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가요계, 순혈(純血)가수가 사라져간다

2007. 10. 5.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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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김경민 기자]

대한민국 가요계에서 순수한 의미의 가수(singer, 歌手)가 사라지고 있다.

어느덧 이 시대가 가수로 음반을 발매하는 동시에 버라이어티 쇼, 연기 활동을 겸업하는 '엔터테이너'형 연예인을 필요로 하고 있는 현실이 됐다.

가수 비를 필두로 이효리,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이현우, 박지윤, 브라이언, 채연 등 헤아리기도 힘들 만큼 많은 가수들이 본업인 가수 일 외에도 연기자 혹은 MC, 버라이어티쇼 등에 얼굴을 내비치고 있다.

사실 비의 첫 연기자 데뷔작인 드라마 '상두야 학교 가자(2003년)' 당시만 해도 가수들의 연기자 겸업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다.

당시 대중들은 "가수면 노래만 할 것이지 무슨 연기냐"는 등 가수들의 외도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비판적인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2007년 현재 가수들의 외도는 당연한 것이 되고 있다.

가수들이 본업인 노래 외에 다양한 분야로 범위를 넓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노래만 해서 먹고 살 수 없는 현실'이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다.

가요계의 위축 및 오프라인 음반 시장의 급격한 축소는 가수들이 음반 판매로 수익을 낼 수 없는 실정. 한 음반 제작자는 "음반 판매량이 급격히 줄어 순수한 음반 판매만으로는 음반 제작비 및 활동비 자체를 기대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고 현 가요계의 실태에 대해 개탄했다.

실제 올 한해 가장 많은 음반 판매고를 기록한 SG워너비 및 에픽하이의 경우에 10만장을 상회하는 수치라 과거 '신인이 발매만 해도 10만장은 판다'는 시대와는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대중들은 "온라인 음반 등으로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 않냐?"는 의구심을 던지기도 하지만 온라인 음원 판매 수익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실정. 한 가요 관계자는 "온라인 음원 자체는 과거 음반 시장의 수익과 비교해 극히 미미하다. 실제 올해 큰 이슈를 모으며 온라인 음원 판매 상위권을 자랑하던 한 가수의 경우 음반 제작비, 뮤직 비디오 제작비, 활동비 등을 제외하니 결국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슬픈 현실을 전했다.

이런 음반 시장의 붕괴 탓에 가수들이 또 다른 방법으로 수익을 추구할 수 밖에 없게 만든 것이다.

가수들 또한 이제는 '노래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으면 가수를 할 수 없다고 자조의 목소리를 낸다.

22년간 정상의 자리에 서있는 이승철(사진 왼쪽)은 "노래를 사랑하고 좋아하기에 가수라는 일을 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올 상반기 '왼쪽가슴'과 '하리오'로 큰 인기를 모은 케이윌(사진 오른쪽)은 "가수라는 직업은 진정으로 노래를 사랑해야만 할 수 있는 일이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배고픈 직업이 가수'다"고 털어놓았다.

반면 가수들에게 '만능 엔터테이너'가 되기를 바라는 현실 또한 부담감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10년 만에 3집 앨범으로 컴백한 육각수는 "어느덧 잘 생기고 연기 잘하는 배우와 웃기는 개그맨 두 부류만이 방송활동을 하고 있다. 그 중 노래 잘 하는 가수는 사라진 것 같다"고 의미심장한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가수들 또한 이제 팔리는 음반을 만들어 내고 있다.

독특한 음악세계로 큰 사랑을 받아왔던 빅마마 또한 4집 앨범 'Blossom'에 대해 '대중적인 음악'을 추구했다고 한다.

최근 쇼케이스에서 빅마마는 "지금까지 해오던 음반과는 다르게 이번 4집은 대중성을 가미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런 음반 시장의 변화는 가수들에게 변신을 요구하게 됐고, 그 결과 가수들은 수익을 낼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아 연기,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MC 등을 겸업하게 된 것이다.

한 매니저 출신 가요 관계자는 "어느 순간 가수들에게 '노래'만이 아니라 '엔터테이너'적인 능력을 요구하게 됐다. '가수' 하나만 해서는 살아남기 힘든 것이 요즘의 현실이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 해에 수많은 음반이 발매되고 음반 보다 많은 수의 가수들이 활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 중 노래만을 위한 순혈(純血) 가수는 몇이나 될까? 대중들은 연예인에게 언제나 다른 모습을 요구하고 원하기에 그들의 변신은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가수'라는 호칭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면 '가수'로서 무엇인가를 보여준 다음 외도를 하는 것이 바람직한 모습일 것이다.

2007년 대한민국 가요계에는 노래만을 위한 순혈(純血)가수가 사라져가고 있다.

김경민 i30@news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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