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 가라사대..

2007. 11. 14.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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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백범 김구는 해방 공간에서 정세 판단과 정치적 선택에 따라 여러 차례 노선의 변화를 꾀했다. 1947년 말 단정을 추진하던 이승만과 합작하기로 한 뒤 1948년 1월 '6개항 의견서'를 내어 미소 양군 철수 뒤 전국 총선을 치러야 한다고 밝힌 게 대표적인 보기다.

그는 1948년 3월21일 <신민일보> 신영철 사장과 대담에서 이와 관련된 해명을 요청받는다. 이런 변화가 정의 때문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정권을 잡기 힘들어 택한 정략적 결정이 아니냐는 질문에 백범은 당시까지만 해도 이승만을 설득할 수 있으리라 봤다고 항변했다.

창원대 사학과 도진순 교수가 엮고 보태어 최근 펴낸 <백범 어록>(돌베개)은 해방 공간 백범의 정치적 선택과 그 배경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이 책은 1945년 11월부터 1949년 6월까지 각종 신문과 잡지 방송 등을 통해 드러난 백범의 연설 기고 인터뷰 등을 모았다.

앞선 책들과 다른 점은 어록에 대해 도 교수가 전·후 정치 사회적 맥락을 상세하게 밝히고 있다는 점이다. 어록에 대한 객관적이고 종합적인 접근을 할 수 있는 여지가 넓어진 셈이다.

특히 이 책의 상당 부분은 1948년 이후 어록을 다루고 있어 통일민족주의자 백범의 진면목 이해에도 도움이 될 듯하다. 1948년을 기점으로 백범은 반탁운동의 선봉장에서 굳건한 통일민족주의자로 대전환을 하게 된다. 백범이 전국 총선을 주장하자 한민당 등은 백범을 '크레믈린궁의 한 신자'라고 비난했고 이에 맞서 백범은 단정 세력과 그들을 두둔하는 <동아일보>를 '태양을 싫어하는 박테리아'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한다.

백범이 말년 강좌 등을 통해 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산물고기를 뜻하는 '역수어'의 뜻을 강조하거나 헤게모니 싸움인 '쟁두운동'이 아니라 다리가 되고자 하는 '쟁족운동'을 펼쳐나가자고 제안한 대목도 흥미롭다.

강성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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