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신, 2년 집필 끝에 대하소설 '대발해' 발간

2007. 7. 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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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장성과 대등히 맞선 제국의 영욕

"광대무변한 역사 보면 한국인으로 태어난 것이 영광"

김홍신(60)씨가 소설가로 귀환했다. 2005년 여름부터 1년 반 동안 칩거하며 대학 노트에 만년필로 원고지 1만2,000장 분량을 쏟아냈다. 7개월의 퇴고를 거친 작품은 <김홍신의 대발해>(아리샘 발행ㆍ전 10권)라는 제목을 달고 세상에 나왔다. 전작인 <초한지> <삼국지> <수호지>와는 달리, 원전 없이 역사서 탐독과 현장 취재, 상상력에 기댄 역사소설이다.

2,500쪽을 훌쩍 넘는 방대한 책엔 고구려 패망 후 30년 만에 일어난 발해의 230년 역사가 유장하다. 태조 대조영을 위시한 15명의 황제가 등장하고, 뜨고 지는 신료 및 장졸의 수가 400명을 헤아린다.

2004년 총선 낙선 직후 "바깥의 유혹으로부터 나를 가두는" 심정으로 작품을 구상할 때만 해도 발해사의 장강을 틔울 물꼬가 보이지 않았다. "3대 문황제의 두 딸인 정혜ㆍ정효 공주의 비문에 적힌 1,500자 외엔 남은 기록이 없었다. 그마저도 발해가 칭제(稱帝)했고 불교가 흥했다는 것 정도만 알려줄 뿐이었다"고 작가는 회고한다.

이후 한국, 중국, 일본을 가리지 않고 역사서를 섭렵했다. 북한 사회과학연구소의 발해 연구자료도 유용했다. <본초강목> <손자병법> 등의 고서나 신문, 잡지, 인터넷에서 건진 자료는 고스란히 작품의 살을 붙이는데 쓰였다.

그는 "대대로 장수했던 대조영 집안의 건강 비결을 밝히려 한의사 친구에게 무시로 전화했고, 정확한 기마전 묘사를 위해 초면의 실례를 무릅쓰고 경마 기수, 말 소유주에게 물었다"고 말한다.

발해의 정치ㆍ외교사를 현실감 있게 그리는 작업에는 현대정치사 전공 교수의 도움이 컸다. 재작년과 작년 여름엔 중국 동북3성과 산둥반도, 러시아 연해주 등지로 취재 여행을 다녀왔다.

나당 연합군의 고구려 평양성 공격으로 시작하는 소설엔 시종 흙먼지가 가실 줄 모른다. 풍성하고 유려한 어휘를 머금은 간결한 문장은, 중국과 대등히 맞서며 폭력의 역사를 기꺼이 감당한 제국의 영욕을 긴장감있게 그린다.

때론 권력자의 탐욕과 불안을 섬세하게 탐구하고, 때론 주체 못할 애욕이 뿜어내는 풍경을 질펀하게 묘사하며 이야기의 숨을 고르는 실력이 작가의 관록을 증명한다.

그는 2대 무황제의 군대가 만리장성 코앞인 마도산, 산둥반도 옌타이, 베이징까지 쳐들어가 당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 장면(5권)을 편애한다. "광대무변한 발해 역사를 보면 한국인으로 태어난 것이 영광스럽다"는 것이 작가의 변이다.

올해로 환갑을 맞은, 수기(手記)를 고집하는 작가에게 2년 여의 집필은 고행이었다. 촉이 닳아 만년필을 바꿀 때마다 뻑뻑한 필기감은 으레 오른팔 마비로 이어졌다. 볕을 못쬔 피부에는 햇빛 알레르기가 생겼다. 그래도 필력을 찾은 그의 머릿속엔 차기 작품 구상이 들어차있다.

먼저 붓다를 신격화된 존재가 아닌, 스스로 깨친 인간적 존재로 형상화하려 한다. 몸을 추스르고 내년 초 인도로 취재 여행을 떠날 계획이다. 560만 부가 팔린 출세작 <인간시장>(1981)의 현실고발 정신으로 정치판 군상을 비추겠다고 공언한 <신인간시장>도 있다. 단 "정치권을 떠난 지 얼마 안됐기 때문에" 비판 정신을 벼리는데 좀더 시간이 필요하단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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