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포항의 힘과 김학범 감독의 공감가는 반성론

2007. 11. 11.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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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이데일리 SPN 김삼우기자] 정규리그 5위 포항이 2007 K리그 챔피언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는 11일 성남과의 챔피언 결정 2차전에 모두 녹아 있었다. 파리아스 포항 감독의 말처럼 그들의 우승은 '운'이 아니었다.

1차전에서 3-1로 승리, 정상의 8부 능선까지 올랐음에도 불구, 특유의 공격 축구는 2차전에도 이어졌고, 고비에서 예상치 못했던 선수가 결정적인 한방을 터뜨렸다. 정규리그 1위 성남, 2위 수원 삼성, 3위 울산 현대 등 내로라하는 K리그의 강호들이 포항에 줄줄이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었던 요인들이었다.

▲파리아스식 공격축구

파리아스 감독은 성남과의 2차전을 앞두고 "이길 수 있는 경기를 하겠다"고 했다. 두골차 승리로 1차전을 장식, 2차전에서 1골 차로만 져도 정상에 오를 수 있지만 '지키는 축구'를 하지 않겠다는 생각이었다. 2차전을 마친 뒤에도 그는 "여러가지 전략을 생각할 수 있었지만 역시 이길 수 있는 경기를 해야 한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기는 축구' 즉 '공격 축구'라는 그의 색깔을 흔들림없이 밀고 나간 것이었다.

'파리아스의 공격축구'는 마법처럼 또 들어맞았다. 역전 우승을 위해 초반부터 파상공세를 펼친 성남에 포항은 물러서지 않고 맞불을 놓았다. 슈벵크 따바레즈 박원재 최효진 등이 서두르는 성남의 틈을 송곳처럼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공격의 빈도는 성남이 많았어도 포항은 예리했다. 성남으로선 더 많은 실점을 하지 않은 것을 다행스러워 해야 할 정도였다.

▲영리한 파리아스

파리아스 감독의 냉정한 수읽기는 포스트시즌에서 진가를 발휘해왔다. 2차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파리아스 감독이 경기 전 주문한 것은 김두현, 김상식 등 성남 미드필더 봉쇄였다. 압박과 패싱이 좋은 성남 미드필더진의 플레이를 어떻게 막느냐가 승부의 관건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파리아스 감독이 "성남은 2골 3골차는 언제라도 뒤집을 수 있는 팀"이라고 평가한 이유도 성남 중원의 힘을 그만큼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파리아스 감독의 판단은 정확했다. 김기동 황지수 등 포항 미드필더들이 김두현 등을 철저하게 마크하자 성남 공격은 무디기만 했다.

선제골을 허용한 뒤 공격에 치중한 울산의 빈 공간을 파고들어 무릎을 꿇린 준플레이오프, 지지 않는데 초점을 맞춘 수원에 이기는 공격 축구로 맞선 플레이오프전 승리도 파리아스 감독의 냉정하고 영리한 수읽기가 바탕이었다.

▲무명들의 반란

파리아스 감독은 우승컵을 안은 뒤 "우리는 스타가 없다. 항상 최선을 다하고, 팀을 위해 희생할 수 있는 선수들이 있을 뿐이다. 우승은 운이 아닌 이들이 그만큼 노력한 결과"라고 당당하게 밝혔다.

포항은 그동안 그들이 무너뜨린 성남 수원 울산 등에 비하면 눈에 띄는 선수가 없다. 노장 김기동이 어느 정도 이름값이 있지만 그도 국가대표급은 아니다. 심지어 슈벵크 조네스 등 용병 공격수들의 무게감도 올 시즌 득점왕 까보레를 보유한 경남에 비해 떨어졌다.

하지만 이름값이 떨어지는 이들이 매 경기 창의적인 플레이와 골결정력을 발휘하며 우승을 이끌었다.

경남과 6강 플레이오프와 울산과 준플레이오프에선 '특급 조커' 이광재가 동점골과 결승골을 각각 뽑으면서 '깜짝 스타'로 부상했고, 수원과 플레이오프와 성남과 챔피언 결정 1차전에선 박원재가 각각 결승골과 선제골을 터뜨리며 시즌 MVP 후보로 부상했다. 왼쪽 날개로 활약하는 박원재는 파리아스 감독이 현재 포지션에선 국내 최고로 평가하며 MVP 후보로 추천한다고 밝힐만큼 포스트 시즌에서 최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리고 챔피언 결정 2차전에선 잠잠하던 브라질 용병 슈벵크가 날아 올랐다. 시즌 중반 포항에 합류한 뒤 기대에 미치지 못햇던 슈벵크는 마지막 순간 결승골을 작렬, 성남의 추격의지를 꺾어버렸다. 예기치 못했던 선수가 승부의 흐름을 가르는 '포항의 힘'은 이날도 그대로 이어진 것이었다.

또 포스트 시즌 내내 상대 팀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던 '세트피스의 스페셜리스트' 따바레즈와 울산전에서 킬패스로 결승골을 이끈 김기동, '골넣는 수비수' 황재원 등도 고비마다 포항에 힘을 실어줬다. 한 두명의 스타가 아닌 11명이 하나로 뭉쳐 만들어 낼 수 있는 시너지 효과는 이름값과 크게 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증명한 이들이었다.

▲공감 가는 김학범 감독의 반성론

성남의 김학범 감독은 2차전까지 패한 뒤 "스스로 아직 부족하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면서 반성하겠다고 거듭 말했다. 공감이 갔다. 비록 정규리그 5위팀이 정상에 오를 수 있는 6강 플레이오프 제도의 맹점을 지적할 수 있으나 5위 팀에게 경기 결과는 물론 경기 내용에서도 앞서지 못했던 정규리그 상위권 팀의 지도자들은 반성이 앞설 필요가 있었다.

김 감독은 "경기 감각 등은 6강 플레이오프를 거쳐 올라온 포항에 비해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면서도 "하지만 챔피언은 이런 것들을 모두 극복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제도에 화살을 돌리진 않았다. 제도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포항은 우승할만한 자격이 충분했고, 포항에 무너진 팀들은 냉정하게 그들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부터 되돌아 봐야 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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