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페네트레이션 전문가들- 그들을 막아라
2007년 NBA 파이널에 오른 샌안토니오 스퍼스는 현재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에 시리즈 전적 3-0으로 앞서고 있다. 만약 이 기세를 이어 우승한다면 파이널 MVP는 토니 파커가 될 것이 유력하다. 질풍 같은 스피드를 앞세운 그의 돌파는 플레이오프내내 상대의 고민이었고, 이를 막기 위한 상대의 머리 싸움은 대단한 볼거리였다. 최근 몇 년간 파커 외에도 NBA 플레이오프에서 페네트레이션으로 골머리를 앓게 한 스타는 또 있었다. 그들의 활약상과 상대가 꺼내든 카드는 무엇이었는지 살펴보았다.
스피드는 나의 힘, 토니 파커

우승 2회에 이번 시즌 연봉은 9백45만 달러인 프랑스의 농구스타. 세계적으로 유명한 여배우 에바 롱고리아와 성대한 결혼식을 앞둔 파커는 얼마 전에 겨우 25번째 생일을 넘긴 스퍼스의 주전 가드다. 한참은 뛴 거 같으면서도 아직 뛸 날이 많이 남아있다는 것은 앞으로도 파커가 수많은 NBA 수비수들을 눈물 나게 만들 것임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파커에게 스티브 프랜시스나 케빈 존슨 같은 탄력이나, 스티브 내쉬 정도의 슈팅 실력이 없다는 것이다. 만약 파커가 둘 중 하나의 능력을 더 갖고 있었다면, 아마 그의 플레이가 나올 때마다 시청자 10명 중 7명은 채팅창이나 리플에 이렇게 타이핑 할 것이다.
"ㄷㄷㄷ"
하지만 지금만으로도 파커는 대단히 무서운 돌파력을 지니고 있다. 두 시즌 연속 50%가 넘는 야투 성공률을 기록했으며, 게다가 대부분이 돌파를 통해 페인트 존에서 얻어낸 득점이다. 파커는 1대1 대치 상황에서 직접 파고 들거나, 초반부터 자신에게 견제가 온다 싶을 때는 공을 갖고 공격을 시작하기 보다는, 한 차례 돌아 나와 패스를 받아 돌파를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에도 직접 돌파를 하거나 한 번쯤 2대2 플레이로 상대 수비를 현혹시킨 뒤 시도하곤 한다. 볼을 갖고 있는 파커를 막는 선수들은 대개 거리를 두고 수비하는 편이다. 파커의 슛 거리가 짧기 때문이다. 파커의 플레이오프 외곽슛 성공률은 통산 성공률이 26.8%에 불과할 정도로 낮고, 지난 두 시즌 동안 정규시즌에서 그가 성공시킨 3점슛은 26개에 불과했다. 때문에 그에게 바싹 붙어서 수비한다는 것은 무의미하다. 부산 KTF도 올 시즌 챔피언 결정전에서 울산 모비스의 크리스 윌리엄스에 대해 다소 거리를 두고 돌파를 견제하는 수비를 펼친 바 있다. 두 선수 모두 중거리 슛도 불안한 편이다.
파커의 수비수가 더욱 긴장해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그는 NBA 최고의 스크리너이자 롤러를 옆에 두고 있으며 또 밖에서는 NBA 최고의 클러치 슈터들이 항시 대기 중이라는 점에 있다. 기습적으로 이뤄지는 팀 던컨과의 2대2 플레이는 수비의 밸런스를 깨트리며, 만약 상대가 파커에게 집중된다면 그는 곧장 롤(Roll)하는 던컨에게 패스해 기회를 열어줄 것이다. 이는 피닉스 선즈가 거의 단골로 당하는 메뉴 중 하나이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볼을 갖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의 파커의 움직임도 훌륭한 편인데, 기습적인 컷에 이어 하이-포스트에 있는 던컨으로부터 패스를 받아 득점으로 연결 짓는 움직임도 훌륭하다.
