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문화에 숨어 있는 '3'의 비밀 엿보기

2007. 10. 5.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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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읽어보아요 /<숫자 3의 비밀>

김종대 글·이부록 그림/사파리(옛 언어세상)·1만1000원

어린이 지식정보책을 만드는 일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전달되는 내용도 정확해야 하지만, 무엇보다도 독자의 관심과 호기심을 생생하게 일깨울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많은 지식과 정보를 싣고 있어도 자유로운 상상력을 억누르는 책이라면, 차라리 만들지 않는 편이 낫다.

〈숫자 3의 비밀〉은 우리 문화와 의식에 깊이 스며들어 있는 '3'이라는 숫자의 의미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다. 여행은 건국신화인 단군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하느님의 아들 환웅이 하늘의 보물 셋과 세 신, 삼천 명의 부하를 이끌고 세상으로 내려온다. 곰은 쑥과 마늘을 먹으며 동굴 안에서 삼칠일을 견딘 다음, 여인이 되어 환웅과 결혼하고 단군을 낳는다.

우리 조상들은 아기를 낳으면 밥과 미역국과 물을 세 그릇씩 차려 놓고 세 번에 걸쳐 삼신할머니에게 기도를 올렸다. 강원도에서는 풍년과 안녕을 비는 제사 때 성황지신, 토지지신, 여역지신을 한자리에 모셨다. 옛이야기나 생활 속에서도 3이라는 숫자는 의미심장하다. 까치는 자기 몸을 던져 종을 세 번 울려서 새끼를 살려준 사람에게 은혜를 갚고, 여우에게 홀린 선비를 구한 삼족구는 다리가 셋 달린 개다. 아들이나 딸이 여럿일 경우 주인공은 으레 셋째이며, 장례 풍습도 3이라는 숫자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조상들이 그토록 3을 중요시한 것은, 이것이 남자를 뜻하는 수 1과 여자를 뜻하는 수 2를 합한 완전한 수여서이다. 세상의 이치를 음양의 원리로 이해한 셈이다.

만만찮은 내용을 참 다양하고 재미있게 꾸렸다. 구수한 입말 투로 들려주는 이야기도 감칠맛 나지만, 상징적인 의미를 해학적으로 풀어낸 그림도 일품이다. 이에 못지않게 마음을 끄는 것은 책의 편집이다. 표지와 본문, 심지어 면지에 이르기까지 세심한 정성과 주의가 느껴진다.

오석균/도서출판 산하 주간 mitbach@han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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