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을 울리는 꽃, 금낭화
"댕- 댕-"
금방이라도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 듯 하다. 분홍빛 꽃송이에서 맑고 청아한 소리가 울려날 것만 같다.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고요한 가슴에 여울지고 있다. 동심원을 그리면서 전해지는 물결처럼 여운을 남긴다. 원래 있던 것에다 한 가지만 더해져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하고 있다. 군더더기가 없어 우뚝하다.
금낭화. 충남 금산군 진산 어느 이름모를 식당 옆에 수줍게 피어있었다. |
언제 그렇게 피어났을까. 영혼에 공명되는 금낭화의 울림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감동이다. 겨우내 혹독한 시련을 묵묵하게 이겨내고 당당하게 피어낸 꽃이기에 더욱 더 가슴에 와 닿는 것인지도 모른다. 인내하고 참아내고 성취해낸 꽃이어서 더욱 더 인상이 깊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전북 완주군에 위치한 대둔산을 넘어서면 바로 충청남도 금산군 진산이다. 산 벚나무가 연록과 어우러져 봄의 절정을 보여주고 있었다. 봉의 정취에 젖어 마음을 빼앗기다 보니, 어느 사이에 점심 식사 때가 되었다. 그래서 찾은 것이 바로 이름 모를 식당이었다.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붐비고 있었다. 그 곳에 피어 있었다.
'있는 것 그대로 두고 한 가지만 더 보탠다면'
토양에 예민한 금낭화는 알칼리성 토질에서만 이렇게 제 빛을 낸다. |
바람에 흔들리면서 찾는 이의 마음에 흥겨움의 종소리로 반겨주고 있었다. 여행에 지친 사람들에게 위로의 노래를 불러주고 있었다.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여유와 즐거움을 주고 있었다. 누구라도 상관없었다. 구분이 없었다. 바라보는 이의 가슴에 그대로 전해주고 있었다. 얼마나 아름다운 꽃인가.
많은 성자들은 그대로 두라고 하였다. 인위적으로 바꾸지 말라는 것이다. 바꾸고 싶다고 하여 바꿔지는 것도 아니었다. 모든 불협화음은 원래의 것을 바꾸려 하는 데에 있다고 하였다. 있는 것을 그대로 두고 거기에다 한 가지만 더 보탠다면 다툼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하였다.(오쇼 라즈니쉬)
금낭화의 맑고 선명한 분홍빛이 사랑에 빠진 이들의 기쁨과 희열을 닮았다. |
더하는 것 한 가지는 꿈일 수도 있고 미소일 수도 있다. 사랑일 수도 있고 봉사일 수도 있다. 나눔일 수도 있고 마음의 온기일 수도 있다.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를 위하는 마음이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세상은 아름다워지고 더 이상 바랄 수 없게 된다.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세상이 되는 것이다.
금낭화가 그 것을 실천하고 있었다. 기존에 있던 것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거기에 심어져 있는 것들 모두를 존중하고 있었다. 꽃 잔디도 있고 철쭉도 꽃봉오리를 맺고 있었다. 있던 것 모두를 그대로 인정하고 수용하고 있었다. 거기에다 하나 만을 더 한 것이다. 바로 아름다운 종소리이다.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꽃 주머니 속에서 금방이라도 종소리가 날 것만 같다. |
종소리 하나를 더함으로서 새로운 우주를 만든 것이다. 바라보는 이의 가슴에 온기를 전해주고 사랑을 심어주고 있었다. 슬픔에 젖어 있는 사람에게는 위안을 주고 사랑에 젖어 있는 사람에게는 기쁨과 희열을 주고 있는 것이었다. 이 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다. 나 자신도 바로 금낭화와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
무엇을 더 바란단 말인가. 그 것은 모두 다 욕심이다. 지금 이 순간의 이곳에서 존재해 있는 것만으로 충분한 것이다. 여기에 더 할 수 있는 한 가지는 바로 마음일 뿐이다. 모두를 위하는 회향의 마음 하나뿐이다. 위하는 마음을 모두의 덕으로 돌릴 수 있게 된다면 더 이상 아무 것도 바랄 것이 없게 된다. 금낭화의 종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春城>
┃국정넷포터 정기상(keesan@hanmail.net)
<정기상님>은 완주군 대덕초등학교 교사로, 월간<아동문학>으로 등단했습니다. 한국아동문학학회, 한국문인협회 회원이고 동화쓰기를 즐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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