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런던서 한복전시회 연 이리자

2007. 11. 4.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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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연합뉴스) 김진형 특파원 = "한복은 몸의 결점을 가려주는 아름다운 의상입니다. 피부색에 상관없이 흑인이나 백인이나 누구에게나 잘 어울립니다."

1972년부터 시작해 세계를 일곱 바퀴 돌며 아프리카를 빼고 거의 모든 나라에서 패션쇼를 했다는 한복 디자이너 1세대 이리자(72)씨가 주영한국문화원의 초청으로 영국에서 한복전시회를 열었다.

3일부터 8일까지 런던 왕립미술학교에서 '극동의 패션:이리자의 한복'이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이 전시회를 위해 이씨의 대표작 40여점이 비행기로 공수됐다. 40여년간 한복을 만들며 살아온 이씨의 삶이 농축돼 있는 작품들이다.

노무현 대통령 부부가 영국을 국빈 방문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만났을 때 권양숙 여사가 입은 하얀 모시 한복도 있고, 1974년과 1977년 미스 유니버스 대회에서 민속의상상을 탄 색동 한복들도 있다.

이씨가 2000년 위암 말기 진단을 받은 후 "병이 이기나 내가 이기나 보자"는 각오로 7년 동안 작은 조각천을 이어붙여 만든 모자이크 장식보도 전시장 한 벽을 장식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를 위해 이씨는 특별히 조각천 수 백 개를 이어붙인 모자이크 한복과 매듭 단추를 수 백 개 장식한 매듭 한복도 만들었다.

프란체스카 여사부터 권양숙 여사까지 역대 대통령 부인의 한복을 디자인한 이씨는 "한복 맵시는 역시 육영수 여사가 최고였다"며 "해외 순방을 많이 한 권양숙 여사는 한복의 멋을 세계 곳곳에 알리는 데 일조했다"고 말했다.

전시회를 참관한 영국인들은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이씨에게 "같이 사진 찍고 싶다"고 연신 제안하며 "색상이 아름답다", "매우 편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여왕과 왕실을 둔 나라인 탓인지 전통 궁중 복식에 관심을 표하는 관객들도 꽤 됐다.

"암을 앓고난 뒤 힘이 많이 빠졌지만, 아직도 바느질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이씨는 내년쯤 지금까지 만든 역대 대통령 부인의 한복들을 모아 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그리고 10년 내에 수원에 사둔 1만평 규모 부지에 이리자 한복 박물관을 세우는 것이 "평생 숙원 사업"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회에는 이씨의 딸인 배화여자대학 전통의상과 황의숙(50) 교수가 동행했다. 황교수는 런던의 10대 관광명소로 꼽히는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박물관에서 4일 열리는 한국 전통문화 체험 행사 '한 스타일: 한국문화 체험하기'에서 한국 전통 혼례 절차와 전통 복식에 대해 강의한다.

이번 전시회와 한복 입기 체험 행사가 끝난 후 이씨는 한국에서 가져온 한복 중 15점을 내달 중순 건물을 마련해 정식 개관하는 주영한국문화원에 기증하기로 했다.

k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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