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와 JYP, 연쇄 사업진출사건

2007. 8. 14.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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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불황의 나락, SM픽처스와 미국 지사 설립하며 새로운 살길을 찾는 그들의 승부수는 성공할 것인가

▣ 강명석 <매거진t> 기획위원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는 음악 사업을 하는 곳일까. 그리고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는 한국 기업일까. 물론 아직까지 그 답은 '그렇다'이지만, 앞으로는 바뀔지도 모른다. 얼마 전 SM은 소속 그룹 슈퍼주니어의 멤버들이 출연하는 영화 <꽃미남 연쇄 테러사건> 제작과 함께 영화사 SM픽처스를 설립했다. 또 사용자제작콘텐츠(UCC) 전문 인터넷 사이트 아이플을 오픈하고, 잡지 〈S매거진〉도 창간했다. 또 JYP는 미국 지사를 설립하면서 미국 진출을 가시화했다. 물론 SM픽처스나 JYP 미국 지사의 성공 여부는 미지수다. 그러나 성공 여부에 상관없이 이수만은 계속 다른 영역으로 진출할 것이고, 박진영은 계속 미국으로의 진출을 시도할 것이다. 그것이 곧 그들의 궁극적인 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롤모델은 자니스와 퍼프 대디

국내 음악 시장의 호황 시절, 두 사람은 음악계의 큰손으로 유명했다. 그러나 사실상 두 사람은 음악 사업을 한다는 것 외에는 공통점이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수만은 '음악 제작자'가 아니라 '아이돌 스타' 제작자다. 10대를 중심으로 열광적인 팬층을 가질 수 있는 아이돌 스타를 기획하고, 아이돌 스타가 탄생하면 그들이 관련된 콘텐츠를 끊임없이 생산해 그들의 팬에게 판매한다. 음반 시장이 호황이던 HOT의 전성기에도 HOT는 팬들을 위한 20여 분짜리 영화 <평화의 시대>를 찍었고, 동방신기 역시 팬들을 위한 영화 〈VACATION〉을 찍었다. 이수만이 SM픽처스 설립과 함께 "동방신기가 이벤트를 열면 늘 7만~10만 명이 참석하고, 그중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오는 인원은 4만 명이다"라고 말한 것은 그가 생각하는 엔터테인먼트 산업 모델을 그대로 보여준다. 최소 몇만 명에 달하는 동방신기의 팬들은 동방신기가 내는 일본 싱글, 한국 싱글, 리패키지 음반, 공연 DVD, 출연 영화 등을 계속 소비한다. 슈퍼주니어는 데뷔 당시부터 아예 멤버들이 가수와 연기자, 버라이어티 쇼 출연 전문으로 나뉘어 쉴 새 없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낸다.

SM의 사업 확장은 단지 다른 분야로의 진출이 아니라 아이돌 스타를 기획·홍보하며, 관련 콘텐츠의 수를 극대화할 수 있는 'SM월드'의 완성에 가깝다. 이제 SM은 UCC를 통해 소속 신인들을 미리 홍보하고, 잡지를 통해 그들이 원하는 기사를 만들어내며, 팬들의 구미에 맞는 음악과 영화를 제작해 수익을 극대화할 것이다. 최근 데뷔한 소녀시대는 UCC를 통해 먼저 소개됐고, 싱글 발표 전부터 연기 활동을 하는 멤버도 있다. 그래서 SM은 일본과 중국에 진출한다. 스맙(SMAP)과 아라시 등 최고의 남성 아이돌 그룹이 소속된 일본의 엔터테인먼트 그룹 쟈니즈는 곧 SM의 이상적인 사업 모델이나 다름없고, 아시아권에서는 10대 팬을 중심으로 한 아이돌 시장이 큰 위력을 발휘한다.

반면 박진영은 그렇기 때문에 미국 시장으로 진출한다. 이수만이 음악도 만드는 아이돌 스타 제작자라면, 박진영은 스타들을 매니지먼트하기도 하는 음원 제작자, 혹은 프로듀서이다. 그는 JYP의 모든 가수들의 음반을 직접 프로듀싱하고, 때론 다른 소속사 가수들의 음반 작업에도 참여한다. JYP가 빌보드지에 실은 광고도 '회사'로서의 JYP가 아니라 'Asian Soul'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박진영 개인에게 초점을 맞췄다. 비록 표절 시비에 오르내렸다 해도 박진영의 승부수는 늘 대중의 마음을 살 수 있는 곡이고, 그 곡의 대중성이 가수의 스타성과 맞닿는 순간 엄청난 파괴력을 발휘한다. '육아일기'로 따뜻하고 친근한 이미지가 생긴 god가 박진영의 <거짓말>을 부르면서 10~30대에 이르는 팬들을 끌어들인 것이 대표적인 예다. 최근 데뷔한 JYP의 신인그룹 원더걸스는 다른 아이돌 그룹처럼 오락 프로그램에 나오고 연기 활동도 하고 있지만, 그들의 스타일을 분명하게 보여준 것은 데뷔 뒤 꽤 오랫동안 활동하며 히트시킨 노래 <아이러니>를 통해서였다.

한국 음악에 재투자하는 비전을 갖길

이수만이 한국의 자니즈를 꿈꾼다면, 박진영이 목표로 하는 것은 한국의 퍼프 대디다. 이수만이 아이돌 스타의 영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을 꿈꾼다면, 박진영은 자신의 곡이 가장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그리고 자신의 곡이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곳은 당연히 미국 시장이다. 박진영의 미국 진출은 단순한 모험이 아니라 죽으나 사나 음악으로만 승부를 봐야 하는 그의 정체성에서 나온 결과다. 두 사람의 상반된 행보는 현재 한국 대중음악계의 지형도이기도 하다.

아이돌 스타의 제작자건, 프로듀서건 국내 음악 시장이 호황이던 시절에는 모두 한국에서 음악을 했다. 하지만 음악 시장이 불황에 빠지고,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장르별 합종연횡과 해외 진출이라는 변화를 겪으면서 국내 음악 산업을 대표했던 두 사람은 음악 이외의 장르로, 또는 자신의 음악적인 원류로 진출하고 있다. 한국 음악 시장이 고사 직전에 놓인 지금, 자신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새로운 살길을 모색하는 이들의 승부수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물론 성공 가능성은 아무도 알 수 없다. 다만, 그들이 성공한다면 그들이 그 성공을 바탕으로 한국 대중음악에 재투자할 수 있는 비전을 가지고 있길 바랄 뿐이다. 지금 그들의 현재를 만들어준 것이 바로 그 한국 음악이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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