장신자 수비수와 스위치가 된다 해도 곤란하다. 파커는 항상 돌파하는 방향의 반대 쪽 백보드를 맞추고 레이업을 성공시키는 타입이기에 견제하기가 어렵고, 게다가 퍼스트 스텝을 밟기 이전에 이뤄지는 다양한 훼이크 동작과 재빠른 체인지 오브 디렉션 역시 알고도 당한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훌륭하다. 스스로도 어느 정도 신체 접촉을 예상하고 파울을 끌어내고자 하는 의도가 있기 때문에 상대 입장에선 여간 짜증나는 선수가 아닐 수 없다. '티어 드랍'이라 부르는 그의 플로터도 무기다.
마지막으로 새깅 디펜스도 어렵다. 파커 수비자 외에도 전원이 뒤쳐져서 자기 수비자와 파커 수비자를 견제하는 방식이지만, 볼이 킥-아웃 될 경우 기분 좋게 받아 먹어줄 슈터들이 많다는 점은 스퍼스를 강 팀으로 만들고 있다. 따라서 완벽한 수비 전략과 그 전략에 따라 확실히 로테이트 해줄 수 있는 수비 조직력이 없다면 파커의 돌파는 계속해서 알고도 당할 수밖에 없는 무기로 남을 것이다.
비록 플레이오프는 아니지만 파커를 기가 막히게 잘 막았던 사례가 하나 있다. 2007년 1월 15일 유나이티드 센터에서 열린 시카고 불스전에서 커크 하인릭이 보인 수비가 바로 그것이다. 비록 하인릭이 NBA에 데뷔한 후 가진 불스와 스퍼스의 대결에선 스퍼스가 6승 2패로 월등히 앞서고 있었고, 이날 경기 직전까지만 해도 파커는 스퍼스를 상대로 52.4%의 높은 야투 성공률을 보이고 있었지만, 적어도 이 경기에서만큼은 파커의 활약이 돋보이지 않았다. 불스는 하인릭의 수비에, 루올 뎅과 타이러스 토머스, P.J 브라운 등이 버티는 인사이드의 팀 디펜스를 이용해 파커를 견제했다. (벤 월러스는 이날 결장했다)
하인릭은 던컨의 스크린을 잘 예측하고 이에 현혹되지 않는데 집중했고, 이는 던컨의 수비수도 마찬가지였다. 일차적으로 2대2 플레이가 먹혀 들지 않을 것임을 경고하는 데는 성공한 것이다. 여기에는 P.J 브라운의 빠르고 노련한 판단도 한 몫 했지만, 뎅이나 토머스의 빠른 도움 수비 가담도 큰 역할을 했다. 또, 불스가 2006-07시즌 리바운드 1위 팀이었던 점도 터프샷을 유도해 역습을 하는데 한 몫 했다.
두 번째로 잘 된 대목은 파커에 대한 하인릭의 디나이 수비와 뎅의 헷지 디펜스였다. 아예 파커가 볼을 쉽게 잡지 못하게 방해해서 패스를 다른 쪽으로 돌리게 하던가, 브루스 보웬의 수비자가 계속해서 (볼을 잡은) 파커의 진로를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방해한 것이다. 또, 하인릭은 던컨에게 볼이 투입됐을 때 거의 파커를 오픈으로 두면서 적극적으로 도움 수비에 들어갔다. 수비자 3초를 교묘하게 피해가면서 말이다. 이때는 파커의 외곽슛 성공률이 오히려 불스의 수비를 도왔다고 볼 수 있다. 이날 파커는 9개의 슛을 시도해 겨우 세 개만 넣으며 6점에 그쳤고, 실책은 3개였다. 스퍼스는 99-87로 졌다. 유타 재즈도 비슷한 전략으로 샌안토니오 스퍼스로부터 서부 결승 3차전 승리를 따냈다. 재즈가 파커를 둔화시킬 수 있었던 데에는 데론 윌리엄스보다는 매 순간마다 던컨과 파커를 견제했던 데릭 피셔의 활약도 컸다.
