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주의 타로'로 마음 열어요

2007. 6. 26. 11: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겨레] '여성주의 타로'가 뜨고 있다.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타로 카드가 최근 여성주의 개인상담, 집단상담 등에 활용되면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여성주의 타로'는 타로를 여성적인 시각에서 바라보고 해석하며 여성의 자기치유에 활용하려는 흐름에서 나왔다. 여성을 뜻하는 '달' 카드는 보통 음울함, 변덕으로 해석되지만, 여성주의 타로에서는 무의식의 힘, 다른 여성들로부터의 도움을 말해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카드 매개로 개인의 이야기 끌어내가부장적 가치 넘어 여성적 시각 해석심리상담 치유·자기성찰 도구로 확산

여성주의자들이 쓰는 타로 카드는 따로 있다. 1000여종에 이르는 타로 카드 중 여신카드 계열로 불리는 카드들인데, 가장 대표적인 가디스카드(여신카드)를 비롯해 메디슨우먼카드, 올드패스카드, 마더피스카드, 마녀카드, 러버스카드 등이 있다. 기존 카드가 가질 수 있는 가부장성을 배제한 것이 특징이다. 타로 카드에서 흔히 권력이 '황제' 카드로 상징된다면, 여신카드에서는 어디든 갈 수 있는 자유로운 힘을 가진 프레이야 여신을 통해 지배나 통치가 아니라, 자유가 진정한 권력임을 보여주는 식이다. '죽음'이나 '악마'와 같은 극단적 카드가 없는 것도 여신카드의 특징이다.

여성주의자들은 자기성찰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는 측면에서 '여성주의 타로'에 관심을 갖고 있다. 타로 카드는 내면의 이야기를 끌어내는 효과가 있어 상담과 치유 프로그램에 유용하다는 것이 공통된 증언이다. 전북성매매여성인권지원센터와 여성의전화 등에서 상담가로 활동해 온 지나지산(37)씨는 지난 1997년 상담치료를 공부하면서 타로카드를 상담에 활용하는 데 관심을 갖게 됐다.

"미술치료는 상징을 매개로 하는 대화로 이뤄지기 때문에, 상징이 풍부한 타로 카드는 정신분석학자 융도 활용한 바 있다고 해요." 그는 2004년 10대 성매매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타로로 마음읽기' 프로그램을 처음으로 진행했다. 특히 여성의 힘을 상징하는 여신카드는 대상화되고 주변화되어 온 여성들에게 자신을 세상의 중심으로 놓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

"여신카드에는 억압을 상징하는 카드로 커다란 뱀 속에 갇힌 와왈락 여신이 있습니다. 여성주의 타로에서는 이 카드를 희망으로도 해석합니다. 어려운 처지에 있더라도 우리 안에 있는 여신은 희망을 찾아내는 것이죠."

2001년에는 여성주의자 사이트인 '언니네'(unninet.net) 안에 '타로장'이라는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주의 타로 모임이 생기기도 했다. 현재 150여명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이 모임에서 배출된 여성주의 타로 전문가들이 또다른 타로 모임이나 여성단체의 행사 등에 상담가로 참여해 지원을 해주고 있다. 2005년과 2006년에 걸쳐 성매매여성쉼터의 여성들과 대안학교의 10대 여성들을 대상으로 문화적 자립 프로젝트의 하나로 타로를 가르치는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조지혜(32·전 언니네트워크 대표)씨는 "처음에는 흥밋거리로 여기다가도, 점차 엄마와의 관계 등 마음 속 깊은 이야기들을 꺼내놓기 시작하면서 상황을 돌아보고 자신의 힘으로 바꿀 수 있는 일을 찾는 등 긍정적인 변화를 보였다"고 회상한다.

지난해 성폭력상담소에서 집단상담 프로그램을 맡았던 타로장 회원 노미선(29)씨는 "집단 상담은 서로의 문제를 통해 자신을 보게 되는 장점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잘 이뤄지지 않았는데, 타로를 통해 좀더 손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글·사진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타로란=

다양한 상징으로 구성된 그림이 그려진 78장의 카드를 뽑아가면서 문제를 분석하고 해답을 찾아가는 방법을 제시하는 일종의 서양 점술. 14세기 유럽에서부터 널리 알려지기 시작해 오늘날 그 종류만 1000종이 넘는다. 22장의 메이저 카드와 56장의 마이너 카드로 이뤄져 있으며, 카드의 그림들은 운명의 수레바퀴부터 은둔자, 광대, 황제 등 세상의 만물을 대변하고 있어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 온라인미디어의 새로운 시작. 인터넷한겨레가 바꿔갑니다. >>

ⓒ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