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산조의 독재는 계속된다"

입력 2007. 5. 29. 18:19 수정 2007. 5. 29.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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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올루세군 오바산조 나이지리아 대통령이 나이지리아의 민주화에 불확실한 미래만 남긴 채 29일 퇴임한다.

오바산조 대통령은 지난 1995년 군부 독재자였던 사니 아바차 장군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가 수감되면서 나이지리아의 민주투사로 부상, 1999년 대통령에 당선한 인물.

그가 대통령에 당선했을 때 나이지리아 국민들은 민주화 염원을 이룩할 수 있게 됐다며 한껏 들떴었지만 8년이 지난 현재 국민들은 그의 부정부패와 부정선거에 진력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바산조 대통령은 전날 TV 퇴임 연설을 통해 "민주주의는 최종 목적지가 아니라 여정"이라면서 "우리는 더 나은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1억4000만 국민이 250여 개의 인종으로 나눠진데다 북부 무슬림과 남부 기독교인으로 사분오열돼 있었으나 자신이 집권한 이후 화합이 이뤄지게 됐다고 강조하며 자신의 독재에 대한 국민의 반발을 등진 채 자화자찬을 늘어놓는 데 여념이 없었다.

아울러 "나이지리아인들이 나라의 발전과 진보에만 관심가질 수 있도록 한 점은 큰 성과"라며 "나이지리아를 아프리카의 리더로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나이지리아의 현실은 그의 퇴임 연설과는 거리가 먼 상황. 나이지리아는 기반시설 낙후, 연료 부족, 전력 중단 등으로 역사상 최악의 에너지 위기를 겪고 있어, 아프리카 최대 에너지 생산국으로 거듭나겠다는 그의 약속이 지켜질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임기 제한으로 2기 연임을 마지막으로 대통령에서 물러나는 그는 앞으로 농부가 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라고스 외곽의 농장에서 지내면서 아프리카 지도자 포럼을 설립하고, 아프리카 국가들에 정치적 조언을 하는 등 국제 지도자로서 거듭나겠다는 계획이다.

1937년 나이지리아 남서부 아베오쿠타에서 태어난 그는 21세 때인 1958년 군에 입대해 1967~1970년 비아프라 내전 당시 군인으로서 명성을 쌓기 시작했다. 이후 1976년 무르탈라 모하메드 대통령 암살 이후 들어선 군사정권에서 수반을 지냈다.

1979년 실시된 대통령 선거에서 야당 정치인 세후 샤가리에게 패했으며 이후 고향으로 내려가 농장을 경영하면서 아프리카 평화 정착을 위한 국제활동을 했다. 특히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등 내전을 겪은 이웃 국가들의 평화 정착을 위해 힘쓰고, 수단 다르푸르 분쟁 종식을 위해 대화를 중개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1999년 대통령에 당선한 뒤 재임 기간, 나이지리아에서는 부족 및 종교 갈등이 심화돼 1만여명이 숨지기도 했으며 지난달에는 주지사 및 대통령 선거 기간 국민들의 항의 시위로 유혈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나이지리아 국민들은 오바산조 대통령이 부정 선거를 통해 우마루 야라두아를 당선시킴으로써, 수렴청정을 계획하고 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야라두아 당선자는 조용하고 나약한 이미지로, 오바산조 대통령이 섭정하기에는 적격 인물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오바산조는 공식적으로는 대통령직을 떠나지만 그의 강력한 영향력은 남아 있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와 관련, 나이지리아 출신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월레 소잉카는 "우리는 오바산조 대통령에게 배신당했다"며 "그는 진짜 독재자"라고 말했다.

<관련사진 있음>

배혜림기자 be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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