다만, '플레이오프에서의' 스퍼스는 파커만 막는다고 모든 게 해결될 만만한 팀이 아니었다는 사실, 스퍼스의 무서운 점은 공격력보다는 가공할만한 수비 조직력에 있다는 사실은 결과적으로 재즈가 시리즈를 가져가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였다.
현재 파커는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와 NBA 파이널을 치르고 있다. 캐벌리어스 입장에서는 1,2차전에 28.5득점을 기록 중인 파커의 수비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을 것이다. 수비 조직력은 NBA에서 - 인정 못하겠다면 동부 컨퍼런스에서라도 - 둘째가라면 서러울 팀이지만, 래리 휴즈가 부상(병명으로 미뤄볼 때, 휴즈는 아마 매 스텝을 밟을 때마다 바늘로 온 다리를 찌르는 듯한 통증을 느낄 것이다) 을 입은 것이 가장 아쉬운 대목으로 다가올 것이다.
수비자들을 목격자(witness)로 만드는 자, 르브론 제임스

기동력 있는 빅 맨들을 보유한 거의 모든 팀들이 르브론 제임스를 상대로 폭발적인 런-앤-점프 스위치를 사용한다. 이미 제임스의 몸 자체는 빅 맨의 수준에 이르렀기에 팀의 빅 맨들이 그를 견제하는 모습은 전혀 어색하지 않다. 또 누가 수비를 하든 그는 곧장 파고 들어 덩크를 꽂거나 파울을 얻어낼 것이다. 파커와 마찬가지로 제임스가 무서운 이유는 패스할 수 있는 능력과 시야, 그리고 그렇게 해야겠다는 마인드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코치들은 젊은 선수들에게 항상 '스포트라이트의 마약을 조심하라'고 조언한다. 말인 즉, 혼자 득점하고 돋보이기보다는 팀을 생각하라는 것이다. 제임스는 그러나, 그 정도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으면서도 동료들의 찬스를 놓치지 않는다.
스퍼스는 과거 정규시즌때부터 제임스에 대해 아주 훌륭한 트랩 수비를 보여줬다. 제임스가 의도적으로 2대2 플레이로 수비를 분산시키려 할 때도 스퍼스는 완벽하게 그를 둘러싼 채 스크리너이자 롤러인 파트너에게는 또 다른 수비수가 재빨리 커버에 들어가면서 실점 가능성을 최소화했다. 결국 이럴 때는 죽은 패스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덕 칼린스 해설위원은 '스퍼스 수비는 확실해서 좋다. 아예 스위치를 할 때는 공격적으로 다가서서 수비 공백을 없애고, 더블 팀에 들어갈 때는 다른 동료들이 재빨리 빈 자리를 막아준다'고 설명한다. 또 제임스 스스로 함정에 걸리는 경우도 많다. 이는 슈팅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하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한다. 데뷔 후 매년 좋아지고 있는 그의 슈팅이지만, '확실하다'는 인상을 심어주기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슛 거리를 늘리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필자는 몇 년전 아시아와 유럽을 돌며 농구 클리닉을 갖는 한 코치와 이에 대해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시애틀 감독이기도 한 밥 힐 감독의 좋은 코칭 파트너이기도 한 그는 "일반인들도 슛 거리를 늘려서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들기는 힘들다. NBA 선수라고 다를 것이 없다. 오히려 그들을 수비하는 선수가 누구인지를 생각해보면 더 이해하기 쉽지 않을까? 단순히 3점슛 라인에서 슛을 몇 백 개 더 던진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어쩌면 이런 예가 도움이 될 지 모르겠다. 3점슛이 한국에 들어온 것은 84년이었다. FIBA의 결정에 의해 대한농구협회는 농구대잔치에서부터 3점슛을 사용하기로 했고, 선수들은 신기한 듯 라인 밖에서 3점슛을 시도했지만 이것이 애초 의도했던 것처럼 단신들의 주무기로 자리잡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렸다. 당시 3점슛을 처음 알게 되고, 처음 연습했던 박인규(당시 삼성) SBS 해설위원은 "슛 거리를 조정하는데 정말 애먹었다. 실전에서의 정확도를 늘리기 위해서는 손목의 힘과 스냅은 물론이고 하체의 근력까지도 따로 키워야 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최희암 감독이 이끌던 연세대학교는 초창기 3점슛을 적극적으로 사용한 팀 중 하나였다. 그 중 한 명이 강양택 현 SK 코치였는데, 그도 같은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앞에 의자 같은 것들을 쌓아서 벽을 만들어서 던지는 등 거리 감각을 잡으려고 부단히 노력했다"고 말했다. 잠시 얘기가 다른 곳으로 세어갔는데, 제임스 역시 슛에 대한 기복을 최소화시키는 것이 프로로서 그의 수명을 더욱 길게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빈스 카터처럼 지나치게 애용하는 것도 좋지 않지만 말이다.
