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선거운동에 계명대생 단체동원

2007. 11. 11.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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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대구 계명대 태권도학과 학생들이 한나라당 경선 때 무더기로 당원으로 가입해 이명박 후보가 참석하는 집회에 여러차례 동원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학과는 한나라당 경북도당 대선 선거대책위원회 대학청년본부장인 최아무개 교수가 학과장을 맡고 있다.

이동원(19·가명·1학년)씨는 11일 "지난 4월 중순께 2학년 선배가 1학년 40여명을 체육관에 불러모은 뒤 한나라당 입당원서를 나눠주며 각자 적으라고 했다"며 "입당 의사를 묻거나 자세한 설명은 없었고, '가입해도 학교 생활에 지장이 없다'고 해 학생들 대부분이 써냈다"고 말했다. 또 다른 1학년 학생도 "선배가 (원서를) 쓰라고 해서 그냥 가입했다"고 말했다.

이 학과 학생들의 말을 종합하면, 학생들은 이명박 후보가 참석하는 집회에도 여러차례 동원됐다. 특히 1학년 학생들은 과대표 등을 통해 연락을 받은 뒤 지난 3~6월 사이 이명박 후보가 참석하는 시의원선거 지원유세장이나, 당원 교육 등에 5차례나 단체로 참석했다. 집회에 참석하려고 수업을 빼먹은 학생들도 있고,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동원됐다. 지난 5월 이 후보가 학교를 방문해 특강을 할 때는 진행중이던 과 행사를 중단하고, 학생들이 모두 이 후보 특강을 들었다.

이씨는 "집회에 참석할 때는 1학년생 30~40명과 학과의 간부를 맡은 선배들까지 합해 50명 정도가 같이 갔는데 선배들이 '따로 온 것처럼 서로 모른 척 하라'고 당부를 하기도 했다"며 "지난 6월 성주문화회관에서 열린 당원교육 때는 회관 입구를 지키는 당 사람들이 '학생들을 단체로 동원하면 입장시킬 수 없다'고 해서 들어가지 못하고 되돌아 온 적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1학년 학생은 "다른 체육대학과 마찬가지로 단체생활이 가장 중요하고, 평소에 걸핏하면 '집합'을 해서 얼차려를 받거나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불려나가 선배들한테 마구 두들겨맞는다"며 "휴일에라도 집회에 참석하라고 하면 빠질 수가 없는 분위기"라고 털어놨다. 그는 또 "최근에는 학과 선배가 후배들에게 전화를 걸어 이명박 후보의 인터넷 팬사이트인 '보름달사람들'에 가입하라고 권유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학과장인 최아무개 교수는 "학생들이 스스로 가입했고, 집회에 참석했다면 이 후보에게 관심있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간 것이지 학생들에게 강요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조영삼 경북도당 사무처장은 "경선 과정에서 당원 확보 경쟁이 치열할 때 있었던 일인 것 같은데, 도당에서 입당이나 집회 참석을 요구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대구/박주희 기자 hop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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