각 외벽의 길이가 약 55m, 높이가 20m 정도인 이 사원은 인간이 흙으로 지은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로 유명하다. 1234년에 처음 지어졌고, 현존하는 건물은 1907년에 개축한 것이다. 제주도에 있는 아프리카박물관은 젠네 사원을 본떠 지은 건물이다.

흙은 인간이 사용한 최초의 건축 재료였다. 창조주 알라가 흙으로 인간을 빚었듯이 그들은 그들의 성소도 흙으로 만들었다. 건축가는 개미들이 흙을 물어와 2m가 넘는 개미집을 짓는 모습에서 영감을 얻어 이 사원을 지었다고 한다.

건물 외벽은 마치 거대한 아코디언의 주름막처럼 생겼다. 대부분의 이슬람 사원들은 뾰족한 첨탑에 초승달의 문양이 보이는데, 이곳에는 그런 문양이 없고 대신 건물 꼭대기에 타조 알이 얹혀 있다. 다산과 풍요를 상징한다고 한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특이한 건축 양식은 이슬람이 이 지역 토착신앙과 접목된 결과라고 한다.

흙벽돌로 쌓아올린 외벽 군데군데 촘촘히 박혀 있는 나무토막이 인상적이다. '토론'이라 부르는 이 나무들은 쌓아올린 흙벽돌을 지탱하는 역할을 한다. 아울러 건축물의 온도와 습도를 조절해 준다. 무엇보다 중요한 역할은 우기가 지난 후 흙을 덧칠할 때 발판을 걸치는 버팀목이 된다.

◇젠네 마을의 골목길서 노는 아이들의 모습이 천진난만하다.

날이 밝아오자 사람들이 하나 둘 사원으로 모여든다. 대부분은 사원 안으로 향하고, 몇몇 소년들과 청년들이 사원 외벽에 기대어 코란을 읽는다. 그들이 들고 있는 나무판에는 코란이 쓰여 있다. 14세기경, 이 사원이 번성했을 때는 이곳에 100개의 코란학교가 있었다고 한다. 지금도 이곳에는 코란학교가 있어 학생들을 교육한다. 학생들이 코란을 외우는 데는 약 4년이 걸린다고 한다.

당시 이곳을 여행했던 아랍의 여행가 '이븐 바투타'는 그의 여행기에 이렇게 적고 있다. "이곳 코란학교에서는 아이들이 코란을 외우는 기간 동안 족쇄를 채운다. 코란을 다 암기해야만 그 족쇄를 풀어 주었다."

족쇄는 없어졌지만 이곳 사람들의 코란에 대한 믿음은 그대로인 것 같다. 코란을 읽는 아이들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다.

사원 앞 공터에 월요일마다 큰 시장이 열린다고 들었지만, 필자가 방문한 날에는 월요일인데도 장이 서지 않았다. 대신 당나귀 몇 마리가 묶여 있을 뿐이다. 사원 광장 동쪽으로 젠네에서 가장 번성했던 상코레(Sankor)거리가 있다. 장날이 아니어서인지 거리는 한산했다. 몇몇 아낙들이 아이들 머리를 땋아주다 졸고 있고, 대장간의 풀무도 작동을 멈추었다. 열대지방 한낮의 권태로움이 골목골목에 묻어났다. 두 아낙이 권태로움을 깨고 절구질을 시작한다. 상의를 벗은 채 열중인 절구질 모습에 원초적인 삶의 아름다움을 느낀다.

한 할아버지가 당나귀에 손자를 태우고 집으로 들어간다. 용기를 내 그들을 따라 집으로 들어가 본다. 이곳 대부분의 집들은 젠네 사원처럼 흙으로 지어졌다. 무채색의 진흙 집에 비해 창틀의 문양이 화려하다. 이곳을 한동안 지배했던 모로코 양식이란다. 특이한 것은 건물 꼭대기에 흙으로 빚은 남근상이 만들어져 있다는 점.

옥상에 오르자 젠네 사원이 한눈에 들어왔다. 사원의 흙벽은 비가 오면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았다. 그러나 매년 우기가 지나고 나면 한 달 동안 젠네 사람들은 비로 흘러내린 사원을 수리·보수하는 작업에 들어간다. 이것이 젠네의 유명한 '진흙 바르기 축제'다. 아낙들은 물을 퍼나르고, 아이들은 강에서 퍼온 진흙에 소똥과 짚을 넣고 발로 반죽을 한다. 이렇게 하면 '방코'라고 불리는 모르타르가 만들어진다. 그렇게 사원은 불사조처럼 새로운 진흙으로 새 생명을 얻게 된다. 아프리카의 흙과 태양과 바람, 그리고 젠네 사람들의 신앙이 있는 한 이 신비한 진흙사원은 영원할 것이다.

여행작가

≫여행정보

프랑스 파리를 거쳐 말리의 수도 바마코로 가는 방법과 남아공의 요하네스버그에서 가는 방법이 있다. 남아공에서 다카르를 거쳐 가면 요금은 싸지만 시간이 많이 걸린다. 말리의 수도 바마코에서 젠네까지는 로컬 버스가 자주 운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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