스퍼스 수비 얘기로 돌아와보자. 이들의 제임스에 대한 수비 전략은 대단히 많다. 브루스 보웬이 메인 수비수로 붙고 마누 지노빌리와 마이클 핀리가 간간이 보웬을 대신해주는 가운데, 스퍼스는 앞서 말한 런-앤-점프와 트랩 외에도 간단한 지역방어로 제임스의 돌파 자체를 견제하는 방법도 사용하고 있다. 혹은 앞서 파커의 수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던컨이 제임스에 대해 깊게 햇지 수비를 들어갔다가 재빨리 자리를 찾아오면서 공격을 지연시키는 방법도 스퍼스의 전략 중 하나였다. 만약 대니얼 깁슨, 래리 휴즈 등 동료들이 득점에서 거들어주지 않는다면 캐벌리어스는 파이널 1,2차전에서 그랬던 것과 같은 결과를 맞을 것이다.
디트로이트 피스톤스도 제임스에 대한 좋은 수비 능력을 보여준 바 있다. 비록 올해 동부 컨퍼런스 결승에서는 복병 깁슨에게 연달아 얻어 맞으며 결승 진출의 꿈을 버려야 했고, 또 5차전에서는 제임스의 신들린 듯한 활약에 조연 신세가 돼버렸지만, 2006년 플레이오프와 올해 1,2차전에서 보여준 수비는 훌륭했다. (어쩌면 2년 연속 가장 중요한 무대에서 그들의 수비를 상대로 경기를 했다는 것은 제임스 뿐 아니라 마이크 브라운 감독에게도 농구인생의 큰 축복이자 교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피스톤스는 아예 완전 스위치 하는 식으로 제임스를 밖에서 겉돌게 했다. 기본적으로 타이션 프린스가 붙어 있는 가운데, 라쉬드 월러스는 물론이고 벤 월러스까지 길목을 차단하면서 제임스에게 또 다른 선택을 하게 만들었다. 클리블랜드는 이에 빠른 공수전환과 얼리 오펜스로 대항하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디트로이트 수비를 맞아 제임스는 적잖이 고생해야 했다. (그런 면에서 벤 월러스의 이적은 아쉬운 대목이다)
한편 돌파와는 무관하지만 제임스의 포스트-업에 대해서도 얘기가 많다. 아직 완벽하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클리블랜드 입장에서 디트로이트나 샌안토니오를 상대할 때는 오히려 밖에서 치고 들어가거나 2대2 플레이를 하는 것이 유리하다. 제임스 한 명이 자리를 잡는다고 해서 포스트-업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2005-06시즌에는 스퍼스와 피스톤스 수비를 상대로 포스트-업을 시도해 효과를 보기도 했지만 꾸준하진 못했다.) 그가 그 자리에 서서 안전하게 볼을 받고, 본격적인 공격이 이뤄지기까지의 과정이 이뤄지기 이전에 이미 스퍼스나 피스톤스 선수들은 수비에서 자리를 잡을 것이며, 팬들이 알다시피 그들은 NBA 최고의 헬프 앤 리커버리 능력을 갖춘 팀들이다. 또 지금 중거리에서 제임스의 패스를 받아 안정적으로 슛을 넣어줄 장신자나 수비를 분산시켜줄 슈터가 없다는 것도 제임스의 포스트-업이 그리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뒷받침해준다. (만약 휴즈가 2006년 11월 3일 AT&T 센터에서 가진 맞대결 정도의 능력만 발휘해줘도 가능할 것이다)
수비자를 유혹하는 스타, 스티브 내쉬

