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5.18 다룬 연극 '짬뽕'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다룬 연극 '짬뽕'이 재미와 감동이라는 두 마리 토끼 몰이에 성공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대학로 쇼틱씨어터 2관에서 공연 중인 '짬뽕'은 5.18이 짬뽕 한 그릇 때문에 일어났다는 기상천외한 상상에서 출발한 작품.
삶의 터전인 중국집 '춘래원(春來園)'에서 소박한 꿈을 꾸며 살아가는 소시민들이 뜻하지 않게 5.18에 휘말리며 희생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제목에서 풍기는 희극적인 뉘앙스처럼 부담스러운 사건을 몸에서 힘을 뺀 채 발랄하고 경쾌하게 그려낸 것이 특징.
이런 전략은 관객이 인물들에게 더 큰 친밀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고, 관객들은 정신 없이 웃다가 마음 한 구석이 찡해지는 특이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인생에 봄이 오길 고대하며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중국집 이름을 '춘래원'으로 짓고 열심히 살아가는 주인공 신작로(김원해)는 가만 있어도 웃음이 실실 나온다. 다방 레지 오미란과 가을에 결혼할 꿈에 부풀어있기 때문.
큰 돈도 없고, 배운 것도 없지만 알콩달콩 사랑을 키워가는 이들과 소아마비 장애인인 신작로의 여동생 신지나, 고아 출신 배달원 백만식이 극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이다.
때때로 티격태격하지만 서로를 보듬고 살아가는 이들의 일상이 광주에 투입된 어리숙한 군인들, 유신 독재에 부모를 잃고 정신이 돌아버린 소녀 등의 에피소드와 맞물려 코믹하게 펼쳐진다.
연극 말미 도청에 결집한 사람들을 위해 커피를 나르던 미란이 총탄을 맞아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피끓는 청춘 만식과 그를 좋아하는 지나가 밖으로 뛰쳐나가며 이들의 파국이 암시된다.
탕탕탕 총소리와 함께 장면은 주인공 네 명이 비극의 사건 하루 전 소풍을 가 즐거운 한 때를 보내는 모습으로 바뀐다.
한가로운 봄날을 즐기는 이들은 가져온 카메라로 기념 촬영을 하고, 정지된 포즈의 네 남녀 위로 영정 사진의 테투리가 쳐진다.
영정 사진 틀을 홀로 빠져나온 신작로는 "오늘은 이 동네 곳곳이 제삿날이요. 이놈의 봄만 되면 미쳐 불겄어. 봄이 봄이 아니라 겨울이요"라며 쓸쓸히 독백한다.
초로에 접어든 신작로가 평상에 쓸쓸히 앉아 소주잔을 기울이는 가운데 '언젠간 가겠지 푸르른 이 청춘, 지고 또 피~는 꽃잎처럼…'으로 시작되는 산울림의 구슬픈 노래 '청춘'이 흐르며 극은 막을 내린다.
넌버벌 퍼포먼스 '난타'를 연출했던 윤정환씨는 소시민들이 채 피어보지도 못한 채 스러지는 모습을 감정의 과잉 없이 담담히 보여주며 깔끔한 연출력을 발휘했고, 10년간 '난타'의 주방장으로 칼을 갈았던 김원해 등 배우들의 안정적인 호흡도 빛났다.
젊은 세대에게 막연한 관념으로만 존재했던 5.18은 연극을 통해 바로 우리 옆 이웃에게 일어난 가슴 아픈 사건으로 육화됐다. 6월10일까지.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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