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낙뢰사고' 섬광과 함께 곳곳서 "으악~"

2007. 7. 30. 00:2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휴일 등산객들이 몰린 29일 북한산은 '쾅'하는 굉음과 함께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등산객의 안전을 위해 산 정상에 설치한 쇠줄이 화근이었다. 낙뢰와 함께 발생한 강한 전류가 쇠줄을 타고 흐르면서 쇠줄에 의지해 산을 오르던 등산객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다.

◇처참한 현장=대기 불안정으로 비가 오락가락하더니 이날 낮 점심 때쯤 북한산 용혈봉 정상 부근에 느닷없이 벼락이 떨어졌다. '산비둘기 산악회' 회원 김봉태씨(46)는 "정상에서 쉬던 중 갑자기 폭우가 쏟아져 서둘러 내려오는 순간 '지~잉'하는 소리와 함께 정신을 잃었다"고 사고 순간을 기억했다. 이들은 6년 전 히말라야 등반 중 숨진 산악회 동료를 기리기 위해 매년 이날 추모 산행을 벌여왔다.

사고 현장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낙뢰에 맞아 쓰러진 등산객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처참한 광경을 연출했다. 많은 사람들이 경련을 일으켰고, 일부는 충격을 받아 멍한 표정으로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고 직후 현장에 출동한 서울 은평소방서 고상훈 소방사는 "도착해보니 벼락을 맞고 튕겨나간 듯 정상 30m 아래에 얼굴에 큰 상처를 입은 사람이 숨져 있었다"며 "정상에 있던 생존자들의 신발과 가방은 찢겨져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소방서에서 출동한 다른 소방대원은 "정상 인근에 수십여명이 쓰러져 신음하고 있었다"며 "어떤 등산객은 다리 전체에 물집이 생기고, 다 터져 있었다"고 전했다.

경기 고양소방서 김윤원 소방교는 아버지를 찾으며 울부짖는 학생을 목격했다. 그는 "부상자들이 쇼크 상태에 빠져 있었다"며 "특히 '우리 아버지 좀 살려주세요'하며 울부짖는 10대 소년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고 전했다.

이날 사고로 북한산에서 안영채(57·일산병원)·정원상(36·고양 명지병원)·이재선(30·여·의정부의료원)·황승옥(38·여·서울 아산병원)씨, 수락산에서 임경자씨(47·여·의정부 성모병원)가 숨졌다. 최명규씨(46) 등 부상자 7명은 다행히 생명에 큰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쇠줄로 전기 통해 감전피해 커져=피해자들은 낙뢰를 직접 맞았거나 이에 따른 간접 감전으로 참사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 김소방교는 "산 정상의 사망자들은 외관상 큰 상처가 없는 점으로 미뤄 감전사한 것으로 보인다"며 "정상 가는 길에 쇠줄이 있는데 이곳으로 전기가 통해 난간을 잡고 산을 오르던 사람들도 다친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산에는 북한산처럼 산 정상이나 가파른 등산로에 쇠줄이나 철제 계단이 설치돼 있다. 그러나 이번처럼 낙뢰가 발생할 경우 감전 등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쇠 등 금속류 소지품을 갖고 있던 등산객들이 주로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부상자 가운데 일부는 동일 산악회 소속으로 당시 산성 종주를 위해 철로 된 스틱과 D형 고리 등을 매단 안전벨트와 바늘로 시간을 알 수 있는 아날로그 손목시계를 착용하고 있었다. 전문 산악인들은 "낙뢰가 칠 때는 표적이 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능선에 서 있지 말고 금속 소재인 스틱 등 등산 장비를 몸에서 멀리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전대책 무방비=낙뢰 빈도는 산악 지형이나 평지나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높은 지형은 더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기상청 이종호 관측기술과장은 "지면이 그냥 땅이라면 낙뢰 전류가 땅속으로 들어가지만 암반에서는 낙뢰가 튀어 나오게 된다"고 설명했다.

국내 대부분의 산 정상은 암반으로 돼 있다. 언제라도 똑같은 사고가 되풀이될 소지가 충분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산정상에는 피뢰침이 설치돼 있지 않아 번개가 암반에 내리칠 경우 속수무책이다.

이번에 감전사고의 통로가 된 쇠줄이나 철제 계단의 재질을 바꾸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이날 사고를 계기로 낙뢰 관련 기상예보가 있을 경우 등산객을 통제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국립공원관리공단 관계자는 "호우주의보와 같은 기상특보가 발효되면 출입통제를 하게 돼 있다. 그러나 29일에는 별다른 특보가 없었기 때문에 출입통제를 안했다"고 말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아직까지 낙뢰와 관련한 기상특보를 내고 있진 않지만 일반적인 낙뢰 정보는 제공하고 있다"며 "국립공원관리공단측이 이에 따라 실질적인 조치를 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호준·김다슬기자〉

-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 구독신청(http://smile.khan.co.kr) -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