2년 연속 MVP이며, 정규시즌 중 18.6득점, 11.6어시스트에 야투 50%, 3점슛 45%, 자유투 89%를 기록한 그는 34살의 나이가 믿겨지지 않는 무서운 농구 실력을 갖추고 있다. 피닉스 공격의 70%는 내쉬가 볼을 갖고 하프라인을 넘어오면서 시작되며, 그의 공격은 파커의 스퍼스보다 더 빨리 시작된다. 상대로선 보다 빠른 공수 전환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게다가 내쉬는 외곽슛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잠시라도 틈을 주기가 어렵다. 신기에 가까운 페이더웨이와 스텝은 상대로선 알고도 당하는 무기다. 이 뿐만이 아니다. 전방위로 뿌려지는 패스는 선수들의 일사불란한 움직임과 호흡을 맞춰 득점으로 연결된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내쉬에 현혹되지 말고, 오히려 그의 리듬을 깨트리는데 주력하라"고 주장한다. 이를 가장 잘 보여준 팀 역시 스퍼스다. 스퍼스는 브루스 보웬을 내쉬의 상대로 붙였다. 보웬은 드리블러를 멈추게 하는 좋은 수비 능력을 갖고 있다. 스퍼스는 내쉬의 공격에 현혹되지 않는데 모든 것을 집중시킨다. 이는 선즈를 상대로 비교적 좋은 수비를 보인 디트로이트 피스톤스도 마찬가지였지만, 그 조직력은 스퍼스가 더 탄탄했다. 스퍼스는 내쉬에 대해 완전 스위치를 지시했다. 내쉬의 스크리너가 아마레 스타더마이어든, 숀 메리언이든 그의 수비자(당연히 내쉬보다 키가 10~20cm는 큰)가 내쉬를 바꿔막도록 지시한 것이다. 이는 1차적으로 내쉬의 돌파는 차단할 수 있고, 장신자가 바싹 붙어있기 때문에 쉽게 외곽슛을 시도할 수 없다는 점에서 효과적이다.
문제는 그의 패스이다. 안쪽으로 절묘하게 들어가는 패스는 어떻게 막을 것인가? 혹은 밖으로 나가는 패스는 어떻게 할 것인가? 또 들어가지 않았을 때의 리바운드와 속공은? 스퍼스는 여기에 대한 좋은 해답을 제시했다. 물론, 스퍼스도 수비 사인이 맞지 않아 방송국 PD들이 원하는 '그림'을 만들어준 적이 많다. 또, 내쉬가 픽-앤-팝을 이용해 수비자를 자기쪽으로 끌어들인 후 메리언이나 보리스 디아우의 중거리 슛으로 득점을 마무리하는 순간적인 재치를 보인 적도 많았다. 하지만 스퍼스는 적어도 10번의 공격에서 4~5번은 차단할 수 있었고, 여기에 뒷받침되는 리바운드 실력은 선즈에게 늘 고민거리였다.
만약 2대2가 아니라면 보웬이 매치업한 상태에서 다른 한 명(주로 마이클 핀리나 팀 던컨 등 3~4번 포지션)이 마치 빗장을 걸듯 돌파 방향을 향해 견제한다. 적극적으로 달라붙진 않지만 은근히 견제하는 것이다. 이는 디트로이트가 르브론을 수비할 때와 대동소이한 로테이션으로, 자신의 수비수를 향해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여지를 둔다는 점에서 효율적이면서도 어려운, 한마디로 조직적인 훈련이 필요한 수비다. 결국 선즈는 내쉬가 아닌 다른 선수가 리딩을 보는 상태에서 공격을 시작하지만, 그것이 썩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다는 것은 선즈의 또 다른 플레이오프 탈락을 통해 입증된 것 같다.
