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개의 다중인격자 '빌리 밀리건'

미국 작가 대니얼 키스 논픽션 출간
(서울=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 "환자 본인의 말에 의하면 환자는 계부로부터 가학적인 성적 학대를 당했다. 환자가 여덟 살이나 아홉 살에 1년여에 걸쳐 주로 계부와 단둘이 농장에 있을 때 이런 폭력을 당했다고 한다. 환자는 항상 계부에게서 '마구간에 묻어버리고 엄마에게는 도망갔다고 하겠다'는 협박을 받아서 살해당할까봐 두려웠다고 말하고 있다."(242쪽)
어렸을 때 이런 성적 학대에 시달린 빌리 밀리건은 의붓 아버지를 죽이는 게 삶의 목표인 19세 여성 '에이프릴'을 비롯해 24개의 다중인격을 지닌 인물이다.
그는 1977년 대학가 연쇄 성폭행 사건의 용의자로 체포됐다가 다중인격장애와 정신 이상으로 무죄 혐의를 받았다.
관선 변호사들이 정신 이상 증세를 보이던 그의 정신 감정을 의뢰한 결과 24개의 인격으로 분열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는 유년시절 받은 성적 학대로 '다른 사람'의 마음으로 위장된 삶을 산 피해자인가, 아니면 감옥에 가지 않기 위해 정신병 핑계를 대고 무죄 판결을 받아낸 똑똑한 사기꾼인가?
이 질문에 답하면서 그의 삶을 소설 형식으로 재구성한 논픽션 '빌리 밀리건'(황금부엉이)은 '앨저넌에게 꽃을'이라는 작품으로 유명한 미국 소설가 대니얼 키스가 오하이오 주의 한 정신건강센터로 이송된 주인공에게서 자신의 이야기를 써 달라는 부탁을 받고 쓴 책이다.
책에 따르면 그에게는 합리적이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22세의 영국인, 증오를 간직한 23세의 유고슬라비아인, 외부인과 협상을 하는 일을 주로 맡는 18세 사기꾼, 외로움을 잘 타고 내성적인 성격의 19세 레즈비언 등 다중 인격이 숨어있었다.
빌리 밀리건은 법원의 결정에 따라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서 자신이 정체성을 깨달았으며, 예술적 기질을 발휘한 그림을 내다 팔면서 새 인생을 준비했다. 하지만 자신을 둘러싼 진실 공방이 벌어지자 극심한 비관에 빠졌다.
하지만 1991년 법원과 병원으로부터 더 이상 정신 장애를 겪지 않는다고 인정받아 자유의 몸이 됐고, 이제는 영화 제작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영화화하는 작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저자는 법정 기록과 주변인물과의 인터뷰 등으로 주인공의 삶을 객관적으로 재구성하면서도 소외된 삶을 산 빌리 밀리건을 동정심을 품은 시선으로 바라봤다.
박현주 옮김. 604쪽. 1만4천800원.
j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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