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SES·핑클 상업적 성공 '소녀 아이돌'팬층 확대
소녀 아이돌 그룹의 포문을 연 것은 1997년, SES의 등장이다. 데뷔곡 '아임 유어 걸'은 이들의 정체성을 분명히 했다.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세 명의 멤버들은 10대 후반의 '소녀'였다. 소녀들의 구성은 용의주도했다. 리드보컬 바다는 나이를 짐작할 수 없는 가창력을, 유진은 '올리비아 허시'를 닮은 인형 같은 외모를, 슈는 항상 누군가의 친구이거나 언니 혹은 여동생일 것 같은 친근함을 무기로 내세웠다. 기획은 적중했다. 10~20대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98년, '핑클'이 등장하면서 소녀 아이돌 그룹은 뚜렷한 라이벌 구도를 이루기 시작한다. SES와 구성은 비슷했으나 핑클은 한 명이 더 많았다. SES의 데뷔곡과 핑클의 대표곡 '내 남자친구에게'를 통해 그들은 '국민 여자친구'가 되기를 자처했고 2000년대 초반까지 가요계 소녀 아이돌 그룹의 양대 산맥으로 자리를 지켰다.
이들의 '성장'은 가요계의 '섹시 콘셉트 열풍'으로 이어졌다. 핑클은 2000년 '나우'를 통해 소녀티를 벗었고, 비슷한 시기에 인기몰이를 시작한 '베이비복스'가 가세했다. 한편 SES는 2002년 5집 앨범을 마지막으로 해체했다. 이들은 소녀로 남았고, 멤버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활로를 찾았다. 소녀티를 벗은 핑클과 때마침 등장한 베이비복스는 가요계의 섹시 열풍에 불을 지폈고, 이후 가요계는 '청순'보다 '섹시'가 대세를 이룬다.
SES와 핑클의 상업적 성공은 또 다른 소녀 아이돌 그룹을 양산했다. 2002년에는 '슈가'와 '밀크'가 등장했다. 이들은 당시의 SES와 핑클보다 어렸고 여전히 귀여웠지만 대중의 관심은 시들했다. 밀크는 1집을 마지막으로 사라졌고, 슈가는 그룹으로서의 정체성보다는 멤버 아유미의 독특한 개성이 도드라졌다. 2005년 등장한 '천상지희 더 그레이스'는 섹시한 매력과 가창력, 힘있는 안무를 앞세우고 '여자 동방신기'로서의 위치를 내세웠지만 신통치 않았다. '숙녀'로 성장한 소녀 그룹의 변신과 섹시 콘셉트의 홍수 속에서 소녀 아이돌 그룹의 정체성은 모호해졌다. 어설프게 벗거나, 때늦은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콘셉트로 가요계를 표류했다.
소녀 아이돌 그룹 등장 10년째, 원더걸스와 소녀시대는 여전한 주요 문화 소비층인 10대와 20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나아가 97년 당시 10대 후반 혹은 20대였던 지금의 30대 '삼촌'들의 사랑도 이들 인기의 든든한 축이다.
〈이로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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