그런가 하면 2006년 플레이오프에서 만났던 댈러스 매버릭스도 내쉬에 대한 좋은 작전을 보였다. 내쉬의 주 매치업은 데빈 해리스였지만, 그 뒤에는 서나가 좁과 조쉬 하워드도 있었다. 그들도 마찬가지로 스크리너 수비에 대해서는 로테이션에 맡기고 모두가 내쉬의 드리블을 멈추게 하는데 주력했다. 해리스는 다소 타이밍이 늦더라도 파이트 쓰루로 혹시나 생길 변수를 - 백 쓰루를 할 경우엔 내쉬가 아예 슛을 던져버릴 수도 있다. 제이슨 테리가 자주 당했다. - 최소화했고 좁은 기대 이상의 기동력으로 분위기를 살렸다. 그런가 하면 다소 외곽의 위험을 감수하고도 지역방어로 먼저 내쉬의 공격을 견제한 것도 좋은 방법이었다.
이러한 수비 작전은 마이애미 히트의 드웨인 웨이드에게도 적용된다. 그는 평균 10.5개의 자유투(1위)를 던질 정도로 파울을 잘 얻어내는 타입이기 때문에 막기 힘들다. 웨이드는 2대2 플레이를 전개하거나 볼을 운반하지 않고, 주로 받아서 공격을 시작하는 스타일이기에 견제하기 쉽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현란한 스텝과 바디 컨트롤 능력과 운동능력, 끈기 등은 웨이드를 대단히 막기 힘든 선수로 만들어준다. 또 돌파 중에 안과 밖으로 빼주는 패스 역시 훌륭하며, 빅 맨 중 최고의 패싱 센스를 자랑하는 샤킬 오닐과의 콤비 플레이 등 순간적으로 발휘하는 재치도 발군이다. 사실, 과거에는 수비자를 확실히 떼어놓지 못하고 미트-아웃 하는 습관이 있었지만 - 어느 정도 자기 능력을 과신한 느낌도 있지만, 이는 자신뿐 아니라 동료들도 힘들게 한다 - 팻 라일리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후 전체적으로 움직임이 깔끔해졌다. 그러나 시카고 불스는 늘 웨이드 수비에 있어 제법 괜찮은 교본 역할을 해왔다. 한쪽으로 몰아 터프 샷을 던지게 만들고, 2대2 상황이 되면 스위치 되지 않고 아예 차단해서 패스를 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때 만들어지는 오픈 찬스에 대해서는 로테이션으로 커버한다. 그러나 히트의 외곽은 올 시즌 꾸준하지 못했고, 리바운드가 뛰어난 불스는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또, KBL에서는 김태환 감독이 SK시절, 김승현(오리온스)을 상대로 토니 파커를 제압했던 식의 수비로 한차례 게임을 잡은 바 있다. 당시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작전대로 됐다'며 껄껄 웃던 김 감독의 표정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변화가 필요한 돌파 매니아들
토론토 랩터스의 T.J 포드(183cm)는 스피드가 대단히 뛰어난 포인트가드다. 볼을 가고 달릴 때의 스피드만큼은 앨런 아이버슨이나 드웨인 웨이드조차도 인정했을 정도로 쏜살같다. 그렇지만 자유투라인 밖에서부터의 슛 성공률은 아쉬움이 남는다. 통산 외곽 성공률도 31.4%에 불과하다. 그를 상대로 뉴저지 네츠와 제이슨 키드는 아주 좋은 수비를 보여줬다. 파커와 마찬가지로 돌파를 고려해 다소 거리를 두고 견제했으며, 지역방어로 크리스 보쉬에게 갈 수 있는 패스의 가능성을 줄였다. 또 1대1 대치 상황이 된다 해도 키드의 수비력이 있기 때문에 포드의 활약에는 한계가 있었다. 샘 미첼 감독은 스크린을 활용해 공격을 지시했지만 이때 역시 완전 스위치를 통해 더 이상 이를 고집하지 못하게 했다. 결국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그의 출전시간은 22.7분에 그쳤다.
