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 새 길을 찾는다] 고택체험, 외국인이 더 좋아해
안동 지례예술촌·전주 한옥마을…
"한국을 '고요한 새벽의 나라(The Land of Morning Calm)'라고 이야기 한다지만 이곳만큼 평화롭게 고요한 분위기가 감도는 장소는 없을 것이다."
경북 안동의 지례예술촌을 다녀간 '시애틀 타임스' 기자가 방명록에 남긴 글이다. 임하댐 건설로 수몰 위기에 처한 종택을 인근으로 옮겨 89년 문을 연 지례예술촌은 일반인들이 하룻밤 머물며 다양한 유교문화를 체험하고 풍류한마당 등 전통 공연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이웃도 하나 없는 궁벽한 산속에 자리잡고 있지만 외국인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지례예술촌 김원길(65) 촌장은 "서울 등 대도시의 복잡함에 지쳐있다가 400년 된 고택체험을 해보고는 크게 만족해 한다"고 말했다. 옛 선비들의 풍류였던 고독을 즐기는 '한적미(閑寂美)'를 오히려 외국인이 더 잘 즐긴다는 게 김 촌장의 설명이다.
호주에서 왔던 한 손님은 "밤에 자리에 누워 지구가 자전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감탄할 정도다.
김 촌장은 "경복궁이나 덕수궁 가서는 사진이나 찍지 한국의 전통 가옥에서 잠을 잔다거나 제대로 된 한국음식을 맛보고, 한복도 입어볼 수 있는 곳은 흔치 않다"며 "1년에 10번을 지내는 제사의 모든 과정을 손님들에게 공개하는데 외국인의 관심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지난해 지례예술촌을 찾은 외국인은 600명 정도. 올해는 800명 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박제화되지 않은 한국 전통의 아름다움은 외국인에게 신선한 자극을 주고 이를 테마로 한 관광상품의 만족도도 일반 상품보다 훨씬 높다.
투어재팬 윤기준 대표는 "안동 하회마을에 갔을 때 새벽에 손님을 택시에 태워 부용대에 올려 보낸 뒤 하회마을을 내려다 보게 한 후 물안개 낀 강을 쪽배로 건너게 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반응이 아주 뜨거웠다"고 소개했다.
그는 "관광은 이미지를 심어주는 작업으로 똑같은 하회마을이라도 어떻게 새롭게 보여주느냐에 따라 만족도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전북 전주시 풍남문 일대에 조성된 전주한옥마을도 외국인관광객에게 인기 있는 곳이다. 민박 등 다양한 한옥숙박체험 공간이 있고 판소리 한지공예 다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함께 즐길 수 있다.
한옥숙박체험을 하는 '아세헌'의 주인은 "몇 년 전 독일인이 방문한다고 해 아침식사로 한정식 외에 빵과 버터, 우유 등을 준비했지만 손님들은 양식은 거들떠 보지 않고 밥과 미역국, 나물 등 반찬을 깨끗이 비웠다"며 "너무 맵거나 특이한 냄새가 나지 않는 한 한국음식은 외국인에게 경쟁력이 높다"고 말했다.
한국 전통문화 체험은 관광 연계 산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전주시 문두현 관광진흥계장은 "판소리 공연을 감상한 외국인이 한복을 유심히 쳐다보더니 다음날 한복가게에 들러 80만원을 내고 선뜻 사더라"며 "전통 체험을 통해 깊숙하게 전달된 한국의 이미지가 관광객의 구매욕구까지 유발시킨다"고 말했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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