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발] 종전선언, 언제 해야 하나 / 김지석

2007. 10. 19.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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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노무현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을 마친 뒤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지난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도 "하나님께 감사하고 우리 국민에게도 감사하며 정말 개인적으로 아주 행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7 남북 정상선언'에는 많은 성과가 담겨 있다. 특히 '종전선언 3~4자 정상회담 한반도 개최' 합의는 노 대통령의 '작품'이라고 할 만하다. 그는 지난달 초 한-미 및 한-중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조기 구축에 대한 미국과 중국의 동의를 유도한 뒤 이를 바탕으로 종전선언 정상회담 합의를 이끌어냈다. 앞서 2005년 9·19 공동성명에 "직접 관련 당사국들은 적절한 별도 포럼에서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을 가질 것"이라는 내용을 포함시킨 것도 우리나라였다.

종전선언 정상회담은 이처럼 고정된 내용이 있는 게 아니라 우리나라가 주도해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다. 따라서 회담의 시기와 성격을 놓고 여러 얘기가 나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올해 안에 열리기 어렵다는 전망이 적지 않지만, 그보다는 '조기 개최를 위한 동력이 형성되는 중'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종전선언은 한국전쟁 및 한반도 평화에 직접 관련된 나라들이 전쟁 종결을 선언하고 평화 의지를 구체화하는 것을 말한다. 특히 북한과 미국에는 핵 완전 폐기와 관계 정상화라는 '전략적 결단'을 앞두고 서로 신뢰를 높이는 결정적 구실을 할 것이다. 그럼으로써 핵 폐기 노력을 촉진하고 평화체제 협상 속도를 높이게 됨은 물론이다. 이런 강력한 계기 없이 핵 폐기와 평화체제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리라고 생각하는 것 또한 지나친 낙관이다. 일부의 주장처럼 종전선언을 평화체제 협상의 끝 부분에 위치시키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그때의 종전선언은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사전 절차에 지나지 않게 된다.

최대 변수는 미국의 태도다. 미국은 '북한이 핵을 폐기하면 종전선언이 가능하다'는 태도다. 비핵화가 돌이킬 수 없는 수준까지 진전돼야 한다는 것이다.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북한이 이미 생산한 플루토늄 50kg 문제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면 평화체제 구축 문제가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미국이 생각하는 가장 이른 종전선언 시기는 '핵시설 불능화가 끝나고 플루토늄 등 핵 폐기 단계 과제에 관한 합의가 이뤄진 직후'가 된다.

핵 불능화 과정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늦어도 한 달 안에는 구체적인 불능화 작업이 시작되고 이후 단계 과제를 논의할 6자 회담이 개최될 것이다. 그러고 나면 6자 외무장관 회담이 열려 평화체제 협상 착수를 선언하고 남북·미·중이 4자 포럼을 꾸려 논의를 시작하는 절차가 예상된다. 그런 다음 핵 폐기와 평화체제 논의를 가속화하는 방법의 하나로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 등이 거론되지만 가장 확실한 수단이 바로 종전선언이다.

종전선언 정상회담의 적기는 북한 핵 시설 불능화가 끝나는 올해 말부터 내년 초 사이다. 그렇게 되도록 해야 한다. 지금까지 한 것만 해도 절반은 왔다. 남북과 미국의 정상이 한반도에 모이는 것 자체가 평화를 진전시키는 힘을 갖는다.

노 대통령은 냉정하고 흔들림 없이 종전선언 정상회담을 준비하기 바란다. 대선에 영향을 줄까봐 남북 정상선언을 폄훼하는 일부의 움직임에 일일이 대응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제갈량은 "군자는 … 분노를 느끼되 화를 내지 않고, 근심하되 두려워하지는 않으며, 즐겁되 기뻐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래야 실수를 피하고 인심을 얻으며 외교에서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김지석 논설위원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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