시카고의 벤 고든(191cm)도 마찬가지. 그는 전적으로 돌파 후 플로터나 점프슛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은 선수이다. 이것이 한번 터지면 마이클 조던이 아쉽지 않을 정도이지만, 또 한번 들어가지 않기 시작하면 계륵이 따로 없다. 매년 오프시즌 동안 점프슛 연습에 매진하고 있고, 또 고든 지인의 말에 따르면 거기에 들이고 있는 노력은 소름이 돋을 정도라 하지만 볼을 잡고 있을 때 할 수 있는 패턴을 더 다양하게 만드는 것이 고든의 과제가 될 것이다. 스캇 스카일스 감독도 고든의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많은 방법을 쓰고 있는 만큼 선수도 그에 발맞춰 따라 올라와줘야만 한다.
수비자 3초룰을 없애라?
이처럼 돌파를 주무기로 하는 선수들이 득점을 쉽게(?) 따낼 수 있는 데는 NBA만의 3초룰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수비자 3초룰은 지역방어가 생겨나면서 득점 저하를 우려해 페인트 존에서 3초 이상 머무를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디켐베 무톰보는 한동안 이 룰에 적응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고 한다. 재미 있는 건 이 룰을 사용하는 리그가 전세계에서 NBA와 KBL 뿐이라는 것. KBL은 외국인선수의 독식에 가려 국내 선수들의 그나마 보여줄 수 있는 것조차 보여주지 못할 것이란 우려 때문에 이러한 로컬 룰을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정작 양 리그의 감독들은 수비자 3초룰 폐지를 선호하고 있다.
40년 가까이 활약해온 NBA의 명 스카우트 전문가, 마티 블레이크씨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NBA에서 유일하게 없애고 싶은 하나로 3초룰을 주장했고, 스티브 커 역시 E-MAIL을 통해 자신이 NBA 커미셔너였다면 가장 없애고 싶은 것이 바로 3초룰이라 밝힌 바 있다. 국내에서도 김동광, 최인선, 추일승 등 감독들이 이러한 견해를 밝혔다. 가장 큰 이유는 제대로 된 수비 시스템을 갖추기 어렵다는 것이다. 프로리그에서는 당장 득점력이 떨어질 우려가 있지만, 우리가 2001년에 지역방어를 도입할 때 우려했던 앨런 아이버슨, 코비 브라이언트 등의 득점 저하는 결국 현실로 나타나지 않았다. 그 상황에서 나름대로 득점력을 발휘할 기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또, 오늘날 센터들의 중-장거리 슛이 발전했다는 점을 생각했을 때도 수비하는 빅 맨들이 마냥 페인트 존에서 서있기만 할 가능성도 없다. 경기내내 지역방어를 사용할 팀도 없다.
그러나 감독들이 3초룰 폐지를 원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국제대회에서 제대로 된 수비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비자 3초에 익숙해져 국제대회에서는 오히려 아마추어보다도 못한 수준의 지역방어를 보여준다"는 이 말은 KBL이든, NBA이든 공통적으로 통용되는 말이다. 하물며 미국 대표팀은 지난 2006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지역방어의 달인으로 불리는 시라큐스의 짐 뵈하임 감독을 코치로 모셨음에도 불구, 8월 15일 한국전 외에는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러나 수비자 3초룰이 생겨날 경우, 그것을 파괴하는 감독들의 새로운 전략이 생겨날 것이다. 점프슛이 생겼을 때, 3점슛이 생겼을 때, 지역방어가 생겼을 때 등 환경이 변할 때마다 농구는 늘 그에 대항하는 새로운 재미를 주었으니 말이다.
저작권자 ⓒ 점프볼.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07-06-13 손대범 기자( sondaebum@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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