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 묘소 '효창원' 성역화는 소극적

2007. 11. 22.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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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서울시가 오세훈 시장의 치적 사업과 관련한 운동장 대체 터 마련에는 '화끈'한 면모를 보이고 있는 반면, 민족적 사업과 관련한 대체 터 마련에는 미지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서울시는 22일 서울 구로구 고척동에 '하프돔' 형태의 야구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1977년 이미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된 5만7261㎡ 크기의 터에 내야 쪽 절반을 지붕으로 덮는 야구장을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시는 대부분 사유지인 이 터를 사들이기 위해 680억원, 야구장을 짓기 위해 393억원 등 모두 1073억원의 세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시가 이 곳에 야구장을 짓는 건 동대문야구장을 허무는 데 따른 후속 대책의 성격이다. 시는 야구계의 민원을 받아들여 고척동 야구장을 국제규격에 따른 경기장으로 짓고 구의정수장과 난지공원 등 나머지 6곳에 간이야구장을 짓기로 했다.

사업을 서둘러 시행하다보니 난지야구장은 국토관리청과 협의도 없이 진행하다 공사중단된 상태이고, 구의정수장 터의 간이야구장 건설도 문화재 파괴적 행정으로 구설에 오른 바 있다. 시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사업을 오세훈 시장의 15대 중점사업 가운데 첫 손가락에 꼽고 있다.

그러나 시장 치적 사업에는 적극적인 서울시가 막상 백범 김구 선생의 묘소가 있는 효창원 성역화 사업과 같은 민족적 사업의 터 마련에는 뜨뜻미지근한 태도를 보이며 사업 자체가 표류하고 있다.

정부는 2005년 12월 서울시 소유인 효창운동장과 반공충혼위령탑 등 이질적인 시설물을 다른 곳으로 옮기고 이 곳을 독립공원화하기로 결정했다. 광복 6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이었다.

막상 핵심 과제인 2만7,593㎡ 넓이의 효창운동장 이전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서 올해 80억원, 내년 182억원 등 이미 책정된 262억원의 예산이 도로 정부 주머니에 들어갈 처지가 됐다. 축구협회 기획실의 송기룡 부장은 "서울시가 제시한 노원·성북·관악구 등 3곳을 둘러봤으나 이미 주민체육시설로 쓰기로 돼 있거나 인접한 아파트에서 민원소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돼 일단 접었다"고 말했다. 하유성 국가보훈처 현충시설과장은 "국유지도 알아봤으나 그린벨트로 묶여 있어 쉽지 않다"며 "효창운동장 이전 문제가 풀리지 않는 한 효창원 성역화 사업이 진척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한 관계기관의 담당자는 "협의하다보면, 성역화 사업은 노무현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고, 서울시장·구청장·시의회도 대부분 한나라당이다보니 시가 소극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게 은연 중에 느껴진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이덕수 서울시 균형발전추진본부장은 "서울시내에 축구장은 이미 1200여개가 있는 반면, 야구장은 몇 개 되지 않는 등 인프라가 열악한 상태"라며 "동대문디자인플라자가 시장 치적사업이라기보다는 시의 신성장 동력 산업으로 보는 것"이라고 밝혔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의 완공은 2010년 상반기, 고척동 야구장 완공은 같은 해 3월로 예정돼 있다. 오 시장은 그 해 6월말 퇴임한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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