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에 가미카제대원 추모비..日여배우
"꿈에 나타난 특공대원 잊지 못해"
(사천=연합뉴스) 지성호 기자 = 일본의 한 여자배우가 경남 사천시에 조선인 가미카제(神風)특공대원의 추모비를 세운다.
27일 사천시에 따르면 일본의 지한파(知韓派) 여배우인 구로다 후쿠미(51.黑田福美)씨가 일제강점기 때 강제징집돼 가마카제특공대원으로 활동하다 1945년 5월 일본 오키나와(沖繩) 해상에서 숨진 탁경현(1920년생)씨의 추모비를 그의 고향인 서포면 외구리 남구마을에 세우겠다고 알려왔다.
이에 따라 사천시는 최근 시를 방문한 구로다씨와 추모비 건립 장소에 대해 협의했으며 구로다씨는 내달 안으로 추모비를 세울 계획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여배우가 수 십년전 숨진 조선청년의 추모비를 세우기로 한 것은 1991년 꿈속에서 만난 조선청년이 "비행기를 조종하며 죽는 것에 후회는 없지만 조선사람이 일본사람의 이름으로 죽는 것이 억울하다"는 말을 들은 것이 계기가 됐다.
이후 구로다씨는 청년의 정체를 파악하려 백방으로 수소문했고 1995년 요미우리신문에 꿈의 내용을 칼럼으로 실은 뒤 "그가 가미카제특공대원 미쓰야마 후미히로(光山文博)일 가능성이 높다"는 제보를 받았으며 사진을 보고난 뒤 꿈속의 청년이란 확신을 가졌다.
그의 이름이 탁경현이란 사실도 알아냈다.
교토(京都)에서 탁경현의 가계 자료와 소학교, 중학교, 교토 약학전문학교의 학적부까지 찾아낸 구로다씨는 "기이한 인연"이란 생각을 했고 그의 고향에 비석을 세우기로 결심했다.
구로다씨는 일본에 강제징집된 한국인들의 신원을 찾는 데 노력해 온 홍종필(71) 전 명지대 교수를 통해 탁경현씨의 유족들도 만났다.
추모비 건립을 추진하는 구로다씨에게 서포면 주민들은 "서포면내서 한국 청년 250여명이 끌려갔는데 왜 탁경현만 비석을 세우려고 하느냐"는 반대에 부닥쳤으나 끈질긴 설득으로 주민들의 동의도 받았다.
구로다씨는 '평화스러운 서포에서 태어나 낯선 땅 오키나와에서 생을 마친 탁경현..영혼이나마 그리던 고향 땅 산하로 돌아와 평안하게 잠드소서'란 귀향기원 비문까지 새겨 놓고 있다.
탁경현씨는 일본 논픽션 '호타루 가에루(반딧불이 돌아오다)'와 영화 '호타루'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shch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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